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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 두길교회·김해김씨 김범수 소장 고문서 등 향토문화유산 지정

무주군에 위치한 이곳저곳의 시설물과 고문서 등이 역사연구에 있어서 사료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무주군은 설천면 두길리 소재 ‘두길교회’와 소천리에 위치한 조선후기 사당 ‘설호사(雪湖祠)’, ‘김해김씨(金海金氏) 김범수 소장 고문서’를 향토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향토문화유산은 문화재보호법 또는 시·도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문화재 중 향토문화보존상 필요하다고 인정해 시(군)·도 조례에 기반을 두고 지자체장이 지정하는 문화재를 말한다. 무주군에는 이번에 신규로 지정한 3건 외에도 금강 벼룻길, 육영재, 의병장 장지현 장군 묘역 등 총 15건의 향토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두길교회’는 구한말 마로덕 선교사의 무주 순례를 통해 설립된 교회(1904년 설립)로, 그 역사가 120년 가까이 된다. 특히 1954년 교인들이 건축한 두길교회 구 예배당은 전북 동부권(무주, 진안, 장수) 지역에 남아있는 근대 교회 건축물 중 가장 오래돼 지역 내에 기독교가 유입된 과정을 살필 수 있는 건축학적, 역사적 가치가 높다. 또 기독교 유입과정에서 나타나는 서양 건축양식과 한식 목구조가 결합된 양식이 엿보이며, 남·녀 출입시설이 구별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초대 영수를 지낸 김재순은 무주군 적상면 소재 여올교회의 전일봉과 함께 항일운동을 펼친 인물로 꼽힌다. ‘설호사’는 설계수록을 집필한 무주의 인물 설계 박치원(1732~1783_무주군 설천면 출신)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철종 11년(1860)에 건립된 사우로, 인물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아 이번에 지정됐다. 박치원은 어려서 송명흠의 문하에서 수학했으며, 18세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오랫동안 토실에서 기거하면서 유가의 경전과 성리서를 모두 섭렵하고 도가, 불가 , 기백의 의술까지 두루 연학한 은사(隱士-벼슬을 하지 않고 숨어 학문한 선비)로 꼽힌다. 그의 저서 ‘설계수록’은 유형원의 ‘반계수록’이나 이익의 ‘성호서설’과 서로 표리를 이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해김씨 김범수 소장 고문서’는 안경공파 23세손인 김범수(무주군 적상면 출신)씨가 소장하고 있는 고문서로 교지와 첩, 전령, 호적류 등 총 39점이다. 특히 6대조 김진성의 ‘적상산성 별장 차정첩’은 무주 적상산 사고와 관련된 자료로서 가치가 있다. ‘준호구’ 및 ‘호구단자’ 등 관문서 또한 무주부(茂朱府)에서 발급한 것들로 당시18~19세기 지역 인물들의 다양한 활동 사항과 문화사‧생활사를 알아볼 수 있는 연구사료적 가치를 인정받아 무주군향토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황인홍 군수는 “보존가치가 있는 인적·물적 향토문화유산을 발굴했다는데 자부심을 느낀다”며 “기존 향토문화유산과 더불어 신규 지정한 문화유산의 가치를 관광자원화 시키는 등 무주군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들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무주군은 지난 5일 ‘두길교회’와 ‘설호사(雪湖祠)’, ‘김해김씨(金海金氏) 김범수 소장 고문서’ 소유자 또는 관리단체에 향토문화유산 지정서를 전달했다.

  • 무주
  • 김효종
  • 2023.06.07 15:48

군산시 인사청문회 도입되나⋯시의회, 조례안 입법예고

군산시 출연기관 및 재단 대표이사 후보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관련 조례안이 입법예고 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7일 군산시의회에 따르면 최근 한경봉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군산시의회 인사청문회 조례안이 입법 예고돼 오는 14일 열릴 본회의에서 처리될 계획이다. 현재 전라북도의회에 이어 익산시의회가 도내 시‧군으로는 처음으로 지방공기업 대표 후보자에 대한 인사 청문 제도를 도입했으며, 군산은 아직 후보자에 대한 사전 검증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이 때문에 지역사회에서 시가 출자하거나 출연한 기관 및 재단 대표이사의 선임에 대한 공정성과 투명성, 능력을 갖춘 인재 영입 등을 위해 시민이 공감할 수 있는 인사 청문 제도 도입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 입법 예고된 조례안을 보면 지방자치법에 따라 인사청문 대상자는 군산시장으로부터 인사청문이 요청된 사람으로 되어 있다. 또한 시의회는 대상자에 대해 인사청문을 실시하기 위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7명)’을 구성해야한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위원은 시의회 의장이 추천하되, 상임위원장과 협의해 위원회가 구성된 날로부터 2일 이내에 선임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인사청문회는 인사청문 대상자를 출석하게 해 질의를 하고, 답변과 의견을 청취하는 방식으로 정했다. 시장이 의회에 제출하는 인사청문 요청에는 요청사유서와 함께 직업‧학력‧경력‧병역‧재산‧범죄‧체납 실적에 관한 증빙서류를 첨부하도록 했다. 특히 인사청문회는 공개를 원칙으로 하나 국가기밀에 관한 사항 및 개인의 명예나 사생활을 부당하게 침해할 우려가 명백한 경우 등에는 위원회 의결로 공개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위원회는 인사청문회를 마친 날부터 3일 이내에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의장에게 제출하도록 했다. 이 조례가 향후 시의회 의결 절차를 통과되면 오는 9월 22일부터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군산시가 출자·출연한 기관 및 재단은 시민발전주식회사, 교육발전진흥재단, 먹거리통합지원센터, 상권활성회재단이 있으며, 오는 8월 문화재단이 출범을 앞두고 있다.

