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국민은 그를 ‘태이(Thay)’라 불렀다. 베트남어로 ‘태이’는 ‘스승, 스님’을 뜻하니 이 애칭(?)은 그에 대한 무한한 존경과 흠모, 경외의 표현이었을 터다. 세계적인 불교 지도자이자 평화와 인권 운동가인 틱낫한 스님이 지난 22일 입적했다. 세속 나이 95세 법랍 79세. 열여섯 살에 선불교에 입문해 승려가 된 이후 줄곧 ‘참여 불교’를 주창해왔던 그는 실천적 사회활동을 이어오면서 고통받는 사람들을 찾아 부처의 자비를 전하고 실행한 이 시대의 정신적 지도자였다.
그는 베트남 전쟁이 발발하자 전쟁 반대에 나섰다. 베트남 정부는 그를 추방했지만 전 세계를 돌며 법회와 강연으로 전쟁 반대와 비폭력 메시지를 전했다. 1973년 프랑스로 망명한 이후 그의 사회적 실천은 더 활발해졌다. 1982년에는 세계 각국의 승려들은 물론, 종교와 종파를 넘어 모든 종교인이 함께 수행하는 명상공동체 ‘플럼 빌리지’를 열었다. 덕분에 마음 수행과 걷기 명상을 통한 평화 메시지는 널리 전파되었고 세계 각국에서 앞다퉈 대중적인 명상프로그램을 만들어냈다.
틱낫한 스님은 저술가로서도 특별했다. 불교 명상법을 일상에 접목해 누구나가 쉽게 읽을 수 있게 풀어 쓴 저서만도 80여 종. 설법과 영적 안식과 치유를 위한 저서까지 100여 종이 넘는 책을 펴낸 스님은 간결하면서도 시적인 언어로 수많은 대중의 마음을 끌어들였다.
스님이 한국에까지 널리 알려진 것도 대표적 저서 <화> 가 베스트셀러가 되면서다. 일상적 감정인 화를 다스리는 방법과 행복의 실체에 다가가는 방법을 전해주는 이 책은 2002년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소개된 이후 여러 해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며 100만 부 넘게 팔렸다. 그는 두 차례 한국을 방문했는데 90년대 처음 왔을 때는 주목받지 못했으나 <화> 가 베스트셀러가 된 직후 방한 때는 ‘틱낫한 붐’을 일으켰을 정도였다. 화> 화>
스님은 시대가 처한 환경에 따라 새로운 계율을 제시하기도 했다. 대선을 앞두고 정책대결보다는 정쟁이 횡행하는 이즈음 유독 마음에 와닿는 계율이 있다.
‘자신만 진리를 독점하고, 타인은 틀리고 열등하다는 생각이 평화를 깨고 갈등과 폭력을 낳는다.’
스님의 열반 하루 전, 서울의 조계종에 전국의 승려들이 모였다. 5000여 명이 모였다는 승려대회의 취지는 ‘종교 편향·불교 왜곡 근절과 한국불교 자주권 수호’다. 코로나의 위기가 엄중한 시절에도 불구하고 대회를 연 불교계의 절박함을 모르진 않겠으나 궁금해지는 것이 있다. ‘소통이야말로 이해심과 자비심과 평화의 길’이라고 설파했던 틱낫한 스님의 계율이 실천되는 지점은 어디일까.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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