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역사 만인의총, 온 국민이 배우고 기억해야
「만인의총 역사 교과서 등재 촉구 결의안」이 지난 11월 11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의결된 데 이어 오는 24일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 아픈 역사, 잊고 싶은 역사라는 이유로 홀대해 왔던 1만여 의사들의 숭고한 희생의 역사 ‘만인의총’이 국회 결의안을 통해 알려지고, 교과서 등재를 위한 첫발을 내딛게 되어 더없이 뜻깊다. 남원을 지역구로 둔 정치인으로서 아니 남원 출신의 한 사람으로서 늘 가슴 한편에 응어리처럼 남아 있던 한을 이제야 풀어낼 계기를 마련했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밀려온다. 만인의총은 임진왜란보다 잔혹했던 정유재란 당시 민·관·군이 신분의 차이를 뛰어넘고 하나가 되어, 잔인무도한 왜적의 위협에 굴하지 않고 맞서 싸운 위대한 역사다. 이 가슴 아픈 역사가 일본은 물론 후손들에게 마저 ‘잊힌 역사’취급을 받으며 홀대당해 온 것이다. 일제강점기에는 제사를 금지당했고, 일제에 의해 제단이 파괴되는 수모를 겪다가 광복 후 재건됐다. 이후 1964년에 국가 사적으로 지정됐지만, 이를 국가 차원이 아니라 전라북도가 맡아 관리하다가 2016년 5월이 돼서야 문화재청으로 이관됐다. 이는 임진왜란 당시 1만 5천여 왜적과 싸우다 순절한 칠백의사를 모신 충남 ‘금산 칠백의총’과 크게 대비된다. 칠백의총은 1975년부터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사적이 되었고, 이미 1973년 초등학교 바른생활 교과서에 등재돼 모든 국민이 관련 역사를 배우고, 알게 됐다. 칠백의총과 경쟁하듯 비교할 일은 아니지만, 희생자가 14배 이상 많은 만인의총이 더이상 홀대당해서야 되겠는가? 이런 이유로 만인의총 역사를 국민께 알리고 바로 세우는 것을 소명처럼 여겨 왔다. 2016년도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던 해, 2017년도 만인의총 유적정비 기본계획 용역 예산 확보를 시작으로, 2019년에는 총사업비 125억원에 달하는 만인의총 유적종합정비사업 예산도 확보했다. 이를 통해 노후화된 기념관과 관리사무소 시설을 개선하고, 정문·담장·주차장 등 주요시설의 정비를 추진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올해 국민의힘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간사로 국정감사 현장 시찰 장소를 정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졌는데, 기다렸다는 듯 남원 만인의총을 가장 먼저 추천했다. 그렇게 해서 지난 10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야 위원 12명, 문화재청장 등과 함께 만인의총을 참배했다. 국회 상임위 차원에서 국회의원들이 대거 남원을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교과서에 실려 있지 않으니, 난생처음 만인의총을 접한다는 의원도 있었다. 기회를 놓치지 않고 만인의총 역사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명했고, 국회 차원의 관심과 교과서 등재를 위한 노력에 동참해줄 것을 설득했다. 또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문체부 장관과 문화재청 청장에게 만인의총 교과서 등재를 위해 노력해줄 것을 촉구했고,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이름으로 「만인의총 역사 교과서 등재 촉구 결의안」을 발의하고 의결하는 것을 주도했다. 그렇게 해 본회의 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만인 의사의 숭고한 희생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는다면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의 역사를 제대로 가르치는 것이라 할 수 없다. 국회의원이 되어 꼭 하고 싶었던 의정활동 중 하나가 만인의총 역사를 바로 세우는 것이었다. 만인의총이 교과서에 등재된다면 이보다 더 의미 있는 의정활동이 있을까 싶다. /이용호 국회의원(국민의힘·남원임실순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