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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전북의 문학 명소] 8. 삼례·춘향·혼불, 오로지 문학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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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례문화예술촌과 동학농민혁명 삼례봉기 역사광장.

△문학에 진심인 삼례문학기행

딸기, 순대국밥, 닭튀김, 삼례문화예술촌, 삼례역참, 만경강 등 내세울 것이 많은 삼례의 바탕에 문학이 있다. 삼례의 역사·문화 콘텐츠는 다양한 문학 자원들이 돼 시와 소설, 희곡과 수필로 탄생하며 사람을 끄는 동력이 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동학농민혁명이다. 1892년 11월 3일 동학 교단이 주관한 집회가 삼례 역참(현재 삼례동부교회)에서 열렸다. 이날 동학교도들은 동학의 창시자인 최제우(1824∼1864)의 사면복권과 동학에 대한 공인(公認), 동학교도에 대한 침탈금지를 요구했다. 전주성 함락 후 부임한 전라감사가 머물며 정무를 관장한 곳도, 전봉준(1955∼1895) 장군이 1894년 9월 10일 대일항쟁을 준비하며 대도소를 설치한 곳도 삼례다. 역참이 있는 삼례는 도로가 사방으로 통하는 지리적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삼례에는 삼례집회와 삼례봉기를 기념하기 위한 ‘동학농민혁명 삼례봉기 역사광장’이 있으며, 송기숙(1935∼2021)의 소설 「녹두장군」 제2권 <분노는 하늘을 찌르고>에서 ‘삼례대집회’와 제11권 <팔도로 번지는 불길>에서 ‘다시 삼례로’에 삼례에 모인 백성의 진솔한 삶과 분노와 도탄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삼례는 전라 좌우도의 길이 합쳐 한양으로 향하는 삼거리였다. 따지고 보면, 진산이나 금산을 거쳐 충청좌도로 가는 길도 여기서 나뉘니 삼거리가 아니고 사거리인 셈이었다. 그래서 삼례에는 전라도에서 가장 큰 역이 있었다. 장도 전주 다음으로 크게 섰다. (중략) 9월 14일. 두령들이 삼례로 모였다. 이번에는 광주 손화중도 왔다. 지난번에 모였던 두령들을 비롯해서 30여 고을 4,50명이 모였다. 몇 고을 두령들은 젊은이들을 데리고 왔다. 지금 와 있는 젊은이들과 대거리를 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송기숙의 장편소설 「녹두장군」

 

문학과 관련한 문화시설들도 생겼다. ‘삼례는 책이다’라는 문장을 앞세운 그림책미술관은 우리나라에서 맨 처음 그림책을 내건 미술관으로 2021년 문을 열었다. 삼례책마을문화센터는 오래되고 낡은 양곡 창고를 개조해 잊혀 가는 고서적을 다시 숨 쉬게 했다. 북갤러리, 북하우스, 책마을센터, 책박물관으로 구성됐다. 삼례문화예술촌 자리도 동화로 탄생했다. 이곳은 일제강점기 일제가 수탈을 위해 창고를 지으면서 맹꽁이와 금개구리가 사라진 곳. 유수경은 이 이야기를 그림책 「한내천에 돌아온 맹꽁이와 금개구리」에 담았고, 완주연극협회는 가족뮤지컬 ‘삼례, 금와의 꿈!’으로 각색해 역사의 현장인 삼례문화예술촌 공연장에서 선보였다. 완주향토예술문화회관에서는 완주군을 소재로 한 다수의 창작극이 무대에 오른다. 

삼례는 비비정·삼례시장·삼례역·우석대학교를 비롯해 크고 작은 공간과 작고 사소한 것까지 문학이 되고 있다. 이곳에서 대학을 다니며 삼례와 인연을 맺은 김헌수·문병학·송하선·신병구·안도현·유강희·이병초·장현우·정양·진창윤 등이 삼례를 소재로 한 작품을 쓰며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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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한루원과 춘향사당.

△민족의 연인을 만나는 춘향문학기행

남원에는 춘향의 사연이 얽혀 있는 곳이 많다. 전주에서 완주와 임실을 거쳐 남원으로 들어오는 17번 국도 이름부터 ‘춘향로’다. 그 길에서 먼저 행인을 반기는 건 한양으로 떠나는 몽룡과 춘향이 애통절통 이별했다는 오리정 이별고개. 감옥에 갇힌 춘향이 ‘쑥대머리’에서 ‘보고지고 보고지고 한양 낭군 보고지고 오리정 정별 후로 일장서를 내가 못 봤으니’ 하며 눈물바람한 곳이다. 한양으로 떠나는 몽룡을 바라보며 눈물깨나 흘렸다는 ‘눈물방죽’이 옆에 있고, 몽룡을 향해 뛰어가다가 버선이 벗겨졌다는 ‘버선밭’이 가까이 있다. 「춘향전」의 근원설화 중 하나인 박석티설화에서 못생겼다는 이유로 이도령에게 버림받은 춘향을 불쌍하게 여긴 남원 사람들이 이도령이 떠난 고개에 그녀를 장사 지냈다는 ‘박석티’도 그 옆이다. 남원에서 전주로 향하는 이 고개를 사람들은 ‘춘향고개’, ‘오리정 이별 고개’라고 부른다. 이곳에서 남원 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면 광치동과 사매면의 경계인 곳에 「춘향전」에서 ‘박석고개’로 나오는 ‘이도령고개’가 있다. ‘이도령고개’를 지나는 터널 이름은 ‘춘향터널’이다. 

