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크 사진에 나타난 전라감영 선화당 내부 기물들
포크가 찍은 현존 2장의 전라감영 선화당 내부 사진을 통해 관련 기물 복원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 진행되였다. 첫 번째 전라감사가 찍힌 사진을 통해서는 지난 기고(2023.8.22.)에서 설명한 전라감영 선화당 용호병풍과 감사가 앉은 의자복원을 진행하였다. 그리고 두 번째 ‘전주 기생의 북춤’ 사진에서는 상대적으로 많은 정보가 나타났다.
사진에 나타난 내용들은 왼쪽 위에서부터 보면 ①선화당 주련문 ② 창틀 ③실내 목재 칸막이 ④중간 기둥 현판 ⑤ 삼지창형태 기물[둑纛]과 기치대 ⑥왼쪽 기둥 하단 종이싸개(주근도지) ⑦바닥 돗자리(지의) ⑧ 중앙의 큰 북 ⑨ 바닥 오른쪽 안식 등이 확인되었다.
한편 포크의 조사기록에는 전라감영 선화당 내부에 대해 사진찍듯이 묘사한 설명이 있는 데 사진 내용과 거의 비슷한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포크 기록에는 선화당 건물 외양이 기본적으로 기둥에는 붉은 칠이 칠해져 있고 처마 아래 창방과 평방 및 공포에는 화려한 단청이 그려져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는 향후 선화당 등 건물단청의 기본 정보로서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고 사진의 바닥 돗자리[지의]와 좌대와 안식, 삼지창[둑기]과 기치대 등이 언급되었고 사진에 보이지 않는 ‘천장의 가로 세로 4피트(120cm) 크기의 커다란 네모난 종이등’이 언급되었다.
△조선 국왕이 전라감사에게 군사권을 위임한 상징, 둑기(纛旗) 복원
필자는 전라감영복원재창조위원회 부위원장으로서 앞서 병풍복원과 함께 기물 고증을 진행하여 조선왕실 기물 전문가인 장경희교수(한서대)에게 연구를 부탁해 관련 연구가 진행되었다. 이를 통해 진행된 가장 주목되는 복원품이 사진 ⑤인 ‘둑기’였다.
‘둑’은 감사를 상징하는 기물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소꼬리나 꿩의 깃털로 장식한 큰 깃발인 ‘독(纛둑 독)’을 ‘둑’이라고 읽는다. 이는 고대 중국에서 장례에 사용되던 깃발[纛]에서 기원하여 한 대(漢代)에는 군사용 기로 사용되었다. 특히, 왕이 지방 군사령관인 관찰사에게 군대 통솔권을 위임해준 것을 상징하는 것으로 긴 장대에 장식을 달아 깃발을 만든 것이다. ‘둑’은 고려시대이래 군통수권자를 상징하여 군영에 둑을 설치하고 둑 주변에서 군령을 집행하거나, 군대의 출병에 앞서 둑제사를 거행하여 군대를 통솔하는 상징으로서 활용했다. 이 전통이 조선에도 계승되었는 데 이와 관련하여 서울의 ‘뚝섬’ 명칭이 바로 이곳이 태조이래 왕이 직접 군대를 사열하거나 출병할 때 이곳에 둑기(纛旗)를 세우고 둑제(纛祭)를 지냈기 때문에 둑섬에서 뚝섬이 된 유래에서 잘 알 수 있다.
이같은 둑기가 전라감영 선화당 사진에서 확인되어 각 지방 군통수권자인 관찰사에게 이같은 둑기가 하사되었고 이를 집무실인 선화당에 비치하였음을 알수 있었다. 그런데 조선시대 둑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즉, 둑제(纛祭)를 지낼 때 사용하는 병기로서의 둑이고, 또 하나는 종묘나 문묘에서 무무(武舞)를 출 때 악기로서 사용하는 둑이다. 그리고 조선 전기에 병기에 해당되는 둑은 나무로 창처럼 생긴 자루를 만들고, 창 아래쪽에 말꼬리털로 만든 상모를 둥글게 꽂은 형태이다. 조선후기 의궤를 비롯한 문헌에 그려진 둑은 자루 끝의 창의 형태가 단창에서 삼지창의 형태로 변화되는 것이 특징이었다. 따라서 전라감영 선화당에서 발견된 둑은 이 같은 조선 전 후기 양식을 모두 갖고 있다는 점에서 전기, 후기 기물이 함께 비치된 것으로 보인다. 이 둑을 복원하는 데 있어 다행히 삼지창 형태의 국립민속박물관 소장의 둑 유물을 참고하고 단창은 <악학궤범> 그림을 참고하여 복원하였다. 그리고 창날 밑에 술이 내려져 있는 데 붉은색 홍둑과 검은색 흑둑 2종류로 나뉘어져 기록에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악학궤범> 등 자료에 나타난 색이 모두 홍둑으로 되어 있어 일단 홍독(紅纛)으로 재현하였다. 그런데 최근 AI기술로 흑백사진의 음영값 등을 고려해 원래 컬러 색을 복원해주는 프로그램을 통해 ‘전주 기생들의 북춤사진’을 복원해 보았다. 그런데 이를 통해 2020년 필자가 진행한 색 복원이 잘못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즉, 복원된 사진에서 오른 쪽 둑기 색이 삼지창 ‘홍독(紅纛)’과 단창 ‘흑독(黑纛)’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향후 붉은 색 ‘단창 홍둑’을 검은 색 ‘흑둑’으로 수정해야 한다. 또 포크가 언급한 전라감사 및 기생들의 옷 색도 상당히 유사하게 나타나 향후 AI컬러 복원을 통해 사진속 인물들의 복장 재현에 참고할 수 있게 되었다.
△선화당 주련문의 복원
한편, ‘북춤사진’에서는 기둥마다 ‘주련문’ 들이 보이고 있다. 주련(柱聯)은 시구나 문장을 종이·판자에 새겨 기둥에 걸어 두는 것으로 건물의 격을 높이는 장식물이다. 경계와 교훈, 건물 자체의 정체성 등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전라감영 선화당의 주련문은 전라도 최고 통치공간 선화당의 위격을 높여주는 가장 중요한 문화자원이다. 그런데 그동안 선화당 주련문의 실체는 알 수 없었고 단지 ‘북춤사진’에 나타난 일부 흔적으로 그 내용을 추정할 뿐이었다. 그런데 2020년 10월 전주역사박물관(당시 관장 이동희)에서 조선말 채경묵이 엮은 <풍패집록>에서 ‘선화당 주련’이 소개되었고 최근 국역 출간(이동희 등,<국역 풍패집록>2023)되어 그 실상을 알 수 있다. 즉, 사진 속 정중앙의 글귀가 “염경장주춘의(艶景長住春意): 아름다운 경치는 봄기운 오래 머물게 하네”라고 하여 전주 천변의 아름다운 풍광을 노래한 것으로 보이는 글귀가 이번에 찾은 <풍패집록> 주련문과 일치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따라서 이러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향후 전라감영 선화당 내부의 주근도지, 지의, 사각 한지 등, 안식 등의 기물과 주련문 등을 복원하는 추가 작업이 요청된다.
/조법종 우석대 교양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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