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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법종 교수의 전라도 이야기] ⑨포크가 사용한 1884년 당시 최첨단 장비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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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0년대 유리원판 사진기와 삼각대

△포크, 현존 최고의 전라도지역 기온∙기압 측정 자료를 남기다

1884년 포크의 조선 삼남지방(충청,전라,경상)에 대한 조사 목적중 핵심사항은 금강 특히, 영산강에 화륜선이 진입할 수 있는 가에 대한 조사였고 이와 함께 각 지역의 지형 및 지리 그리고 정확한 지역 정보 확보였다. 이를 위해 포크는 1880년대 최첨단의 측정 도구들을 휴대하고 조사에 착수하였다. 즉, 포크의 기록은 1884년 11월1일부터 12월 14일까지 44일 동안 조선의 대표적 전국 지도인 대동여지도를 기반으로 서구의 근대적 측정기구를 활용하여 이동 시간(시계), 거리(목측 관찰), 방향(나침반), 온도(수은 온도계) 및 기압(아네로이드 기압계), 고도(기압변화 활용 추정) 그리고 생생한 조선사회의 이미지 채록기인 사진기를 활용하여 조선의 당시 정보를 유례 없이 정확하게 기록한 현존하는 최초의 조사 보고 자료이다. 

 포크는 특히, 소지한 자료중 매일 매시간마다 회중시계와 해군용 나침반, 화씨 온도계와 아네로이드 기압계를 활용하여 각 지역의 지리, 지형 정황과 기온 기압을 측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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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가 조선의 삼남지역 조사시 사용한 1880년대 측정기기들. 오페라 망원경, 미군용 망원경, 해군용 나침반, 아네로이드 기압계(수은 온도계 결합식), 태엽식 회중시계,

△1884년 포크가 방문한 초겨울 전라도는 상대적으로 포근?

인류가 온도 기록을 체계적으로 한 것은 1659년 영국의 기상학자들이 날씨 관련 통계를 모으면서 그 시작되었다. 그러나 각국이 데이터를 정리, 공유하기 시작한 것은 1873년부터이고 공식 세계 기상 기록은 1880년대부터 시작된 것이다. 

한편, 조선의 기상 관측 제도는 1876년 개항을 기점으로 개항장을 드나드는 선박의 안전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가장 먼저 실시되었다. 7년의 무관세시대를 지나고 1882년 미국과 통상조약을 맺으며 관세자주권을 확보하고 1883년에 처음 설치된 인천·원산·부산 해관에서 기온관련 측정 자료들이 기록되었는 데 1883년 8월 12일 부산지역 기압과 기온 등의 자료가 현존 최고 자료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근대 온도 측정의 역사는 주로 해관이 있던 부산,원산,인천이 측정 대상지역이었다. 그런데 그 1년후인 1884년 11월 포크가 내륙 지방인 충청,전라,경상지역에 대한 최초의 측정자료를 남겨 놓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포크의 기록은 전라도지역 최초의 기온과 기압자료로서 그 가치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당시 온도 측정단위는 '화씨(華氏)'온도였다. 이는 최초 고안자인 독일의 파렌하이트(Fahrenheit)를 청나라에서 ‘화륜해특’(華倫海特)으로 음차한 표현 앞글자 ‘화’에 존칭어 ‘씨’를 붙여 ’화씨(華氏=℉)‘란 표현이 유래했다. 

우선 포크가 남긴 전라남북도 지역의 온도관련 기록 내용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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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 우리나라 기후평년값  [일별평년값] 조회기간 1991~2020년. 마지막 항목 온도는 최고온도/최저온도

 

표에 나타난 내용을 보면 포크가 측정한 장소의 값이 아닌 지역 평균값이긴 하지만 일단 140여년전인 1884년의 측정값과 1991-2020년 평균값이 큰 차이없이 최고, 최저값 범위에서 유지되었음을 볼 수 있다. 그런데 기온차가 특이하게 나타난 곳이 3군데 확인되어 주목된다.

