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우리 청 4층 구내식당에 빗물이 들이찼습니다.”
지난 8월 초 군산에 장대비가 내려 피해가 속출할 때, 새만금개발청에서도 청장과 직원들이 연일 철야하면서 비상사태에 대비한 터였다. 비가 완전히 물러간 아침, 피해상황 점검회의에서 새만금 권역 내에서는 별 피해가 없어 안심하던 차에, 운영지원과장이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막상 우리가 난민이 되었네요. 우리가 복구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거고, 건물주인 농어촌공사가 수리해주나요?”
“오늘은 어렵고 내일이나 되어야 수리할 사람이 온다고 합니다. 당분간 구내식당 이용이 어렵습니다.”
새만금개발청사는 새만금 국가산업단지에 있고 군산 국가 산업단지와 마주하고 있다. 지난 2018년에 부랴부랴 세종시에서 조직을 이전하느라 당시 농어촌공사 새만금 산업단지 사업단에서 사용하던 건물을 임차하여 사용하고 있는데, 사실 등기도 되어있지 않고 건축물대장에도 없는 가건물을 빌려 쓰고 있는 형국이다. 더구나 청사 주변에는 제대로 된 편의시설이 없어 직원들이 시내까지 차로 20여 분을 이동해야 하는 실정이다.
새만금개발청에 연일 고언을 아끼지 않는 A일보 B기자는 최근 기사에서 지난해 새만금개발청 인력 운영이 파견자 중심이고, 타 부처 전출도 심각한 수준이라는 내용을 꼬집었다. 대체로 동의한다. 다만 이러한 상황에 대한 원인분석과 개선대책이 함께 언급되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이러한 문제의 해결은 결국 새만금개발청의 몫이 맞다.
필자는 국토교통부에 재직할 당시에 신행정수도, 행정도시, 혁신도시, 기업도시 등의 사업을 총괄해 본 경험이 있다. 이때 새로운 도시의 초기 성패를 좌우하는 것 중 하나가 이전・정주대책의 합리적 수립과 원활한 집행이었다.
혁신도시의 예를 들면 2005년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 수립 시, 중앙부처 외에도 이전지역 지자체가 앞다퉈 이전기관 지원대책을 마련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했으며, 아직도 지원대책을 보완하기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한 면에서 새만금개발청의 이전과정은 아쉬움이 있다. 예를 들어 지역에서는 통근버스 운행을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새만금개발청 앞에는 군산시내는 고사하고 군산대앞까지 가는 버스만 1시간에 한 번 설 정도다. 즉, 대중교통으로는 출퇴근이 곤란하다는 얘기다. 아마 이곳은 수도권과 세종‧충청권을 제외하면 중앙행정기관이 입지한 유일한 지역일 것이다. 그것도 산업단지 한 가운데. 오죽하면 기재부와 행안부도 새만금개발청의 입지와 근무환경에 대해서 안타깝게 보고 있을까!
필자가 청장으로 부임한 이후 직원들이 가능한한 생활에 불편함이 없고 현지에 정을 붙이도록 여러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초임 부임자들이 장기근무 할 수 있도록 여건을 개선하고 있다. 실제 전북지역 거주 직원이 청사 이전 당시보다 3배 이상 늘어난 상황이다. 지역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려 노력하는 새만금개발청 직원들에게 따뜻한 눈길로 격려해주시면 감사하겠다. 사실 새로 부임한 청장이 예전에 비해 무척 일을 많이 시켜 직원들에게 미안한 건 별도이다.
참, 그나저나 그날 점심 식사는 어떻게 했냐고요? 모두 빗물섞인 도시락을 먹었습니다.”
/김규현 새만금개발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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