  • 군산
  • 이환규
  • 2023.06.07 15:46

원광대, 새만금 이차전지 특화단지 유치 염원 결의대회

원광대(총장 박성태)는 7일 교내 숭산기념관에서 새만금 이차전지 특화단지 전북 유치 촉구를 위한 2만 원광인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원광대를 비롯해 학교법인 원광학원 및 총학생회가 뜻을 함께 한 가운데 교직원과 재학생 등 500여명이 참석한 이날 결의대회는 특화단지 유치 보고, 유치 결의문 낭독 등으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이날 전북 새만금은 국내 유일의 RE100 실현이 가능한 국가산업단지로 이차전지산업 특화단지는 반드시 전북 새만금으로 지정되어야 하며, RE100 실현은 세계의 무역장벽을 넘는 가장 강력한 엔진 중 하나로써 광활한 새만금 부지는 이차전지 기업들의 도전과 성장에 가장 필요한 경쟁력을 제공할 것임을 천명했다. 그러면서 전북 새만금은 압도적 속도와 규모로 이차전지 산업의 허브로 자리 잡고 있으며, 새만금에서 진행되는 대규모 투자와 일자리 창출은 동반성장과 균형발전의 혁신 모델이 될 것임을 주장했다. 또한, 결의문 낭독을 통해 △새만금을 바로 세우기 위해 30년간 원광인의 마음을 모아왔다. 이차전지산업 특화단지는 새만금으로!!! △세계의 신산업이 새만금으로 모이고 있다. 새만금에서 이차전지!!! △전라북도의 도전이 대한민국의 미래다. 이차전지는 새만금으로!!! △모두가 누리는 대한민국. 모두가 누리는 새만금에서 이차전지!!! 등 이차전지 특화단지 유치를 위한 2만 원광인의 확고한 의지를 다졌다. 한편, 새만금은 뛰어난 기술력을 갖춘 이차전지 관련 기업의 잇따른 투자 및 입지에 힘입어 이차전지산업 특화단지 유력 후보지 중 하나로 떠올랐으며, 전라북도는 이차전지 산업 비전과 전략을 구체화하고, 범도민 운동을 통해 새만금 특화단지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 익산
  • 엄철호
  • 2023.06.07 15:46

전북 국제학교와 자사고

아주리(Azzurri)는 이탈리아 말로 푸른색을 지칭하는데 푸른색 유니폼을 입고 나선 이탈리아 팀을 아주리 군단이라는 말로 표현한다. 네덜란드 축구 대표팀을 오렌지군단이라고 부르듯 대한민국 대표팀은 국제사회에서 붉은악마로 통한다. 붉은악마라는 이름은 지금부터 꼭 40년 전인 1983년 멕시코 청소년축구대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잘해봐야 아시아권에서나 통하던 한국축구가 FIFA 주관 국제대회에서 4강에 오르면서 얻은 별칭이 바로 붉은악마다. 한참 후의 일이지만 2002 월드컵에서 4강신화를 썼던 한국축구의 도약은 이미 1983년에 싹이 트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 당시 열악한 한국의 축구현실에서 승부사 박종환 감독의 지도아래 선수들의 피나는 훈련으로 일궈낸 한편의 드라마, 그 자체였다. 박종환 감독이 지휘하는 선수단은 김판근, 김종부, 신연호, 특히 군산제일고 출신 장정 같은 선수들이 주축을 이뤘는데 누구도 생각지 못한 4강신화는 엄청난 충격파를 던졌다. 특히 당시에는 국내 축구계의 경우 파벌과 학연, 지연이 아니면 선수나 지도자로 성장하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는데 엘리트 코스를 밟지 않은 듣보잡 출신 박종환 감독은 신화를 쓰고난 뒤 온갖 찬사와 질시를 한몸에 받아야만 했다. 세간에는 강원도 춘천고 출신 고교 동창 박종환과 개그맨 고 이주일의 두터운 친분이 너무나 잘 알려져있다. 요즘 제23회 2023 FIFA U-20 월드컵 대회가 아르헨티나에서 열리고 있는데 스타 선수가 없는 한국이 4강에 올랐다. 한국시각 9일 새벽 아주리군단 이탈리아와 대망의 준결승전을 치르게 되는데 운명의 한판승부가 주목된다. 약육강식과 1위를 해야만 살아남는 스포츠계에서는 수월성 교육을 외면하기 어렵다. 그런데 일반 교육분야에서도 수월성 교육의 대명사 격이 국제학교와 자사고다. 귀족학교 논란이 없지않고 평준화에 역행하는 측면이 분명히 있지만 세계적인 추세는 수월성 교육을 외면하지 않는다. 최근 부산에 본사를 둔 금융공기업들이 공동으로 자사고 설립을 추진중이라고 한다. 공동출자 참여를 검토하고 있는 곳은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기술신용보증기금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한국주택금융공사 등이며, 부산 이전이 확정된 산업은행 역시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자녀교육 문제를 해소해 임직원들의 정주 여건을 개선해야만 성공한다는 확신 때문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운영하고 있는 인천하늘고가 롤모델이다. 현재 전국자사고는 민사고(강원) 포항제철고(경북) 광양제철고(전남) 하나고(서울) 외대부고(경기)김천고(경북) 현대청운고(울산) 북일고(충남) 인천하늘고(인천) 상산고(전북) 10개 체제로 이뤄지고 있고 충남삼성고, 인천포스코고 등 23개 자사고는 소재지 내에서 학생을 선발하는 광역자사고 형태로 운영중이다. 교육계 일각의 반대가 있는게 현실이지만 전북특별자치도의 출범을 목전에 둔 전북으로서는 이름있는 국제학교와 전국단위 자사고의 신설이나 활성화 없이 새만금 기업유치나 금융중심지 육성은 연목구어일 수밖에 없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3.06.07 15:08

