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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 반일 종족주의?

권순택 논설위원

최근 뉴라이트 계열 일부 인사들이 펴낸 ‘반일 종족주의’가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따른 일본의 수출보복 조치로 한·일간 경제전쟁이 고조되는 가운데 대한민국을 거짓말 나라로 폄훼하면서 일본의 강제 침탈을 옹호하는 곡필(曲筆)에 분노가 일고 있다.

이 책의 필진으로는 이승만학당 교장인 이영훈 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와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주익종 이승만학당 교사 등 보수진영 인사 6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서울과 대구 부산 등지에서 북 콘서트를 열고 ‘반일 종족주의를 타파하자’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도발적인 공개 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들은 “친일은 악(惡)이고 반일은 선(善)이며 이웃 나라 중 일본만 악의 종족으로 감각하는 종족주의가 반일 종족주의”라며 “한국의 민족주의는 본질적으로 반일 종족주의다”고 규정했다.

대법원에서 배상을 인정한 강제징용과 관련, “징용 이전의 모집과 관알선을 통한 조선인의 일본행은 그들의 자발적 선택이었다. 이후 징용으로 일본으로 건너간 조선인은 10만 명 정도였는데 이들에게 일본은 하나의 로망이었다”며 강제징용을 로망으로 미화시켰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선 강제 연행과 성노예로 동원된 사실을 부정했다. 이영훈 교장은 “강제 연행됐다는 건 사료로 인정하지 않는 개인의 증언 등에서 비롯한 심각한 오해”라며 “여인들이 공창으로 향할 때 가난과 폭력이 지배하는 가정을 벗어나 도시의 신생활로 향하는 설렘이 없지 않았듯 위안소로 향하는 행렬도 마찬가지였다”는 망언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위안부 역시 전쟁특수를 이용해 한몫의 인생을 개척한 사람이었다. 이들을 세상 물정에 어두운 무능력의 존재로 간주해서는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엉터리 주장은 1991년 김학순 할머니의 일본군 성노예제에 대한 첫 증언 이후 수많은 위안부 피해자들의 피맺힌 증언과 관련 사료 등을 통해 입증된 역사적 사실을 전면 부정하는 망동에 불과하다.

일본 극우세력의 주장과 논리를 그대로 대변하는 이들은 도대체 어느 나라 국민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일각에선 이들이 일본 1급 전범이 출연한 일본재단의 지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행태는 개인의 영달에 눈멀어 나라를 팔아먹은 을사오적과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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