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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전북의 문학 명소] 3. 문학을 만나는 문화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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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앞세운 공간들

남원시·순창군·완주군·임실군의 다양한 문화시설 중 문학인과 문학 작품을 떠올릴 수 있는 곳은 16곳 정도다. 그중 남원시의 남원고전소설문학관과 혼불문학관, 순창군의 설공찬전테마관, 완주군의 그림책미술관과 삼례책마을문화센터, 임실군의 섬진강댐물문화관은 문학과 책을 앞세운 공간이다.

전라도 남원부에 살고 있던 한 노총각 양생이라는 사람이 일찍 부모를 잃고 결혼도 못 한 채 만복사 동쪽 골방에서 홀로 세월을 보내고 있었다. ∥김시습의 「만복사저포기」

전라도 남원에 최척이라는 젊은이가 일찍 어머니를 잃고, 홀로된 아비와 살았다. ∥간호윤 역, 「최척전」 (선현유음)

남원고전소설문학관에는 한국 문학사의 보고인 남원의 숱한 자랑거리가 있다. 「만복사저포기」, 「변강쇠전」, 「최척전」, 「춘향전」, 「홍도전」, 「흥부전」 등 남원을 배경으로 한 고전소설에 담긴 구구절절한 사연을 소개한다. 「만복사저포기」 속 노총각 양생은 바라던 여인을 만나 대대손손 잘 살았는지, 죽을 고비를 수도 없이 넘긴 「최척전」의 옥영에게 장육존불이 “삼가 죽지 않으면 반드시 즐거운 일이 있으리라.”라고 했던 말의 의미는 무엇인지 고전소설문학관 문을 열면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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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고전소설문학관, 설공찬전테마관, 섬진강댐물문화관, 그림책미술관. (왼쪽부터 시계방향)

 

혼불문학관은 최명희(1945~1998)의 소설 「혼불」의 배경지인 사매면 노봉마을에 있다. 전시장에는 작가의 집필실을 재현해 놓았으며, 강모와 효원의 혼례식, 강모와 강실의 소꿉놀이, 액막이 연날리기, 효원의 흡월, 청암부인 장례식, 춘복이의 달맞이 등 소설의 주요 대목을 디오라마로 소개한다. 서도역, 청호저수지, 종갓집, 호성암 등 소설 속 공간도 지척이다.

설공찬전테마관은 순창군을 공간적인 배경으로 한 채수(1449∼1515)의 「설공찬전」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은 순창에 살던 설충란의 아들인 공찬이 죽은 뒤 혼이 돌아와 남의 몸을 빌려 이승에 머물면서 자신의 원한과 저승의 일을 들려주는 전기 소설로, 실존 인물과 허구 인물이 적절히 섞여 있어 이야기 속으로 쉽게 빠져들게 했다. 게다가 여성도 글을 알면 관직을 맡을 수 있고, 임금도 주전충(당을 무너뜨리고 후량을 창건한 중국의 장군) 같은 사람이면 지옥에 간다고 말하는 순창 설씨들의 기백도 느낄 수 있다. 테마관은 순창 설씨가 집성촌을 이룬 금과면에 2021년 문을 열었으며, 전시장에서는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의 묘와 생가터, 관련 유적도 알 수 있다. 「설공찬전」은 「홍길동전」(1612)보다 100년 앞선 최초의 한글 소설(혹은 한글 표기 소설)로 꼽힌다.

완주군 삼례읍에 있는 그림책미술관은 우리나라에 처음 생긴 그림책특화미술관이다. 2층 건물인 미술관은 ‘빅토리아 시대 그림책 3대 거장전’ 관람을 비롯해 다양한 체험 활동까지 할 수 있다. 전시장 곳곳 동화 속 주인공을 본뜬 인형들은 단조로울 수 있는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으며 관람객을 동심의 세계로 이끈다. 삼례책마을문화센터는 10만 권 이상의 헌책을 보유한 헌책 애호가들의 성지다. 오래되고 낡은 양곡 창고를 개조해 잊혀 가는 고서적을 다시 숨 쉬게 했다. 헌책이 빽빽하게 꽂힌 책장 사이를 걸으면 마른 낙엽이 깔린 숲길에 와 있는 상상에 젖는다.

K-water 섬진강댐관리단에서 운영하는 섬진강댐 물문화관은 섬진강의 역사와 옥정호의 아름다운 비경을 알리기 위해 2015년 임실군 운암면에 세워졌다. 1층에서는 옥정호 이야기와 섬진강문화지도로 강의 풍경을 말하고, 2층 전시장은 김용택의 시 「섬진강」, 박경리(1926∼2008)의 소설 「토지」, 최명희의 소설 「혼불」 등 섬진강 물길에 담긴 굵직한 문학 작품을 소개하며 강에 얽힌 역사·문화·사람을 들려준다. 일제강점기에 추진된 구 운암댐과 섬진강댐 건설 과정에 대한 숨은 이야기도 만날 수 있다.