전북도의회 정례회 개회⋯8~9일 도의원 10인 도정 질문

전북도의회가 7일 제401회 정례회를 개회하고 오는 22일까지 16일간의 일정에 돌입했다. 이번 정례회에서는 8∼9일 10명의 도의원이 도지사와 도교육감을 상대로 도정 및 교육·학예 행정에 관한 질문을 한다. 2022 회계연도 결산 및 예비비지출 승인의 건과 조례안 등 의안을 상임위원회별로 심사한 뒤 오는 22일 제4차 본회의에서 심의·의결하고 폐회한다. 전북도의회는 이날 개회식에 이어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안전대책 관련 국비예산 투입 촉구 건의안을 의결하고 국회와 정부에 현안 해결을 촉구했다. 올해 두 번째로 실시되는 도정 및 교육·학예 행정에 관한 질문은 8일 이수진(비례대표)·한정수(익산4)·오현숙(비례대표)·최형열(전주5)·강동화(전주8) 의원, 9일 강태창(군산1)·윤영숙(익산3)·나인권(김제1)·황영석(김제2)·진형석(전주2) 의원이 나선다. 또 전북도의회는 전북도와 전북도교육청의 2022 회계연도 결산 및 예비비지출 승인의 건을 심의한다. 결산안은 각 상임위원회 예비심사를 거친 뒤 오는 15일부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에 들어간다. 22일 예정된 제4차 본회의에서는 5분 자유발언과 각 상임위원회에서 심사·의결한 조례안·결산안 등의 의안, 대정부 건의·결의안을 의결한 뒤 폐회한다. 전북도의회 국주영은 의장은 "전북 이차전지 특화단지 유치와 새만금 세계잼버리 성공 개최, 전북특별자치도 출범 등 도정 주요 현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대안을 제시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자치·의회
  • 문민주
  • 2023.06.07 14:00

지역상품권 사용 제한, 불합리한 규제 철폐를

정부가 지역사랑상품권 사용처를 연매출 30억 원 이하 매장으로 제한하면서 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지침을 따를 수밖에 없는 지자체도 불만은 마찬가지다. 지역사랑상품권은 지역 내 소비를 증대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로 시작된 제도다. 통상적으로 국비와 지방비 지원을 통해 10% 할인된 가격으로 지자체가 발행한다. 자금의 역외유출을 막아 지역경제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골목상권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각 지자체가 발행 규모를 늘려왔다. 또 자치단체의 자율성과 책임성 측면에서 자치분권의 취지를 살릴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받았다. 하지만 현 정부는 지역사랑상품권 활성화를 위한 예산 지원에 부정적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지역사랑상품권 지원 예산 전액 삭감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2023년 예산안 편성과정에서 기획재정부가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하면서 지자체의 반발을 불렀다. 결국 국회에서 여야 대립 끝에 2022년 본예산의 절반 수준인 3525억 원을 반영하면서 간신히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지역화폐는 지자체 고유 사무로 중앙정부가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정부의 주장이다. 급기야 지난 2월에는 지역사랑상품권 사용처 제한을 골자로 한 ‘2023년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지원사업 종합 지침’을 지자체에 전달했다. 상품권 사용처가 줄어들면 사용자들은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특히 농촌 주민들의 불편이 클 것이다. 그동안 생필품과 농자재 구입을 위해 주로 이용하던 하나로마트 등 농·축협 사업장이 가맹점 취소 대상에 올랐다. 도시와 달리 지역사랑상품권 사용처가 많지 않은 농촌의 사정을 고려하면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다. 가뜩이나 침체된 농촌공동체의 붕괴를 부채질 할 수 있다. 정부가 내세운 지역균형발전 정책과도 배치된다. 당장 지자체의 지역사랑상품권 사업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 정부의 지원예산이 대폭 줄어든데 이어 사용처까지 축소되면서 상품권 유통량 감소가 불가피하게 됐다. 정부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분투하고 있는 지자체와 주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지역사랑상품권의 사용을 제한하는 불합리한 규제는 속히 철폐돼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6.07 13:10

군산시 “제2의 인생, 40대부터 준비하자”

