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일 부사장·주필
정치개혁을 추진하지 않고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될 수 없다. 3만불 국민소득을 4만불로 끌어 올리려면 정치개혁을 제일 먼저 해야 한다. 원래 개혁은 혁명보다 더 어렵다고 했다. 이것을 정치인에게 맡겨서 될 문제가 아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각종 개혁을 국정과제로 삼고 적폐청산을 추진해 일정부분은 국민의 지지를 받았지만 정치개혁은 못 했다. 개혁의 대상한테 개혁을 맡긴다는 게 모순이다. 정치개혁은 선거를 통해 사람을 바꾸는 것부터 시작해야 옳다. 그렇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먼저 국회의원을 바꾼 후에 이들이 제도개선을 하도록 하면 된다. 큰 틀의 정치개혁은 헌법개정을 통해서 이뤄지는 게 순서다.
정치권은 총선이 닥칠 때마다 민심은 천심이라고 떠받드는 척 한다. 이 말은 귀가 따가울 정도로 들어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마이동풍 식으로 끝났다. 민주당이나 3년 만에 다시 헤쳐 모인 미래통합당도 공천에 박차를 가한다. 그러나 전북은 요지부동 속에 무풍지대 같다. 10명의 현역 가운데 정운천 의원을 빼고는 9명이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살아남기 힘든 서울 등 험지로 가서 출마하겠다고 나선 사람이 없다. 모두 편하게 고향 출마를 택했다. 민주당이 전주와 군산에서 전략공천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이 그나마 눈에 띈다.
21대 국회가 정치개혁을 하려면 도민들이 정치판을 새롭게 짜 줘야 한다. 민주당이 권리당원 50%와 시민 50%를 대상으로 전화여론조사를 통해 경선을 하기로 한 것도 문제가 있다. 이 같은 제도는 선거기술자를 뽑는 것이지 진정으로 민의를 대변할 역량 있는 일꾼을 뽑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일반시민 50%를 대상으로 한 취지는 이해가 가지만 얼마든지 민심왜곡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 스마트폰 전화번호만 바꾸면 가능하다. 서울 등 외지인들이 전주에 있는 통신사를 통해 등록지를 바꾸면 안심번호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아 일부 캠프 측에서는 이미 수천 개씩 이 작업을 끝마쳐 놓았다는 것. 외지인이 전주 후보를 뽑는다는 게 납득이 가는가.
민심왜곡으로 자칫 공정성 시비를 낳을 수 있다. 이렇게 경선방식이 허술하게 만들어져 선거기술자들이 권리당원 모집이 끝난 후에 이 작업에 몰두했다. 유권자가 후보 공약이나 정책을 보고 후보를 판단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생략되었다. 오직 전화여론조사할 때 안심번호로 채택될 확률만 높이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착신전화를 갖고 민심을 왜곡하더니 이번에는 더 진화한 꼴이 이 모양이 됐다. 특히 20대 때 민주당 공천자가 국민의당 야권 후보에게 떨어진 이유가 다 이 같은 이유에 기인한다.
야권 후보들은 민주당 지지가 높아 과거처럼 싹쓸이가 재연될 기미가 엿보이자 급기야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우선 호남 야 3당으로 ‘민주통합의원모임’이란 교섭단체를 만들었다. 그 간 현역들이 한번 더 하면 하늘에 있는 별이라도 따다 줄 것처럼 홍보했으나 다 말잔치에 불과했다. 한번 더 해서 역량을 발휘할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사람이 있다. 대부분 국회의원들이 생계형이라서 당선되고 나면 본인과 그 가족들만 호사를 떨고 만다. 우리 국회의원같이 책임 안 지고 권한 많은 자리도 없다. 연간 1억5000만원의 세비에 보좌진만도 4급 2명 등 총 9명이나 된다.
민주당 경선판은 이미 불∂탈법으로 얼룩져 있다. 전북은 민주당 지역정서가 강해 개혁을 이끌 동력이 필요하다. 걸레판이나 다름없이 썩어 문드러진 정치판을 그래야 갈아엎을 수 있다. 특히 3선 이상 현역한테는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익산에서 민주당 이춘석, 민주평화당 조배숙, 정읍 고창에서 대안신당으로 유성엽이 4선에 도전하지만 그들을 과연 전북의 정치적 자산으로 계속 밀어줘야 할지 고민할 때다. 한때 대권후보였던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가 5선 고지를 향해 고향에서 어머니 아버지를 부르짖으며 표 구걸에 나서지만 과거처럼 정으로 판단하면 안 된다. 지금의 겸손함이 지난날의 오만함을 상쇄할 정도로 지역발전과 정치개혁을 위해 밀알이 될 수 있는지 함께 고민해서 그 해답을 구해야 한다.
촛불혁명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권좌에서 밀어낸 민초들이 선거를 통해 정치판을 갈아엎어 줘야 전북도 살리고 나라도 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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