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불똥이 내게도 떨어졌다. 나라고 피할 수 없었다. 온라인 비대면 강의를 해야만 했던 게 가장 큰 충격이었다. 30여 년 동안 대학 강단에 서면서 이런 날이 오리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강의실에서 학생들 얼굴을 마주보고서 달라진 헤어스타일과 패션, 신상 변화 등을 화제로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고, 가벼운 농담 따먹기도 하고, 때로는 수업태도가 안 좋은 학생을 야단도 치곤했다. 그런데 갑자기 연구실 책상에 앉아 강의 자료를 화면에 띄어야 하는 등 프로그램을 조작함과 동시에 카메라를 쳐다보고서 강의를 하려하니 모든 게 서툴고, 어색하였다. 어색함을 이기기 위해 다른 대학의 한 교수는 ‘안동역’ 노래를 불렀다는 뉴스기사도 보았다. 오죽하면 그랬을까. 충분히 공감이 되었다. 교수가 강의를 녹화해서 온라인 시스템에 올려놓으면 학생들이 아무 때나 그 내용을 스스로 열어보고서 시청했다는 증거를 남겨야만 출석으로 인정하는 시스템이다. 그러다보니 학생들과의 대화나 질문, 피드백이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서 교수나 학생 모두가 불만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 달 전부터 필자는 실시간 화상강의로 바꾸어 보았다. 사전녹화방송을 생방송으로 바꾼 것이다. 비록 교수와 학생들이 서로 화상을 통한 비대면이지만 동시에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전녹화 강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효율적이었다. 실시간 화상강의를 해보니 강의실에서의 대면수업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나름대로 괜찮은 점이 발견되었다. 무엇보다도 학생들이 굳이 학교까지 오지 않고서 집에서 편한 옷차림과 자세로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일부 학생은 간식과 음료수를 챙겨서 강의를 듣는다. 많은 여학생들이 집안에서도 마스크를 쓰고서 수업에 참여하기에 그 이유를 물어보니 세수나 화장을 하지 않아서란다. 어떤 학생은 카페에서, 친구 집에서, 달리는 고속버스 안에서 수강하였다. 학교 강의실에 직접 참석하기 까지 소요되는 시간과 경비, 에너지, 스트레스를 따지면 온라인 강의가 얼마나 편하고 경제적인가. 교수가 화상을 통해 학생들을 모니터할 수 있기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학생들의 강의집중도가 높았고, 토론과 질문이 활발하였다.
팔자에 없던 온라인 강의를 직접해보니 그동안 온라인 강의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부정적인 생각이 많이 사라졌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교육계에도 인공지능 도입이 크게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과 결합한 온라인 수업이 본격적으로 도입된다면 앞으로 지금과 같은 형태의 대학이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10년 후인 2030년에 교수 업무의 59.3%가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이지성, 에이트). 초중고에 인공지능 교사가 등장할 날도 더 빨라질 것이다. 연구에 의하면 아이들은 인공지능 교사를 인간 교사 보다 더 편안하게 여기며, 더 좋아하고, 더 신뢰한다고 한다. 인공지능 교사가 가진 지식의 양이 상상을 초월할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교사는 자기도 모르게 아이들을 편애하거나 차별하지 않고, 인상을 쓰거나 화를 내고 소리를 지르는 일이 없기 때문이란다(이지성, 에이트).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교육자들은 더욱 빨라질 인공지능 도입으로 인한 일자리 대체에 대한 대비뿐만 아니라 새로운 역할을 찾지 않으면 안 되겠다.
‘집안에서도 대부분의 일들을 할 수 있더라.’ 코로나19가 깨우쳐준 사실 중의 하나다. 많은 국가들이 코로나19가 초래할 세상의 변화인 포스트 코로나(post corona)를 분석, 예측,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이 정치, 경제, 가정, 의료는 물론이고 교육에도 심대한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는 것과, 그 변화가 벌써 진행 중에 있다는 것이다.
/권혁남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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