군산시가 시민들의 슬기로운 제2의 인생 시작을 위한 미래설계 교육을 진행한다. 이번 교육 대상은 40세 이상 시민이면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신청은 오는 12일까지 군산시평생학습정보망을 접속해 미래설계 교육과정에서 온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다. 이번 교육과정은 오는 20일부터 7월 25일까지 매주 화요일 오후 7시 변화·여행·건강·소통, 재무설계, 창업 및 재취업이란 주제로 6명의 저명한 전문 강사진들을 통해 유익한 강의가 펼쳐질 예정이다. 김종필 군산시 교육지원과장은 “요즘 평균 퇴직 연령이 조기퇴직 등으로 인해 예전보다 낮아지는 추세로, 미래설계 교육과정은 40대부터 건강하고 행복한 제2 인생 설계를 준비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며 “군산시는 지속적으로 생애주기에 맞는 다양한 사업들을 발굴해 평생학습이 시민들의 인생 방향키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고 밝혔다. 한편 시는 ‘더불어 성장하는 자립형 평생학습도시’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2019년부터 다양한 주제로 미래설계교육과정을 운영해 오고 있다. 기타 자세한 사항은 군산시평생학습정보망(http://lll.gunsan.go.kr)을 참고하거나 교육지원과(063 454 2600)로 문의하면 된다.

  • 군산
  • 이환규
  • 2023.06.06 21:53

농촌 빈집 해체보조금 30%가 도장값이라니

빈집이 크게 늘고 있어 골칫거리다. 특히 농어촌 빈집은 대부분 노후 정도가 심해 더욱 심각하다. 이런 빈집을 철거하기 위해서는 건축물관리법 상 해체계획서를 작성해 지자체에 제출해야 한다. 그런데 건축사 등의 서명날인 비용이 만만치 않아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빈집 해체 시 위험성을 고려한 것이지만 오히려 농촌 빈집 정비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빈집 정비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법률을 개정해 절차와 비용을 쉽게 했으면 한다. 정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국적으로 농어촌 빈집은 10만 호가 넘는다. 인구감소가 많은 전북의 경우 2020년 기준 1만5594동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으며, 농촌지역에 상대적으로 집중됐다. 이들 농어촌 빈집은 마을 경관을 해칠뿐만 아니라 해충과 벌레가 서식하고, 우범화의 우려도 없지 않다. 나아가 소멸해 가는 농촌의 서글픈 모습이기도 하다. 이를 정리하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4월 ‘농촌 빈집 정비 활성화 대책’을 마련했다. 현재 6만6000호인 농촌 빈집을 2027년까지 3만3000호까지 감축한다는 게 골자다. 또 그동안 개별 주택 위주였던 정비체계를 공간(마을)단위로 전환하고 민간기업이 마을정비조합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하는 ‘농촌 주거공간 재생사업’도 도입키로 했다. 이와 함께 빈집을 철거하지 않을 시 500만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는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지난해 8월부터 건축물관리법 제30조에 의해 건축물 해체 때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규모와 상관없이 건물 해체계획서를 작성해 시군 지자체에 신고토록 의무화하고 있다. 규모도 작고 구조도 단순한 모든 농어촌 빈집도 여기에 해당한다. 문제는 건축물 해체계획서를 신고하려면 건축사나 기술사 등의 서명날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건축사 등의 서명날인을 받으려면 최소 50만 원 이상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붕 철거를 제외한 농어촌 빈집 철거비로 160만 원을 지원하는 실정에서 보조금의 1/3이 신청서 작성에 들어가는 도장값인 셈이다. 이러한 조항은 농촌 빈집 정비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다. 정부의 빈집정비 활성화 대책과도 어긋난다. 하루 빨리 법을 개정해 빈집 정비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6.06 18:10