춘향의 이야기가 더 현실감 있게 느껴지는 것은 두 사람의 사랑이 싹트기 시작한 광한루가 남원 한복판에 있기 때문이다. 광한루원은 황희(1363∼1452)가 선대의 서재를 ‘광통루’로 새로 짓고, 정인지(1396∼1478)가 ‘광한루’라 이름 짓고, 견우와 직녀가 칠월칠석날 은하수 오작교를 건너 만난다는 등 다양한 사연이 있는 정원인데, 춘향전이 이곳을 배경으로 삼고 난 후, 춘향과 관련된 여러 유적이 들어섰다. 

요천 건너 춘향테마공원에는 철저한 고증을 거쳐 세워진 춘향마을이 있다.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춘향뎐>과 드라마 <쾌걸춘향>을 촬영한 곳이다. 사부작사부작 걷다 보면, 춘향을 소재로 한 여러 시편이 새겨진 시비들도 볼 수 있다. 지리산 정령치로 향하는 길목인 구룡계곡(육모정) 입구에는 ‘성옥녀지묘’라고 쓰여 있는 춘향묘가 있다. 매년 봄에 펼쳐지는 춘향제는 연륜이 깊은 세계적인 사랑 축제다. 사랑과 절개의 상징인 춘향을 기리기 위한 이 전통문화축제는 일제강점기부터 시작된 우리나라의 가장 오래된 축제다. 

남원 땅은 어디든 춘향의 무대다. 전반부는 봄날 햇살같이 눈 부시고, 후반부는 가을 강물처럼 차고 명징한 우리 시대의 걸작 춘향전. 봄이면 지리산 운봉에 화사한 철쭉이 피어나고 노고단의 부드러운 녹음과 운해가 펼쳐지는 곳. 여행객의 마음에는 벌써 춘향이 웃음 같은 봄바람이 살랑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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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불문학관과 구 서도역 영상촬영장.

△혼불문학기행

남원 사매면을 주요 배경으로 한 최명희(1945~1998)의 「혼불」은 1930~40년대 몰락하는 종가를 지키는 종부 3대와 이씨 문중의 땅을 부치며 살아가는 거멍굴 사람들의 삶을 그린 대하소설이다. 한국인의 생활사와 풍속사, 의례와 속신의 백과사전일 뿐 아니라, 우리 문화 전승의 전범으로 불린다. 설화와 민요, 무가, 속담 등이 널리 인용돼 있고, 무당굿과 점복, 풍수, 동제, 삼신, 조상단지, 속신 등 민속신앙의 유래와 이치와 의미가 생생하게 묘사돼 있다. 풍물과 판소리, 노래, 놀이도 두루 등장한다. 관혼상제를 중심으로 한 일생의례와 정월 대보름과 단오 등의 세시풍속, 취락과 모듬살이의 모습, 생활관습, 종가와 종부 등의 친족조직 등의 사회상 역시 실감 나게 그려져 있으며, 각종 살림살이와 민구, 의식주 생활, 두레와 같은 농사 관행 등에 관한 정보도 만만치 않다. 심지어 염료 제조법, 옷감의 때와 얼룩을 빼는 갖가지 세탁법 등 한국인 생활의 모든 면모를 지극 상세하게 구성해 문학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그 바탕이 남원을 비롯한 전라도다. 

 

먼동이 틀 때/ 눈부시게 기지개를 켜던/ 당신의 모습 보여 주옵소서/ 임이시여 사랑이시여/ 노적봉을 바라보던/ 당신의 다사로운 눈빛으로/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혼불의 이야기를/ 후손으로 이어갈/ 아름다운 남원 땅/ 여기 발길/ 머무는 이들에게/ 길이길이/ 전하게 하여 주옵소서 ∥정군수 시인의 시 「그임의 하늘 아래서」

 

혼불문학기행은 「혼불」을 디오라마 형식으로 소개한 혼불문학관과 청암부인이 마을 사람들과 만들었다는 청호저수지, 효원이 신행을 오고 강모가 전주와 만주로 떠나던 구 서도역 영상촬영장에 그치지 않는다. 「혼불」을 펼치면 걸음을 재촉하는 꽤 많은 이야기가 있다. 놀부와 흥부 형제 이야기(흥부마을), 왜장 아지발도를 물리친 이성계 장군 이야기(황산대첩비), 만복사지에서 탑을 돌던 양생의 이야기(만복사지), ‘사천왕의 전형’이라고 평한 완주의 송광사, 옛 양반가 고택을 세밀하게 묘사한 임실 둔덕마을의 이웅재고가 등도 꼭 살펴야 한다. 특히, ‘전주 이씨 효령대군파 춘성정 종가’인 이웅재고가는 작가가 작품을 쓰면서 노봉마을의 종갓집뿐 아니라 이웅재고가의 안채·사랑채·행랑채·대문채·사당·솟을대문 등 집 구조와 돌담 하나하나까지 세심하게 살펴 작품에 묘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기우(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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