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역할' PA간호사, 간호법 제정 쟁점 부상
대통령의 간호법 거부권 행사로 간호사들이 ‘업무 외 의료행위’를 거부하는 ‘준법투쟁’에 나선 가운데 PA간호사에 대한 처우 등의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오르고 있다. PA간호사(Physician Assistant)는 진료보조인력으로 의사 업무 일부를 수행하는 간호사인데 문제는 이들의 업무가 명확하지 않아 의료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전북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국 의료기관에서 활동하는 PA 간호사는 1만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전북 지역에는 전북대병원과 원광대병원 등에서 PA간호사 150여명 정도가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일선 병원에서도 간호사 또는 간호조무사 등이 의사의 보조인력으로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따로 의료인으로 분류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수는 파악하기 어렵다. 현행 의료법 제2조에 따르면 간호사의 임무를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라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진료의 보조’라는 것이 명확하지 않아 일부 병원에서는 의사가 해야 할 일을 간호사들이 대신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처방과 기록, 수술부위 봉합, 조직 채취, 항암제 조제, 채혈, 수술 수가 입력 등의 행위는 반드시 의사가 직접 해야하는 행위임에도 간호사에게 위임돼 언제든 의료법 위반에 저촉될 수 있다. 이와 관련 대한간호사협회는 지난 18일부터 23일까지 의료기관에서 이뤄지는 ‘불법 진료행위’에 대한 신고를 접수한 결과 5일간 총 1만 2189건의 신고가 접수됐다고 24일 밝혔다. ‘불법 진료행위’ 신고 유형으로는 검사(검체 채취, 천자)가 6932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처방 및 기록 6876건, 튜브관리(L-tube 및 T-tube 교환, 기관 삽관) 2764건, 치료·처치 및 검사(봉합, 관절강 내 주사, 초음파 및 심전도 검사) 2112건, 수술보조(1st, 2nd assist) 1703건, 약물 관리(항암제 조제) 389건 등 순이다. ‘불법 진료행위’를 지시한 주체로는 교수가 4078건(44.2%), 전공의(레지던트) 2261건(24.5%), 간호부 관리자나 의료기관장 등 1799건(19.5%), 전임의(펠로우) 189건(11.8%) 등으로 조사됐다. 간호사가 불법임을 알면서도 불법 진료를 한 이유에 대해서는 ‘할 사람이 나밖에 없어서’가 2925건(31.7%)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은 위력관계 2648건(28.7%), 환자를 위해서 등 기타 의견이 119건(20.8%), 고용 위협 1735건(18.8%)으로 집계됐다. 결국 PA간호사의 의료행위로 인한 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책임을 고스란히 해당 간호사가 짊어져야 하기 때문에 명확한 업무 분담을 골자로한 간호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간호사협회 관계자는 “작은 병원 등의 경우 전공의를 운영할 여력이 안 되기 때문에 PA간호사 또는 간호조무사를 채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며 “PA간호사는 언제든 의료법 위반으로 신고당할 수 있어 ‘간호사가 간호만 할 수 있도록’ 업무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는 간호법의 제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엄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