굿바이 코로나, 이제는(NOW) 새만금

한해 7000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가는 미국 뉴욕에는 많은 공연을 볼 수 있는 브로드웨이 극장들이 있다. 이런 뉴욕에 2020년에는 관광객이 2000만 명에 그쳤고, 이 가운데 1000만 명은 코로나 사태 이전에 방문한 사람들로 추산된다는 통계가 있었는데 그 이유가 뉴욕이 코로나 대유행의 진원지가 되면서 모든 극장이 문을 닫았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뉴욕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은 미국내 관광객보다 체류 기간도 길고 많은 지출을 하는 것으로 추산되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외국인 관광객 감소는 뉴욕 경제에 큰 타격을 주었다고 한다. 뉴욕시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돼도 외국인 관광객 수가 2025년 이전에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될 가능성은 작다는 예측도 있다. 이제 우리는 코로나와 같은 또 다른 바이러스와 함께하는 시대를 살고 있지만, 그래도 코로나는 종식되었고 많은 분야에서 과거와는 다른 방식으로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그중에서 산업의 에너지화와 산업현장의 공간 재배치에 대해서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비대면(언택트) 산업 확장이 필요함에도 대면 공간이 모두 사라지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대면 공간은 소규모 공간으로 분리될 것이고, 감염병 확산을 대비한 공간 재배치도 필요하다. 이러한 공간 재배치에 적합한 곳, 무한한 확장성이 있는 공간은 어딜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새만금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새만금은 단군 이래 최대의 간척사업으로, 33.9㎞ 세계 최장의 방조제로 바다를 메워 서울의 2/3 면적과 같은 409㎢(약 1억 2천만 평) 넓이의 땅과 호수가 새로 생겼지만, 이곳은 단순한 국토 확장만의 개념이 아니다. 이중 매립으로 조성되는 용지는 그야말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다시 황금알을 낳는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 특히, 지난 2021년 새롭게 수립된 새만금 기본계획(MP)은 새만금의 역할을 ‘그린 뉴딜과 신산업의 중심지’로 재정립하고, 계획의 구체성과 실행력을 크게 높이는 한편, 공공의 역할을 강화하여 투자 여건을 대폭 개선하여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 적합한 투자처로 부상되고 있다. 이중 산업연구 용지가 중심인 1권역에는 스마트 그린산단과 공항경제특구가 들어선다. 높아지는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화석연료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신하고 탄소를 줄이는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 새만금에 대규모 신재생에너지를 직접 사용하는 에너지 자립(RE100) 산업단지가 조성되고, 미래를 저장하는 기술, 차세대 이차전지 특화단지가 지정된다면 새로 출발하는 전북특별자치도는 대규모 투자를 이끌고 연관 산업을 키우는 이차전지 허브가 될 것이다. 여기에 새만금 국제공항, 철도를 연계한 항공 물류, 국제교류, 무역 서비스 기능을 갖춘 공항경제특구가 마련되면서 투자 여건은 한층 더 개선될 전망이다. 2024년에 새만금이 있는 전북특별자치도는 ‘글로벌 생명경제도시’로 나아가기 위해 풍성한 자원을 활용해 생명산업을 육성하고 전환산업 진흥과 생명경제 기반을 구축해 갈 것이다.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된다는 말처럼 새만금에서 전북경제의 활로를 뚫고, 더 크고 더 특별한 전북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 굿바이 코로나, 이제는(NOW) 새만금이다. /강신교 전라북도농업기술원 행정지원과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3.06.06 18:09

[‘맛의 고장 전북’ 품격, 김치부터](하)과제- ‘100%국내산 김치’ 식당엔 홍보·식재료 지원 필요

지난 2021년 중국산 알몸김치 파동 이후 정부와 유관 민간단체들은 국산김치 장려 운동을 본격화했다. ‘국산김치자율표시위원회’가 추진하는 ‘국산김치 자율표시제’가 대표적이다. 자율표시제는 100% 국산 재료로 만들어진 김치를 사용하는 식당, 급식업소 등에 국산김치 사용 인증마크를 부착해 홍보하는 것으로, 소비자들의 안심소비를 장려하자는 게 취지다. 국산김치 자율표시 지정현황 (2023년기준)국산김치 인증 도입에 가장 적극적인 자치단체는 전남도와 경북도다. 국산김치자율표시위원회에 따르면 가장 많은 인증을 받은 지역은 전남으로 6105곳에 달한다. 1순위와 큰 차이가 나긴 하지만 경북이 1947곳으로 두 번째로 많다. 이후 충남(1008곳), 경기(957곳), 서울(708곳) 순이다. 전남·경북이 자율표시제에 적극 나선 이유는 두 지역이 배추, 고추, 양파, 대파 등 김치 재료의 주산지이기 때문이다. 국산 김치 소비가 늘면 소비자에게 안전한 식재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지역 농가도 활력을 얻는다. 지난해 가을배추·무 생산에서 전남과 경북은 각각 전국 1위·3위, 고추는 각각 2위·1위였다. 반면 전북도는 국산김치 인증률 하위권에 머물렀다. 전북도는 현재 399곳이 국산김치 사용 인증을 받았다. 전북은 가을배추·무 생산 5위, 고추 생산 3위에 들고, 배추부터 천일염·양파·마늘·고추·젓갈 등 11~18가지가 모두 생산되는 김치 재료의 주산지다. 전북과 전남 모두 풍부한 식재료와 연계한 한식발전 및 음식산업 메카를 목표하지만, 전남(6105곳)이 압도적인 1위를 한 것과는 대조적인 수치다. 이에 전북지역 국산 김치 소비를 늘려 전북음식의 위상 제고는 물론 지역 농가 활력이라는 선순환을 이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김치에 지역 식재료만을 사용하기엔 금전적인 한계가 있다는 게 업계 입장. 지역 외식업계 관계자는 “경쟁체제다 가격을 무시할 수 없다”며 “고춧가루뿐만 아니라 대파, 마늘 등이 중국산인 경우가 상당수다. 국산과 단가차이가 3배가량 난다“고 했다. 이와 관련, 전남도는 국산김치를 사용하는 식당에 식자재 구입비 25만 원을 지원하고 있다. 김치 양념 속 넣기, 절임염수 재활용 설비 등 김치 생산비 절감 설비지원 사업도 펼쳐 식당·업체의 가격부담을 낮추고 있다. SNS·언론보도를 통한 온라인 홍보도 적극적이다. 경북도는 지역 학교·관공서·기업 등 구내식당을 우선 공략해 확대하고 있다. 국산김치자율표시위원회 관계자는 “지자체가 관심과 지원을 보이는 지역이 식당들도 국산재료 이용이 높다”며, “식재료 또는 구입비 지원으로 농가도 제값을 받고 식당들도 건강한 김치를 만든다는 자부심을 갖는다”고 했다. 정명례 한국외식산업중앙회 완산구지부장은 “전북은 농경도시이자 한식·김치 종주국이다. 가격만 맞으면 어떤 식당이 국산 김치, 전북지역 식재료를 마다하겠느냐”고 했다. 외식산업회 완산구지부는 최근 3년간 도내 국산김치 생산업체와 회원식당들을 연결해 홍보성으로 국산김치를 저렴하게 납품하기도 했지만, 단가차이가 크다보니 홍보기간이 끝난 후에는 지속되기가 어려웠다. 정명례 지부장은 “모든 식당이 그럴 순 없지만 음식창의도시 품격과 신뢰성에 맞는 ‘100% 국산 식재료 식당’도 필요하다”며, “자치단체는 국제행사가 있을 때마다 ‘맛의 도시’를 강조하지만 정작 요식업계 관리·협조는 전무하다”며, “이미지 개선 의지가 있는 식당들은 관에서 국산김치 식재료 지원과 홍보 등 실질적인 관리를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 경제일반
  • 김보현
  • 2023.06.06 17:46

