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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공감 2020 시민기자가 뛴다] 무대를 바라보는 방법

올해 초 전북일보 ‘시민기자가 뛴다’의 원고 지필을 제안받고 약속한 다섯 번째, 마지막 원고를 쓰고 있는 시점이다. 지난 5개월 동안 세상은 수없이 반복되며 많은 사건 사고들이 일어났고, 모진 풍파 속에서도 세상은 쉴 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한 달에 한 번 쓰는 원고 마감일은 왜 이리도 빨리 다가오는지 마치 누군가에게 쫓기는 느낌으로 나 스스로를 쥐여 짜며 좋은 글을 쓰기 위해 아등바등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물론 지금도 그러하다. 누군가에게 보여지는 글이기 때문에 단어 하나와 문장 한 줄에 대해 고민을 하고 수없이 글에 옮기고 지우기를 반복하며 마치 공연을 만드는 연출가의 자세로 글을 써왔던 것 같다.

‘누군가에게 보여 진다는 것’, 어떻게 보면 대수롭지 않은 말 일수 있으나 또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나와 같은 예술가에겐 이보다 더 무서운 말은 없을 것 같다. 평생을 타인 앞에 서서 나를 보여줘야 하는 직업이니 말이다. 아마도 무대에 서는 것 자체가 외줄 타기를 하는 곡예사의 심정과 같지는 않을까 생각된다. 그래서 나는 때론 예술가의 모습을 안쓰럽게 바라볼 때가 많다. 그리고 항상 생각한다. 얼마나 고생이 많았을까... 이렇게 나는 어느 순간 공연을 바라보는 관점과 자세에 대해 점차 배워 나가고 있었다.

 

현재 우리 지역은 전북문화관광재단 주최로 ‘전라북도 공연예술 페스타(festa)’사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2017년부터 진행된 본 사업은 본래 전라북도 무대공연제작 지원 사업에서 시작되어 현재와 같은 페스티벌 형식으로 새롭게 구성되었다. 지역 내 다양한 장르의 공연예술 단체들이 창작 초연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고 있는 사업으로 다양한 방법과 시도로 지난 3년간 여러 작품들이 출품되어 지역 내 활발한 창작 활동이 이어질 수 있었다. 심지어 최근엔 대기업에 지원을 받아 서울에서 공연이 이루어지는 작품도 점차 생겨나고 있다.

본 사업에서는 여러 가지 재미있는 상황들을 관찰할 수 있다. 작품이 돋보이는 부분도 있고 배우가 돋보이는 부분도 있으며, 단체마다 새로운 도전과 열정을 확인할 수 있는 상황도 발견할 수 있다. 나는 특별히 이 중에서 공식 연출가로 이름을 알리는 초연 작품에 집중했다. 많은 공연을 모두 찾아다니며 볼 수는 없었지만, 그나마 챙겨 볼 수 있었던 작품은 소리꾼 출신 연출가 송봉금의 ‘꽃 찾으러 왔단다“였다. 사실 나는 이 작품을 준비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 몹시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가 많이 되었던 작품이다. 아마도 나뿐만이 아닌 여러 사람들이 많이 궁금해하던 공연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무엇보다 나는 나와 같은 소리꾼 출신의 연출가가 탄생된다는 것에 많은 의미를 두고 있었으며, 그중에서도 여성 연출가라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많은 작용이 되어주길 바랐다.

 

작품의 내용과 완성도가 잘 갖추어져 있었으며, 배우들의 연기 또한 수준급으로 잘 정돈되어 있어 여러 방면에서 송봉금 연출이 대견하기도 하고 앞으로의 작품들이 궁금해지는 순간이기도 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새로운 작품을 하고 있는 제작진과 배우들의 모습을 보며 몹시 부럽기도 하였다. 오늘만큼은 그들이 주인공인 날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들이 느끼고 있을 성취감이 무엇보다 내겐 절실했던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대중 앞에 작품을 선보인다는 것’, 한편 그들은 작품이 무대에 오르기 전까지 아주 많이 불안하고 두렵고 떨리진 않았을까 궁금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새로운 작품을 대중에게 선보인 다는 것 자체가 아마도 헐벗은 모습으로 세상에 홀로 서있는 심정은 아니었을까? 혹여 죄를 지은 심정으로 대중 앞에 고개를 숙이게 되는 심정은 아니었을까? 그리고 나 자신을 되돌아보며 그동안 예술을 대했던 방법과 자세에 대해서 생각해보진 않았을까? 라는 혼자만의 상상을 해보았다. 사실 내가 그러했다... 작품을 하나둘씩 만들어 나가는 과정 속에서 항상 느끼는 감정들이었으며, 창작의 시간은 점차 예술에 대해 점점 철이 들어가는 과정이었다 생각된다. 무엇보다 작품을 만들면서 그동안 다른 공연들을 무의식적으로 평가하고, 비방해왔던 모습들을 반성하는 계기이기도 하였다. 그만큼 작품을 스스로 만들어 보면 많은 부분을 깨닫게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다.

 

사실 공연엔 완벽이란 없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공연을 진행하면서 단 한 번도 실수를 하지 않는다면 아마도 그것은 예술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관객에게 들키지 않음으로써 우린 좀 더 완벽한 공연을 만들어 내고자 하는데, 결국 예술가는 공연 중 관객이 발견하지 못한 작은 실수라 하더라도 누구보다 자신의 실수를 잘 알고 있기에 그 상황을 자책하고 고뇌하며 또다시 완벽한 공연을 위해 연습을 반복한다. 그리고 또다시 나를 보여주기 위해 관객 앞에 서기를 준비한다.

수많은 연습의 과정을 거쳐 완성된 무대, 관객에게 무대는 어떤 존재일까? 그리고 동시에 예술가에게 무대는 어떤 존재였던가? 결론을 이야기하자면, “언제부터인가 무대라는 공간이 평가를 하는 시험대가 된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 웃고 즐기는 표현의 모습이 있어야 할 공간이 어느덧 평가를 하게 되고, 이러한 구조 속에서 성공과 실패만 인식되는 공연만이 존재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염려가 되었던 것 같다. 그리하여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한 지금 우리에겐 보다 자유로운 환경 속에서 자연스러운 예술이 필요하다 이야기 하고 싶다. 그리고 이젠 결과 중심보다 과정중심으로 작품을 바라봐야 하는 시대이기도 하다는 이야기를 꼭 전달하고 싶다. 그리고 이제부터 예술가도 관객도 서로의 경계를 허물고 ‘누군가에게 보여 진다는 것’에 대한 부담을 내려놓음으로써, 진짜 예술을 만들어 내는 힘과 예술을 바라볼 수 있는 힘이 길러지길 바라며 그동안의 ‘시민기자가 뛴다’의 글을 마무리 해본다.

 

/이왕수 문화예술공작소 예술감독·전주문화재야행 기획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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