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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체제를 만들 수 있을까

백성일 부사장 주필

백성일 부사장 주필
백성일 부사장 주필

밀원이 풍부해야 벌과 나비가 모여드는데 이상기온 여파로 그렇지가 않다. 전북은 산업생태계가 다양하게 구축되지 않아 돈과 사람이 모이지 않고 있다. 예전에는 농사가 돈 만드는 꿀단지였지만 지금은 산업화가 급속도로 이뤄지면서 AI나 로봇, 전기차, 바이오산업이 꿀단지 역할을 한다. 도 당국이 탄소, 수소, 농생명, 관광분야를 특화시켜 나가겠다는 로드맵을 갖고 있지만 과연 중앙정부로 하여금 지원을 얼마나 이끌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수도권 위주의 과밀화정책을 타개하지 않는 한 지역균형발전은 요원하다. 인구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살고 있는 것에서부터 모든 문제가 파생된다. 마치 현 정부가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해 간 것 같지만 실상은 수도권개발로 가고 있다. 이 때문에 코로나19까지 겹친 전북이 지역발전을 도모해 가겠다고 발버둥쳐도 중앙의 재정적인 지원이 별로여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북은 그간 몇 차례 좋은 발전기회를 맞고도 이를 살리지 못했다. DJ·노무현·문재인정부 때가 바로 그 때였다. 그러나 그 기회를 살려 나갈 리더의 정치적 역량이 부족해 지역발전으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마치 지사가 중앙정부를 상대로 큰 일이나 하고 다닌 것처럼 했지만 MB 때 도민 이름을 빌어 사은숙배 형식의 용비어천가를 써야 하는 수모를 겪었다. 유종근 전 지사를 제외하고는 정치력이 떨어졌다. 국비를 확보해서 대규모 사업을 추진하려면 스스로 로드맵을 만들어 청와대나 중앙부처를 수없이 찾아 다니면서 장·차관을 설득해야 가능하다. 이 과정은 국회의원과 도 당국이 원팀이 돼서 백방으로 뛰어 다녀야만 이뤄진다. 그러나 제각각으로 놀았다.

그간 도민들이 진보정권을 밀어 줘 정권을 설득할 합리적인 토대는 만들어졌다. 하지만 도와 정치권이 협력하지 않고 엇박자를 이뤄 지역개발을 제대로 도모하지 못했다. 부산 같은 지역은 서로가 다투다가도 지역 일이 생기면 한몸이 돼서 순발력 있게 대처해 간다. 전북은 말로만 원팀 운운하지 자신의 지역구 일이 아니면 소 닭 보듯 한다. 남원 서남의대 폐교로 생긴 정원을 살려서 공공의대를 만들기로 한 것이 안 된 것도 정치권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성주·이용호 의원 정도나 관심 갖고 움직이지 나머지는 관심도 없다.

군산조선소 재가동 문제도 신영대 의원 혼자 고군분투한다. 선거 때 신 의원이 1년 안에 해결하겠다고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그리 문제가 간단치 않다. 기업의 문제라서 설령 청와대가 개입한다고해도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 문제는 전북정치권이 똘똘 뭉쳐 오너인 정몽준 전 의원을 설득해야만 풀 수 있다. 여기에 도와 정치권이 군산경제를 살려내겠다는 확실한 의지를 갖고 매달려야 한다. 명신이 전기차를 생산하지만 아직 군산은 불꺼진 항구 같다.

전북은 지금 다른 지역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조용히 지역발전을 도모한 충청권의 사례를 살펴야 한다. 그간 정치적으로 호남 세에 눌렸던 충청권이 세종시가 들어서면서 대전·청주까지 아우르는 광역권을 형성, 사람과 돈이 모여들었다. 오송의 바이오단지가 그 중심에 있다. 산·학·연 체계를 구축한 결과 그 효과가 충청권 전체로 확산되었다. 이처럼 충청권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주민들이 여야 간 경쟁의 정치 틀을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총선과 지선 때 여야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정치적 구도가 만들어진 게 지역발전을 가져온 성공의 열쇠다. 충청 주민들은 일방독주체제로는 발전할 수 없다는 것을 일찍 깨달았다.

이제 대·지선을 앞두고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대선 때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으니까 문재인 정부가 알아서 챙겨 줄 것이라고 믿었다면 그건 순진무구한 생각이다. 유권자가 줄었지만 대선 때 전북 목소리를 내서 우리 몫을 확보하려는 처절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 정에 휩쓸려 지역주의로 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 체면에 못 이겨 민주당 입당원서를 무작정 써줄 게 아니라 누가 진정으로 지역을 발전시킬 리더인가를 잘 알아야 한다. 도민들은 그간 권리 위에서 낮잠을 실컷 잤다. 사람과 돈이 모이는 전북을 만들려면 이대로는 안 된다. 경쟁체제로 가야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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