전주시 우수정책 배우는 '튀르키예 공무원' 프루칸

"전주의 첫 인상은 전통과 현대가 잘 어우러지는 도시로 다가왔어요. 거리도 깨끗하고 대중교통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 앞으로의 생활이 더욱 기대돼요." ‘형제의 나라’ 튀르키예 공무원 프루칸(FURKAN, 25)은 전주에서 한달간 생활한 소감을 묻자 상당히 만족한다는듯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그는 해외 지방자치단체 간 국제협력과 우호 강화를 위한 ‘K2H 연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하고 있는 해외 공무원 초청 장기연수 프로그램의 '전주시 1호 연수생'이다. 지난 4월 27일부터 전주시청에 출근하면서 행정 연수를 받고 있는데, 오는 10월 8일까지 약 6개월간 전주에서 생활할 예정이다. 전주에 살고 있는 프루칸의 하루 일과는 이렇다. 매일 아침 전북대학교 인근 숙소에서 시청으로 출근하기 위해 시내버스를 이용한다. 6월부터는 전북대학교 한국어학당에서 오전시간을 활용해 한국어를 공부한다. 퇴근 후에는 동네 마트에 들러 식료품을 산다. 휴일에는 시청 동료들과 함께 한국문화 체험을 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도자기 만들기에 빠졌다. 이 과정에서 만난 많은 전주시민들은 프루칸에게 전주가 '친절하고 안전한 도시'라는 이미지를 심어줬다. "버스를 타러 정류장에 가면 시민분이 반갑게 인사해줘서 고마웠어요. 버스도 빠르고 편하고요. 마트에서도 직원들에게 물어보면 친절하게 알려주니까 어렵지 않게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있어요." 처음에는 언어와 문화가 달라 잘 지낼 수 있을까 걱정도 했지만, 한달이 지난 지금은 튀르키예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전주의 맛과 멋을 적극 소개할 만큼 '완벽 적응'했다고. 전주에 오기 전 프루칸은 튀르키예 콘야주의 시장실 소속 비서로 근무했다. 콘야주는 튀르키예에서 면적이 가장 넓고 7번째로 인구가 많아 경제적으로 발전된 도시다. 전주에서 지내며 '공무원', '시민', '여행자'로서 다양한 역할을 해내고 그 시간을 즐기고 싶다는 프루칸. 그는 특히 전주에서 느낄 수 있는 한국의 전통문화에 대해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 전주를 전주세계문화주간, 전주세계소리축제 등 다양한 문화를 만날 수 있는 축제도 챙겨볼 생각이다. 프루칸은 "전주시 국제협력 부서의 동료직원들이 연수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고 있어 이 자리를 빌어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며 한국어와 튀르키예어로 '감사합니다'를 적어 독자들에게도 인사를 전했다. 한편, 전주시는 프루칸이 전주에 머무는 동안 연수생 희망 분야 교류의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며, 이를 통해 향후 전주시와 튀르키예 콘야주간 가교 역할을 담당할 ‘전주시 우호 인재’를 양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사람들
  • 김태경
  • 2023.06.06 17:41

