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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부러운 영국 국민

신형식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신형식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얼마 전 TV에서 <다키스트 아워> 라는 영화를 보았다. 2018년 개봉 된 조 라이트 감독의 그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이 치열하게 전개되던 1940년 봄, 프랑스 전선에서 퇴패하고 북부 덩케르크 해안에 고립돼 있던 영국·프랑스 등의 연합군 40만 명을 800척의 군함과 민간어선, 요트 등을 총동원하여 독일 기갑부대와 전투기를 뚫고 영국으로 탈출시킨 다이나모 작전을 그리고 있다. 히틀러의 침략으로 유럽전역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해 역사상 가장 어두웠던 시간으로 불리던 당시, 연합국과 영국의 절대다수 지도자의 반대와 우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악에 절대로 굴복하지 않겠다.’고 토로한 처칠의 의회 연설은 정말 감동이었다. “전쟁에서 패배한 나라는 다시 시작할 수 있지만 항복한 나라는 끝내 일어설 수 없다.”는 처칠의 신념으로 시작해서, “우리는 해변에서 싸울 것이고, 상륙지에서 싸울 것이다. 벌판에서 싸우고 시가지에서도 싸우고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다.”는 불굴의 용기로 수행된 탈출 작전은 결국 세계 역사를 바꾸게 된다. 철저한 고증으로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재현해낸 감독과 배우들의 명연기를 통해 흡사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는 듯 영화에 빠져들었다. 처칠은 세계 전사(戰史)상 가장 위대한 승리로 평가되는 그 작전을 성공시킴으로써 세계인들에게는 자유와 평화를, 영국 국민에게는 무한한 자부심을 선사한 것이다. 영화를 보며 필자는 훌륭한 지도자에 목마른 시대라서인지 영국인이 한없이 부러웠다.

코로나19로 온 국민이 전전긍긍하는 가운데 4월15일 21대 총선을 한 달여 앞두고 온 나라가 시끄럽다. 이번 선거는 선거연령이 18세로 낮춰지면서 약 5만 명의 고3 학생이 선거권을 갖게 되었다. 또 여야 간의 오랜 진통 끝에 마련된 소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로서 우리는 지역을 대표하는 국회의원과 선호하는 정당을 뽑는 데 투표권을 행사하게 된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경우, 지역을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는 후보자를 선택해야 하겠고, 비례대표는 나라의 장래를 위해 최선의 정당을 골라야 한다. 그러나 선택은 항상 쉽지 않다. 처칠은 어떻게 어마무시한 반대 여론과 가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었을까.

이 대목에서 필자가 중대한 결정을 할 때 사용하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대학 학점제와 유사하다. 먼저 20학점 정도에 해당하는 대여섯 과목을 설강(設講)한다. 어떤 과목은 전공필수처럼 중요하니까 4~5학점을 배정하고, 그밖에 전공선택, 일반선택, 교양과목쯤에 해당하는 항목은 그 중요도에 따라 적정 학점을 부여한다. 남북문제, 외교문제, 국가균형발전, 경제활성화, 부동산, 국민복지, 국방문제 등이 과목의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출마자들은 같은 과목을 수강하는 학생이 되고, 국민은 담당교수가 되어 각 과목마다 A, B, C, D, F의 5단계 성적을 매기는 것이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경우에도 같은 방식으로 과목을 맞춤설강하고 출마자들의 공약을 꼼꼼히 비교하여 누적평점을 산정하여 가장 우수한 후보를 선택하는 방법이다.

선거에 무관심했다가 나쁜 지도자를 뽑은 이웃을 탓하며 후회하지 말고, 스스로 선거에 적극 참여해서 최선의 지도자를 선택하는 일은 민주시민으로서의 책무다. 우리 국민만큼 정치에 관심이 많은 나라도 없다. 한때 지나친 관심을 창피하게 여긴 적도 있었으나, 세상을 살면서 투표야말로 1등 복지국가를 건설하는 데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이번 총선에서 내 이웃들이 처칠처럼 위대해지길 빌어본다.

/신형식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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