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자동화와 전 세계 팩트체커 간 연대 확장 추세
그러나 미국 위주 조직·가이드라인 개선 필요, 현지에 맞는 연대체계 구축 필요
‘글로벌팩트6(Global Fact 6)’의 가장 주요 화두는 ‘기술’을 활용한 팩트 체킹
결과성, 신뢰성과 데이터베이스 구축이라는 장점도 있지만 ‘자본력’에 의해 팩트체크 시장의 기울어진 운동장은 해결해야할 숙제
가짜뉴스는 발전하는 기술력과 함께 점점 정교해지고 있다. 기존에는 단순한 텍스트와 사진조작 정도였다면 이제는 인공지능(AI)기술을 활용해 사람의 외모·목소리·감정까지 변조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가짜뉴스는 진화하는 미디어 플랫폼인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를 통해 광범위하게 확산된다. 올해 개최된 글로벌 팩트6의 가장 큰 화두는 진화하는 가짜뉴스를 다시 진화하는 기술로 잡기 위한 대안 마련이다.
△세상을 어지럽히는 가짜뉴스
지난해 말 카페를 습격하는 사람들을 찍은 동영상이 SNS를 타고 전 세계로 퍼졌다. 해당 영상 게시자는 이 장면을 난민들이 스페인 한 카페를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난민과 다문화가정에 대한 가짜뉴스는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SNS에 예맨 난민들이 한국여성에게 범죄를 저지른다거나 외국인 노동자들의 범죄비율이 높다는 이야기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있다.
이러한 가짜뉴스는 난민과 소수민족에 대한 혐오를 부채질했다. 그러나 해당 영상은 2015년 11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찍힌 것으로 등록금 인상에 반발한 학생들이 일으킨 시위였다. 사실이 밝혀진 이후에도 사람들의 뇌리에는 난민에 대한 혐오감이 남았다.
올 2월 페이스북에서는 신생아 모양의 케이크 사진이 올라왔다. 이 사진은 ‘낙태수술 지지자들이 이 케이크와 먹으며 낙태수술 허용을 기념했다’는 논지에 활용됐다.
네티즌들은 낙태 지지자들을 비난하며 게시물을 빠르게 퍼 날랐다. 이 케이크는 그러나 할로윈 기념케이크로 밝혀졌다.
이는 ‘글로벌 팩트 6(Global Fact 6)’ 서밋에서 주요 가짜뉴스 사례로 선보여진 것들이다.
△가짜뉴스 ‘백신’으로 떠오른 팩트체크 자동화
허위 정보가 봇물처럼 쏟아지면서 사람이 일일이 이를 검증하기란 어렵다. 팩트체크 자동화에 대해 모든 언론이 머리를 싸매는 이유다.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뉴스나 발언을 적시에 검증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실을 검증하는 인간에 대한 신뢰성도 문제적 요소다.
이 때문에 기술과 팩트체크가 결합한 ‘팩트체크 자동화(automated fact check)’가 그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팩트체킹 자동화 기술은 팩트체킹이 가능한 발언을 추출하거나 기존 데이터베이스 검색 결과와 대비시켜 사람의 팩트체크를 보조하는 수준이었지만, 올해 영국의 풀팩트는 글로벌팩트6에서 직접 개발하고 있는 팩트체킹 도구의 발전된 모습을 시연했다. 이들은 신문, TV, 인터넷에 퍼진 주장들을 구축한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단순 참·거짓 여부 뿐만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는 통계 자료 등도 제시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렸다고 자평했다.
메반 바바카 풀팩트 팩트체크 자동화 담당자는 “ 수준 높은 아카이브가 팩트체크 도구를 만드는 데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퓰리처 상 수상자인 미국 듀크대 빌 아데어 교수는 지난 10년간 팩트체킹 또한 디지털기술과 함께 발전해왔다고 평가했다.
가짜뉴스가 기술력을 통해 발전하는 동안 팩트체커들도 자동화를 시도하며 새로운 단계를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듀크대 팩트체크 연구실에 따르면 전 세계 53개국에서 149개의 팩트체크 사이트가 존재하며, 이들은 각자 구축한 데이터베이스를 집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빌 교수는 “팩트체크 콘텐츠의 접근성 강화 차원에서 구글 등 검색엔진에 쉽게 노출시키는 방안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경우 지역신문이나 방송이 네이버 다음 등 포털사이트의 노출도가 낮다는 사실을 접한 빌 교수는“검색시장 장악을 결코 옳은 일이 아니다”며“지역뉴스 또한 많은 독자들에게 다가갈 수도있도록 연대와 기술력의 진보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듀크대 연구진은 팩트체크 자동화와 관련한 미니 세션에서“최근 개발한 클레임 버스터 알고리즘을 거치면 특정 발언에서 문제가 될 만한 문장을 찾아낼 수 있게됐다”며“조만간 대량의 데이터를 매칭 시킬 수 있는 순간이 올 것이고 자동화된 팩트체크 모델이 구현될 것”이라 전망했다.
그러나 참가자들은 팩트체크의 자동화가 결과의 신뢰성과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용이하다는 장점도 있지만 ‘자본력’에 의해 팩트체크의 시장의 기울어진 운동장이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연대로 메워야
이번 ‘글로벌팩트6’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연대와 협업이었다. 실제 이 행사의 개최의 본 목적도 IFCN(International Fact Checking Network)을 중심으로 한 국경을 뛰어넘는 팩트체커들 간의 협업을 이끌어 내기 위함이다.
IFCN은 2015년 미국의 미디어 교육기관인 포인터 재단(Poynter Institute)이 설립한 팩트체크 전문 포럼기관이다. 이곳은 미국언론재단(American Press Institute)과 제휴해서 팩트체커 양성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SNU팩트체크 센터가 지난해부터 다양한 언론인을 선발해 글로벌 팩트에 참가하는 것도 협업과 연대의 길을 찾자는 의미도 숨어있다. 올해 포럼에는 전북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 MBC, 충북MBC, 문화일보, 오마이뉴스, 내일신문, 뉴스톱, 한경닷컴 등 팩트체크 담당기자들과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팩트체크 센터 정은령 센터장이 참석해 서로의 고민을 교환하고, 연대의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IFCN의 미래지향점과 팩트체커 간 연대에 대해서는 전 세계에서 모인 참가자들이 미국위주의 조직구성과 팩트체커 가이드라인이 미국문화에 맞춰진 점 등을 지적하고, 좀더 폭 넓은 수용성을 갖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글로벌 팩트6의 진행을 맡은 바스 바 오르 세크(Baybars Orsek·터키)IFCN 관계자는“연대와 협업만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줄 것”이라며“많은 충고들을 수용하고, 더 나은 연대의 방향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김윤정 기자
※이 취재는 한국언론학회와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 산하 SNU팩트체크센터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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