[후백제 역사, 다시 일으키다-문헌사료로 본 후백제] ⑧덕진포 해전과 나주, 광주 생용동

역사는 승자의 기록인가? 이에 대해 <역사란 무엇인가>를 쓴 E.H. 카는 “역사는 불가피하게 일종의 성공담이라 할 수 있다”고 대답한다. 그렇다. 후삼국 역사 역시 철저한 승자의 성공담이다. 특히 견훤왕과 왕건이 서남해안 장악을 위해 영산강을 둘러싸고 벌이는 전투는 역사가 승자의 기록임을 여실히 웅변해 준다. 가는 곳마다 승자인 왕건을 칭송하는 지명으로 도배돼 있음이 그것을 증명한다. 몽탄강, 파군교, 주룡나루, 용봉마을, 왕자봉 등등. 무진주(광주)에서 900년 전주로 옮겨, 도읍을 정한 견훤왕은 국가체계가 어느 정도 안정되자 영산강 유역과 서남해안 공략에 나선다. 이곳은 뱃길로 중국·일본 등과 바로 통하는 대외교류의 창구였기 때문이다. 더구나 중심도시 나주는 인근 물산이 모이는 경제적 요충지였다. 영산강 일대 제해권을 둘러싼 물고 물리는 공방전은 909년부터 914년까지 6년에 걸쳐 8차례 벌어진다. 당시 영산강 일대는 1981년 영산강하구둑을 막기 전까지 바닷물이 내륙 깊숙이 들어왔다. 내해(內海) 또는 만(灣)을 이룬 것이다. 일행은 광주 한국학호남학진흥원에서 박해현 교수(초당대)를 만나 나주로 향했다. 나주에서는 박경중 전 나주문화원장(77) 등이 기다리고 있었다. 박 원장은 자신이 자란 용봉마을로 우리를 안내했다. 이들은 용봉마을이 견훤왕의 군대와 왕건의 군대가 마지막 격돌했던 장소라고 소개했다. 이 마을은 지금 광주시 광산구 용봉동이 되었지만 예전에는 나주군 관할이었다. 견훤왕은 광주 쪽에서 내려오고 왕건은 나주 쪽에서 올라와 승촌보 일대에서 전투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용봉마을 앞 왕자봉에는 왕건의 군대가, 영산강을 사이에 두고 멀리 보이는 견훤봉에는 견훤왕의 군대가 주둔하고 있었다고 한다. 박 원장은 “그 앞 들판을 견훤뜰로 불렀는데 싸움이 치열해 시체가 산을 이루고(積屍如山), 핏물이 한 달을 흘렀다”고 들려준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912∼913년쯤일 것”이라고 거든다. 여기서 용봉마을의 용은 왕건을 가리킨다. 일행은 용봉마을 얘기를 뒤로하고 덕진포해전이 벌어졌던 영암군 덕진면으로 향했다. 나주를 중심으로 한 서남해안은 후백제의 뒷마당에 해당한다. 후백제 입장에서 이곳을 점령하지 못하면 목 뒤에 비수를 든 적을 두고 있는 셈이다. 덕진포 해전은 909년 1차, 912년 2차에 걸쳐 일어났으며 1차 해전은 견훤왕과 왕건이, 2차 해전은 견훤왕과 궁예왕이 붙은 싸움이다. 1차 덕진포 해전을 위해 견훤왕은 직접 선단(船團)을 이끌고 서해를 거쳐 영산강 내해로 진입했고 무주 성주 지훤은 육군을 이끌고 참전했다. 수륙병진정책을 전개한 것이다. 견훤왕은 서남해 부속도서를 먼저 점령한 후 영산강 하구를 거쳐 내해로 진입했다. 이러한 소식을 접한 궁예왕은 바다를 잘 아는 왕건을 나주지역으로 파견했다. 당시 왕건 가문은 송악과 그 일대 서해안의 해상세력을 장악하고 부를 축적한 호족이었다. 왕건은 서해를 따라 내려오다 염해현(鹽海縣 지금의 무안군 해제면 임수리 부근)에서 진용을 정비했다. 이곳에서 후백제군과 교전을 하지 않고 염탐활동을 하다 견훤왕이 중국 오월국으로 보내는 국서를 휴대한 선박을 붙잡아 마진으로 돌아갔다. 내친김에 궁예는 왕건에게 2500여 군사를 주어 다시 내려보냈다. 왕건은 진도와 고이도를 점령한 후 영산 내해로 진입했다. 그때 이미 후백제군은 목포(지금의 나주 영산포)와 반남현 석해포, 그리고 주력부대가 포진한 덕진포 등 3곳에 배치돼 있었다. “견훤이 직접 군사를 이끌고 전함들을 포진시켜 목포에서 덕진포에 이르기까지 전함이 서로 종횡으로 연결되고, 바다와 육지에 군사의 세력이 심히 강성하였다. 그것을 보고 우리 장수들은 근심하는 빛이 있었다. 태조는 ‘근심하지 말라’ 며 (중략) 급히 공격하니 적선들이 조금 퇴각하였다. 이에 바람의 흐름을 타서 불을 놓으니 적들이 불에 타고 물에 빠져 죽는 자가 태반이었다. (중략) 견훤은 작은 배(小舸)를 타고 도망했다.”(<고려사> 권1) 우세했던 후백제군은 <고려사>에서 기술하듯 적벽대전과 같은 화공작전에 걸려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 <고려사>의 내용은 사실일 수 있으나 승자인 당당한 왕건과 초라한 견훤을 대비시키고 있어 작위적 느낌도 없지 않다. 몽탄지역에 내려오는 설화 역시 왕건 편이다. 몽탄은 지금의 무안군 몽탄면과 나주시 동강면 사이를 연결하는 나루다. 설화에 따르면 왕건이 견훤과 싸우다 영산강의 한 구간인 몽탄강(夢灘江) 부근에서 포위되었다고 한다. 그날 밤 꿈에 신이 나타나 강물이 빠졌으니 피하라고 해서 허겁지겁 도망해 살았다는 것이다. 이후 왕건은 자신을 추격하는 후백제군을 파군천(破軍川)에서 격파했다. 1차 덕진포 해전 이후 후백제군은 석해포-성주산-자미산성으로 이어지는 방어선을 구축했다. 다음 해인 910년, 견훤왕은 패전의 치욕을 씻기 위해 나주성을 공격했다. 