먼저 11월 12일 전주의 경우 최고기온 평균치보다 7°C이상 높은 기온을 보여주고 있으며  정읍 군령다리마을의 경우 정읍지역 최고 평균값과 8°C이상의 현저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어 주목된다. 전주의 측정값은 금구로 출발한 오전 시간대의 측정값이고 정읍 군령다리마을의 경우 이곳이 갈재(노령)밑 계곡에 위치한 지형적 특징일 수 있지만 아침 8:45의 측정값이란 점을 감안 할 때 두 기록 모두 매우 높은 온도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 같은 결과는 포크가 여행했던 1884년 겨울의 상황이 상대적으로 따뜻했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포크는 기록에서 춥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하였지만 11월 9일 금마(익산)에서 삼례로 가는 길에서 ‘벌거벗은 아이들’과 ‘다리가 드러난 채 맨발의 남자’들을 기록한 상황과 이 기온 상황이 대비된다. 특히, <비변사등록>에 1884년 9월(음) 기록에 전라, 충청, 강원 감사들이 목화농사의 참혹한 흉년상황을 보고하고 있는 내용과 연결되는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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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가 휴대한것과 같은 유형의  1880년대 아네로이드기압계와 화씨 온도계 결합형 기압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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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가 사용 한 19세기 미국 해군용 나침판과 같은 유형의 나침판. 붉은 원 방향이 NEbE(북동미동)

△기압계와 나침반을 들고 조선의 지형, 지리 상황을 측정하다

포크가 사용한 아네로이드 기압계는 1643년 토리첼리가 처음 사용한 수은같은 액체를 사용하지 않고 기압을 측정하는 장치로 1844년에 프랑스 과학자인 비디(L. Vidi, 1805–1866)가 고안했다. 아네로이드(aneroid)는 그리스어로 액체가 아니라는 뜻인데 아네로이드 기압계 안에는 얇은 금속판으로 만들어진 납작한 상자가 들어 있고 상자 안은 진공으로 되어 기압의 변화를 나타냈다. 1880년대에 아네로이드 기압계는 수은을 사용하지 않고 가벼워 휴대하기 편리하였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기압 측정 단위는  밀리바(mb) 또는 헥토파스칼(hPa)을 쓰는 데 당시 영국과 미국에서는 대기압을 인치 수은(inHg)으로 측정하였다.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단위는 ‘인치 수은’(약 33.86헥토파스칼 또는 33.86 밀리바)로  표준 대기압은 약 29.92 인치 수은이다. 

그리고 포크가 사용한 기압계는 해발 고도가 높아질수록 기압이 떨어지므로 평지와의 기압차를 이용해 산의 높이를 추정하는 간이 고도계로 사용할 수 있었다.  포크의 조사자료에 나타난 수치와 비교하면 전라도의 평지지역은 표준기압보다 높은 30이상의 수치를 보여주었고 높은 고개인 정읍 갈재 고갯마루(=276m)나, 고원분지로 올라간 남원운봉 여원치(=477m) 등은 표준기압보다 낮은 수치를 보여주어 산지지형 상황을 수치화한 최초 기록인 포크기록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포크는 미국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한 엘리트 해군 장교로서 방향을 기록할 경우 항해, 측량 시에 사용하는 전문용어를 사용하였다. 예를 들어포크는 자신의 일기에는 방향을 표시할 때 ‘northeast by east’라는 방식으로 기록하였다. 이는 사전적 의미로 “[항해 측량용어] 북동미동(北東微東): 동북에서 110˚15’ 동쪽으로 치우친 방위(方位). NEbE.”라는 의미이다. 이는 전형적인 해군의 방위 표시방식으로 매우 정확한 방위를 나타낸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번역할 때 모든 방향을 이렇게 나타낼 수 없어 “북동(北東)” 으로 단순화해 옮겼지만 실제 방위는 이같이 매우 정교하게 표현하였다. 그것을 알 수 있는 자료가 사진에 제시한 ‘19세기 미해군용 나침판’에 잘 나타나 있다.

 이같이 포크는 방향설정에서도 당시 표현할 수 있는 최상의 정보를 담아 자신의 기록을 남겼다.

/조법종 우석대 교양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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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법종 우석대 교양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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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법종 #전라도 이야기 #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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