 

△문학 작품을 오감으로 만나는 공간들

남원시의 국립민속국악원과 춘향문화예술회관, 완주군의 완주향토예술문화회관, 임실군의 필봉문화촌은 공연과 전시를 앞세운 공간으로, 연극·창극·국악뮤지컬 등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소재로 한 다양한 창작 무대를 만날 수 있다.

국립민속국악원은 전통음악문화를 호흡하고 느끼며 새로운 음악문화를 창조하기 위해 마련된 국립민속예술기관이다. 1997년 문을 연 공연장 예원당(560석)과 예음헌(100석)은 소리의 맥을 잇는 다양한 공연을 올리며 과거와 미래가 민속 음악을 통해 만나고 한데 어우러지는 자리가 되고 있다. 또한, 민속악 자료를 발굴하고 학문 정립을 위한 연구 활동에 힘써『대한민국 창극사』,『이야기로 듣는 남원국악사』,『전라도의 가락』,『전북의 허튼가락 산조』,『지리산 자락의 민요』,『호남춤의 맥 脈』 등 많은 학술자료를 내고 있다. 자료들은 국립민속국악원 누리집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춘향문화예술회관은 남원 문화예술 활동의 중심이다. 공연장에서는 남원시립국악단의 창극 <만복사저포기>·<정유년 남원성싸움>·<여류명창 이화중선>·<춘향 아씨>, 가무악극 <남원뎐>, 창무극 <남원골이야기>, 국악뮤지컬 <시집가는 날>·<춘향 네 개의 꿈>, 퓨전창극 <소리꾼 청향>, 가족국악뮤지컬 <달래 먹고 달달, 찔래 먹고 찔찔> 등 남원의 역사와 문화를 소재로 한 다양한 창작극을 무대에 올리며 도시의 역사를 켜켜이 쌓아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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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문화예술회관, 국립민속국악원, 필봉문화촌, 완주향토예술문화회관. (왼쪽부터 시계방향)

 

완주군 삼례읍에 있는 완주향토예술문화회관도 완주를 소재로 한 다양한 창작극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경천면 화암사의 창건설화를 바탕으로 한 연극 <비밀의 꽃 ‘화암우화전’>, 용진면 출신 명창 권삼득의 이야기를 다룬 창극 <내 소리 받아 가거라>, 삼례면의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소리극 <삼례, 다시 봄!>, 용진읍 봉서사에 부도가 있는 진묵대사를 소재로 한 연극 <천년을 뜨고 지면-진묵, 노닐다 간 자리> 등이다. 특히, 이서면 앵곡마을을 배경으로 한 고전 「콩쥐팥쥐」는 민속인형극 <콩쥐 팥쥐 꼭두각시 놀음>과 창작뮤지컬 <新 콩쥐팥쥐뎐>, 연극 <콩쥐팥쥐뎐> 등 다채로운 무대극으로 관객의 마음을 콩닥콩닥 뛰게 했다.

필봉문화촌은 사시사철 임실필봉농악(국가무형문화재 제11-5호)이 울린다. 300년 정도의 역사를 지닌 필봉농악은 임실군 강진면 필봉리에서 전승된 호남 좌도 농악의 대표적인 풍물굿으로, 붓끝처럼 생긴 마을 뒷산 필봉산에서 이름을 따왔다.

조선의 꽹과리 소리는/ 조선인의 혼 깨우는 소리/ 그 소리 울려 가는 곳에서/ 왜귀신 양귀신 혼쭐나고/ 은하계의 별들마저 신명춤 어우러진다 // 남원땅 임실군 강진면 필봉리/ 하늘의 뜻이 있어/ 도깨비 거느리고 내린 신선/ 한 명인의 탯줄 끊으시니/ 그 울음 만고의 소리로 화하고/ 깽매 깽매 그 꽹과리 소리/ 지리산도 더덩실 어깨춤 흥겨웠어라

∥문병란의 시 「꽹과리 소리 한평생」(부제 ‘故 양순용 선생 영전에 드립니다’)

윤미숙의 장편동화『소리공책의 비밀』(2009)은 임실필봉농악을 소재로 했다. 작가는 혼 없는 소리는 울림도 없으며, 울리지 않는 소리로는 돌멩이 하나 감동하게 할 수 없다는 것을 들려준다. 필봉문화촌에서는 2012년부터 매년 ‘한옥자원 활용 야간상설공연’을 올리면서 임실필봉농악과 인물들을 소재로 새로운 문학 작품들을 생산하고 있다. 세계인류무형문화유산이자 선조들의 삶의 희로애락이 있는 농악을 긴 세월 꿋꿋하게 이어오는 중벵이골 사람들의 좌충우돌 이야기들을 그린 ‘춤추는 상쇠’, ‘히히낭락’, ‘필봉연가’, ‘필봉아리랑’ 등 ‘웰컴투중벵이골’ 시리즈다. 모내기·김매기·물레질·혼례식·상여 등과 같은 전통적인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연희를 특징으로 해 ‘K-판 뮤지컬’로 불린다. /최기우(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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