여기서 나주성은 후대에 축성된 나주읍성이 아니라 금성산성으로 추정된다. 나주성을 10여일 동안 맹렬히 공격하자 궁예는 수군을 보내 후백제군의 배후를 기습했다. 또다시 후백제군은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후백제군이 열세에 몰린 것은 오다련 등 서남해 호족세력을 끌어안지 못한 게 원인이 아닐까 한다. 이후에도 영산강을 둘러싼 공방전은 계속되다 912년 제2차 덕진포해전이 일어난다. 견훤왕은 나주와 서남해안을 잃음으로써 항상 뒷마당이 불안했다. 912년 다시금 군사를 일으켜 덕진포에서 격돌하게 된다. 이번에는 궁예왕이 직접 군대를 이끌고 내려왔다. 이에 대한 기록은 자세하지 않으나 결국 후백제는 영산강 일대를 내주고 만다. 또 914년에는 견훤왕이 군소 호족세력을 포섭해 반기를 들도록 하자 궁예왕는 다시 왕건에게 3000명의 병력을 주어 평정케 한다. 이후 후백제는 15년이 지난 929년에야 서남해 일대를 차지했다. 1차와 2차 덕진포해전에서 사용한 후백제 배는 재목이 울창했던 부안 검모포에서 만든 것으로 보인다. 덕진포는 지금 조그만 하천에 불과하지만 예전에는 월출산에서 내려온 물이 모이는 등 마한 백제 때 꽤 큰 항구였다고 한다. 김한남(76) 영암문화원장은 “이곳은 해남 등 남해안에서 서울로 올라가는 길목으로 사람의 왕래가 잦았다”며 “다리가 없어 불편했는데 통일신라 말(후백제)에 강변에서 주막을 하는 덕진이라는 여인 덕분에 다리가 놓아졌다”는 설화를 소개한다. 그러면서 이곳에서 1.5㎞ 떨어진 곳에 장보고가 태어난 선암마을이 있다고 알려준다. 일행은 견훤왕의 군대가 주둔해 있었다는 나주시 반남면 자미산성을 들른 뒤, 광주시 북구 생용동으로 향했다. 이곳은 순천만과 광양일대에서 거병하여 여수, 고흥. 곡성, 구례 등 전남 동부지역을 장악한 후 오늘의 광주인 무진주로 호응을 받으며 입성한 곳이다. 892년 처음 자리를 잡아 세력을 키우다가 나중에 무진고성 옆 시가지로 치소를 옮긴 것으로 추정된다. <삼국유사>에 실린 ‘광주 북촌’의 지렁이 설화를 근거로 이곳이 견훤왕의 탄생지라는 주장도 있으나 다수 학자들은 혼인설화가 탄생설화로 바뀐 것으로 보고 있다. 견훤왕이 이곳에서 건국의 기초를 다지며 토착 호족세력과 혼인관계를 맺었다는 해석이다. 이와 관련해 동행한 송화섭 교수는 “지렁이 설화는 동서고금을 통해 찾아보기 힘들다”면서 “당초 용자(龍子)설화를 패배자인 견훤왕을 비하하기 위해 변이시킨 것”이라고 주장한다. ‘용이 태어난 동네’라는 생용동에는 용(龍)자가 들어간 지명이 10개가 넘는다. 구룡(九龍) 생룡(生龍) 복룡(伏龍) 오룡(五龍) 신용(辛龍) 청룡(靑龍) 용강(龍江) 용두(龍頭) 용산(龍山) 용전(龍田) 등이 그러하다. 생용마을 뒤, 죽취봉(竹翠峰) 쪽으로 가파른 구릉을 따라가면 토축으로 쌓은 성터 흔적이 나온다. 예부터 견훤대 또는 후백제성이라 불렸다고 한다. 이곳은 광주 시가지에서 보면 산들로 가려 있어 은거하기에 좋은 곳이다. 금성 범씨(范氏) 25대 손으로 대대로 이곳에서 살아온 범희인(87)씨는 “성안에는 견훤왕이 군사를 훈련시킨 조련대, 공부를 가르친 서당골, 잘못하면 감옥에 가둔 옥도골 등 당시 명칭이 지금도 전해 온다”고 들려준다. 만일 견훤왕이 성공한 군주였다면 이곳은 역사적 명소로 가꾸어졌으리라. 끝으로 찾은 곳은 광주의 상징인 무등산에 자리한 무진고성. 이 성은 광주시 산수동 오거리에서 원효사 쪽으로 구불구불한 도로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잣고개’라는 산등성이에 자리하고 있다. 잣고개는 ‘성이 있는 고개(城峙)’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 고개 양편으로 길게 쌓아 올린 성벽이 마치 새의 양날개처럼 날렵하게 복원돼 있다. 남북 1㎞, 동서 500m의 장타원형으로 축조된 포곡식 산성이다. 둘레는 3.5㎞다. 박 교수는 “광주제일고 생활관 신축과정에서 1994년 나온 누문동(樓門洞) 및 무진고성 유물로 보아 후백제 치소성으로 보기는 부담스럽다”며 “피난성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광주·전남의 후삼국 당시 지역별 분포를 보면 광주와 나주 및 서남해안은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광주를 비롯한 영산강 상류지역의 호족들은 견훤왕을 지지해 끝까지 견훤왕과 운명을 같이했다. 반면 나주와 영산강 중하류의 호족들은 왕건을 지지해 고려를 탄생시키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조상진 논설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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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상진
  • 2023.06.06 1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