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꿈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 꿈을 펼쳐보기도 전에 가난과 어려운 환경으로 청소년들이 자신의 꿈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이에 청소년의 꿈을 지켜주기 위해 전북일보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전북본부는 인재양성지원사업 공동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두 기관은 학업, 예술, 체육 등 특정 분야에 뛰어난 소질과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사회적·경제적 여건의 어려움으로 이를 성장시켜갈 기회가 부족한 아이들을 선발해 지원해 나갈 계획이다. 뛰어난 실력을 갖춘 아이들을 찾아 소개하고 후원자를 매칭해 아이들이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이번 캠페인의 가장 큰 목적이다. 총 3차례에 걸쳐 뛰어난 소질을 가지고 어려운 환경에서 꿈을 향해 뛰어가는 청소년들을 소개한다.
그 마지막 순서로 어려운 집안 형편 속에서도 전통국악이란 꿈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는 전북의 가야금 병창 특기생 정아현 학생을 소개한다.
△ 어려운 환경서도 빛을 바라는 가야금 병창 유망주 ‘정아현’ 양
“얼쑤”
하얀 저고리를 입은 정아현(19)양이 손가락을 튕기며 힘차게 가야금을 연주한다. 가야금 선율에 맞춰 힘찬 판소리도 울려퍼진다. 판소리 다섯마당을 완창하진 못했지만 힘찬 목소리의 울림이 그의 노력을 가늠케 한다.
정 양은 가야금 병창의 떠오르는 샛별이다. 어린시절 할머니의 손을 잡고 떠난 그 날, 지금의 정 양을 만들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흥이 많고, 그림, 노래 등으로 많은 칭찬을 받았다고 한다. 어린 시절부터 주변의 관심을 받아온 탓에 그의 꿈은 예체능 분야로 가야겠다고 정했다고 한다. 초등학교 3학년 시절 할머니는 정 양과 함께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49호 가야금병창 예능보유자 박애숙 명창을 찾아갔다. 여러 번의 간곡한 부탁 끝에 박 명창의 제자로 들어갔다. 그렇게 박 명창과의 오랜 인연이 시작된 것이다.
정 양의 재능은 지난해 꽃을 피웠다. 지난해 제12회 낙안읍성 전국가야금병창 경연대회 고등부 장려상을 시작으로, 제26회 청주박팔괘 전국학생국악대제전 고등부 장원, 제10회 뫼솔 전국국악경연대회 고등부 장려상, 제27회 정읍전국청소년국악경연대회 고등부 별창 우수상, 제2회 전국국악경연대회 고등부 최우수상, 제1회 익산삼기농요 전국국악경연대회 고등부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각종 대회를 휩쓸었다. 전국 대회에서 입상한 그의 다음은 국악 등용문이라 불리는 전주대사습놀이였다. 많은 노력을 펼쳐온 정 양은 올해 펼쳐진 제38회 전주대사습놀이학생전국대회에서 가야금병창부 장원을 차지했다.
이렇게 각종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정 양의 인생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집안이 넉넉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정 양은 어린 시절 부모님의 이혼으로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키웠다. 할아버지는 회사 택시 운전, 할머니는 학교 급식소에서 근무하며 근근이 생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할머니는 척추측만증이 악화되면서 일을 그만두면서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격게됐다. 2015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아이리더로 선정되면서 지원을 받았고, 현재는 후원자도 매칭돼 더 큰 무대를 향한 꿈을 키우고 있다.
정 양은 “집안 사정이 너무 힘들다보니 주변에서 많이 무시당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후원자의 격려의 말과 초록우산의 도움으로 꿈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며 “아직은 고등학생에 불과하지만 향후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한국을 빛내는 이날치 밴드와 같은 퓨전국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 정 양의 스승이자 엄격한 선생님 박애숙 명창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49호 가야금병창 예능보유자 박애숙 명창과 정 양의 만남은 남들과 달랐다. 할머니 손을 잡고 따라 온 정 양을 본 박 명창은 그 이야기를 듣고 가슴이 찡함을 느꼈다.
정 양의 할머니는 레슨비를 낼 형편이 안돼 걱정하는 모습을 본 박 명창은 “그부분은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취미로 하던 정 양은 1년 뒤 박 명창의 권유에 각종대회에 출전하며 차근차근 경험을 쌓았다. 아끼는 제자였던 정 양을 향해 채찍질과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박 명창은 정 양의 장점으로 배우는 자세와 암기력을 꼽는다.
그는 “아현이가 소리를 한 번 알려주면 다음 레슨때 완벽히 습득해 선보였었다”면서 “완벽을 추구하는 노력과 근성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현이는 수 십 년간 한국을 대표하는 재목으로 성장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면서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물려줄 수 있는 제자 중 한 명”이라고 치켜세웠다.
박애숙 명창은 홍정택·조소녀 선생에게 판소리를 사사했고, 김정열 선생으로부터 가야금산조 및 병창을 배웠다.
△ 정아현 양의 든든한 후원자 최일권(63) 임실 에뜨락 카페 대표
최일권 대표는 어려서부터 어려운 환경에서 생활했다. 그렇다보니 가정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싶어한다. 특히 가난으로 인해 꿈을 포기하는 이를 보면 더욱 가슴이 아파온다. 그렇게 그는 초록우산을 후원하던 중 지난 2017년 정 양를 알게됐다. 부모님의 이혼 후 조부모 밑에서 커가는 아이를 보고 마음이 아팠다고 한다. 특히 가정형편으로 무시당하는 정 양을 볼 때마다 안타까웠다. 정 양의 재능이 아까웠던 그는 정 양의 후원을 자청했다. 후원자가 된 이후 그는 정 양을 만날때마다 “돈이 없어도 꿈과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한다. 자신감과 자존심을 높게 가지고 자랑스럽게 살아가라”고 덕담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시대에 흐름에 맞는 예술도 중요하다”며 많은 악기를 사주고 전폭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는다.
최 대표는 “우리는 어려운 처지에 있는 어린 학생들을 후원 등을 통해 양육함으로서 사회 발전에 이바지 해야할 기성세대의 책무가 있다”면서 “쉽지는 않지만 앞으로도 어려운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