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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홍보 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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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정윤성

전북자치도의 홍보 전담 부서가 끊임없는 논란을 일으키며 존재 이유를 묻게 한다. 부서 이름이 무색할 만큼 그곳에서 제작한 홍보 영상이 줄줄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불과 2년도 안돼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의 대형 사고를 치는 바람에 이젠 홍보 역량마저 의심케 한다. 홍보를 한답시고 되레 부정적 여론만 악화시키는 그들의 역주행 행태가 도를 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도청의 홍보 기회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뿌리 깊은 공직의 민낯이 속속 드러나면서 스스로 족쇄를 채우는 꼴이다. 공직 사회는 물론 도민들에게 ‘발로 뛰는’ 김관영 도정의 성과를 제대로 알리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재를 뿌린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해 아태마스터즈 대회를 앞두고 성인지 감수성 논란의 홍보 영상이 도마에 오른 적이 있다. 그 업체는 이후 계약에서 배제된 걸로 알려졌으나 이차전지 등 굵직한 사업을 수의계약으로 잇따라 따낸 것으로 드러나 ‘검은 카르텔’ 의 실체가 주목된다. 사실상 한 업체가 이름만 바꾼 채 페이퍼 컴퍼니 등 편법을 동원해 일을 계속 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렇게 해서 2021년부터 도청에서 수주한 것으로 추정되는 건수가 전체 민간업체와 맺은 22건 중 12건이나 된다. 실제 도청의 영상 광고는 언론진흥재단을 통해 계약하도록 돼 있으나 실상은 담당 직원 재량에 좌우된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김관영 지사도 이 문제와 관련해 정황상 합리적 의심이 간다며 조기 진화에 나섰다. 감사를 통해 공무원과 업체의 유착 관계를 밝혀내겠다는 입장이다. 군산, 서울 업체의 경우 지역과 회사 이름은 다르지만 대표 이름과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까지 같은데도 서로 다른 업체인 양 일감을 몰아줬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특정 업체의 일감 몰아주기는 ‘검은 돈’ 의혹 때문에 비상한 관심을 끌고, 거의 모든 부서가 여기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 문제다. 더욱이 논란 업체에 페널티를 주는 시늉만 하고 독과점 영업을 비호한 데서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홍보를 둘러싼 거센 논란은 대개 사회통념을 역행한 데서 출발한다.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 자극적 표현과 시류에 편승하다 보니 정작 메시지 전달은 실패한다. 구설수에 올랐던 아태마스터스 영상과 함께 달밤 어린 소녀의 폴댄스를 테마로 한 진안군 홍보 영상의 선정성 논란이 대표적이다. 심지어 초등학생 퀴즈대회 홍보에 ‘왕의 DNA’ 란 교사 갑질의 부적절한 용어를 사용한 건 공감 능력의 결핍이다. 여기에다 내로라하는 전문가 22명이 6개월간 9차례 회의를 통해 내놓은 4억원 짜리 야심작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의 도시 브랜드가 표절 논란의 역풍을 맞은 것도 이런 관행적 기류와 무관치 않다. “홍보가 거꾸로 마이너스 효과를 낸다” 는 촌평이 그동안의 문제점을 집약해준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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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 역량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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