돌이켜보면 전북은 새만금사업 때문에 역으로 피해를 많이 봤다. 해마다 새만금 사업비를 확보하느라 제대로 지역개발비를 확보하지 못해 지역개발이 뒤처졌다. 지난 1991년 착공한 이 사업이 계획대로 진척 되었더라면 전북은 환황해권의 중심지로 상전벽해(桑田碧海)를 이룰 정도로 발전했을 것이다. 하지만 노태우와 DJ 간에 정치적 타협으로 첫 삽을 뜬 순간만 개발의지가 반짝 나타났을 뿐 후임 정권으로 이어지면서 관심이 멀어졌다.
이 사업은 정권적 이해관계가 별로 없고 삼성같은 특정 기업이 욕심을 내는 사업도 아니라서 사업추진을 놓고 처음부터 반신반의 했다. 국책사업이었던 이 사업을 전북도가 추진하는 사업정도로 인식시킨 것이 잘못이었다. 여기에 환경문제를 소홀히 한 탓도 컸다. 만경 동진강 수질개선문제가 사업성패를 가를 정도로 중요했지만 4대강 사업에 포함 안시킨게 큰 잘못이었다. 수질개선사업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도 수질이 개선되지 않아 환경단체 측에서는 계속해서 해수유통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사업기간이 30년 가까이 축 늘어지다 보니까 사업성격이 변하면서 사업추진의지가 약화됐다. 당초 농업용지 확보를 위한 사업을 MB가 공장용지로 바꿨지만 SOC사업이 뒷받침 되지 않아 그 누구도 거들떠 보지 않았다. 상해 푸동지구나 다른 사업지구에 비해 경쟁력을 잃었다.
그나마 문재인 정권들어 공공매립의 속도감을 높이려고 새만금개발공사를 설립해서 남북과 동서 2축 도로를 착공하는 등 해마다 1조원 이상을 투입한 것이 다행이었다. 국책사업인 새만금사업은 지금은 몰라도 전북의 먹거리를 뛰어넘어 장차 우리나라를 먹여 살릴 사업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간 도민들은 정권에 대한 불신이 커서인지 망망대해를 바라 보면서 희망을 갖기 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환황해권 중심지로 발전하는 계획이 고작 수상태양광 설치로 끝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전북의 지역개발이 더딘 때에도 김영삼 정권 때 거가대교가 임기내 완공됐고 DJ와 노무현정권 때 전남 진도 완도 신안섬들이 거의 연륙교로 연결됐다. 이명박 박근혜 보수정권 때는 수도권완화정책을 펴 지역균형발전의 틀이 깨지면서 강원 충청권이 크게 약진했다. 강원도 평창에서 동계올림픽이 치러지면서 강원이 수도권 안방으로 변했고 용산에 있던 미군기지가 평택으로 이전하면서 평택항이 발전했고 개설 당시 논란거리였던 청주공항이 중부권 항공수요 급증으로 허브공항으로 발전하면서 수도권개발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전북이 새만금사업 하나에 매달리는 동안 다른 시도의 예산규모가 달라졌다. 강원과 충북도세가 항상 전북 다음으로 뒤처졌지만 지금은 상황이 역전됐다. 청주시만해도 청원군과 통합해서 85만이 돼 예산규모가 전주시보다 1조가 많은 2조5천억을 달성했다. 눈길을 밖으로 돌리면 인구 65만인 전주와 전북이 잠자고 있다는 걸 느낀다. 새만금국제공항 예타면제로 기뻐했지만, 마냥 기뻐만 할일도 아니다. 2028년 완공이 너무 늦기 때문이다. 그것도 계획대로 잘 돼야 가능하다는 것. 새만금국제공항 건설은 정부가 맘만 먹으면 새만금잼버리 대회 2023년 개최전에도 가능하다. 앞으로 충청권과 광주 전남권에 샌드위치처럼 끼어 있어 방해 공작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전북의 지역개발이 뒤처지고 새만금개발이 지지부진한 것도 결국 전북 출신 정치인들의 힘과 뱃심이 약한 탓이 크다. DJ와 노무현정권 때가 호시절이었다. 그 때 김원기·김태식·정동영·정세균· 이협·장영달·정균환·최재승·조배숙·최규성·이강래·윤철상 의원 등이 각개약진 않고 똘똘 뭉쳤으면 모든 게 가능했다. 정권 실세들 눈치 살피느라 한목소리를 못낸 것이 패착이었다. 도민들이 죽으라고 표 찍어줘봤자 정치인들만 호의호식시킨 셈이었다. 자신들은 그 당시 국가예산을 많이 확보했다고 하겠지만 다른 지역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그런 사람들을 국회의원으로 뽑아준 도민들부터 각성해야 한다. 선수(選數)에 상관없이 정치적 역량만 있으면 얼마든지 국가예산을 확보해서 지역개발을 앞당길 수 있다. 지금 이대로 가다가는 인구 180만 붕괴는 초읽기다. 장차 10개 자치단체가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내년 총선 때 국회의원 잘못 뽑으면 전북은 영영 발전기회를 놓칠 뿐더러 백년하청이 된다. 위기에 처한 전북을 구하기 위해 도민들이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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