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소통 2021 시민기자가 뛴다] 노후에 어디서 살까
노후에 어디서, 어떤 집에 살 것인가는 중요하다. 노후에 집은 단순한 집이 아니기 때문이다. 주택으로서의 기능과 함께 보건의료와 돌봄 등을 종합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나아가 편안한 죽음(dying in place)까지도 염두에 둬야 한다.
보건복지부의 2020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이 건강할 때와 건강하지 않을 때 희망주거지에 차이가 있다. 노인의 83.8%는 건강할 때 현재 집에서 거주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리고 건강이 악화돼도 56.5%는 재가서비스를 받으며 현재 집에서 계속 거주하기를 원했다. 노인요양시설 거주는 31.3%, 가족과 합가 또는 근거리 거주도 12.1%로 나타났다.
그러면 노후에 어디서 사는 게 좋을까. 노인 관련 주택의 모습은 다양하다. 노인들만이 따로 도시를 만들어 사는 은퇴자공동체(CCRC)와 기존의 도시에 살면서 느슨한 노인공동체를 형성하는 형태, 현재의 집에서 살면서 돌봄을 받는 커뮤니티 케어(노인 통합돌봄), 전원주택, 빈곤노인을 위한 고령자 친화형 공공임대주택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먼저 은퇴자공동체를 보자. 땅이 넓은 미국에서 발달한 이 형태는 1960년 애리조나 주에 건설된 더 선 시티(the Sun City)와 이후 남부 플로리다에 건립된 더 빌리지(the Villages)가 대표적이다. 이들 마을은 대단지에 주거 의료 돌봄 여가시설을 한데 모은 은퇴자주거복합단지(CCRC)로 은퇴자나 고령자들이 건강할 때 들어가 지속적인 돌봄서비스를 받고 여가를 즐기면서 노후를 맞는 마을이다. 미국에는 이러한 마을이 2000곳에 이를 정도로 각광을 받고 있다. 더 빌리지는 83㎢(2510만평)에 13만명이 거주하며 단독주택 구입자로서 월164 달러(20만원)의 시설이용료를 내면 골프장부터 헬스클럽, 수영장, 낚시터 등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도심 속 느슨한 노인공동체는 미국 보스턴의 비컨힐 마을(Beacon Hill Village)이 모델이다. 선 시티나 더 빌리지가 주거를 몽땅 옮겨가는 형태라면 비컨힐 마을은 이사하지 않고 내 집에서 늙어가는(aging in place)게 차이점이다. 미국에는 이러한 마을이 300개가 넘는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노인복지법상 우리나라의 노인주거시설은 양로시설, 노인공동생활가정, 노인복지주택 등으로 나뉜다. 2020년 12월말 현재 [( )안은 전북의 경우] 양로시설 209(10)개소에 1만1619(516)명, 노인공동생활가정 107(4)개소에 953(36)명, 노인복지주택 36(4)개소에 7925(986)명 등 352(18)개소에 2만497(1538)명이 입소해 있다. 여기서 양로시설은 65세 이상 기초수급권자 등이 입소할 수 있는 무료양로시설과 60세 이상이 입소해 비용을 전액 본인이 부담하는 유료양로시설로 나눠진다. 노인공동생활가정은 양로시설과 같으나 정원이 9명 이내다. 노인복지주택은 실버타운 형태로 60세 이상에게 임대해 주는 노인주거시설이다. 이와 함께 노인주거 및 복합시설로 서천군 어메니티 복지마을, 김제시 실버테마파크, 장흥 로하스타운, 광주 빛고을 노인건강타운 등을 들 수 있다.
실버타운은 시설이나 위치에 따라 입주비용이 천차만별이다. 우리나라 실버타운(또는 유료양로원)의 효시는 1988년 국내 최초로 건립된 수원 유당마을(279세대)이며 그 후 수요가 점점 늘어 호화 실버타운도 등장했다. 삼성 노블카운티(경기도 용인 800세대), 더 클래식500(서울 광진구 380세대), 더 시그넘하우스(서울 강남구 169세대), 서울시니어스 분당타워(경기도 성남시 254세대)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호화 실버타운은 골프장과 병원, 피트니스센터는 물론 각종 돌봄 및 편익시설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보증금과 월 생활비가 엄청나 서민들은 엄두내기가 힘들 정도다. 건국대가 운영하는 더 클래식500(56평형)은 보증금 9억원에 월 170만원(2인)을 내야 입주할 수 있으며 월 생활비가 500만원 이상이 든다. 삼성 노블카운티는 자립주거(일반 555세대), 생활보조주거(건강 불편 74세대), 너싱홈(건강 나쁨 178베드) 등으로 구성되며 자립주거의 경우 30-70평형으로 최소 2억4000-9억6000만원의 보증금에 월세 60만원을 내며 2인 월 생활비 역시 500만원 이상이다. 전북에도 서울 송도병원이 설립한 서울시니어스 고창타워(웰파크시티)가 2017년 석정온천 지구에 들어섰다. 10층 높이의 576세대로 12차 243세대의 분양이 끝났고 3차 146세대가 분양 중이다. 14-33평형 규모로 1억7000-2억8000만원 가량이며 월 50-70만원의 생활비가 들어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이들 실버타운은 외관이 아파트와 비슷하지만 대부분 호텔식으로 운영되며 골프장과 병원, 피트니스 등은 기본시설이다. 실내가 노인친화로 설계돼 있고 24시간 간호원 상주와 곳곳에 비상벨 및 동작감시시스템이 설치돼 있는 게 특징이다. 베이비붐 세대들에게 은퇴 후 전원주택은 로망 중 하나다. 넓은 잔디마당에 예쁜 집을 짓고 텃밭을 가꾸며 새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 얼마나 아름다운가. 전원주택은 도회지에서 누리지 못한 자연환경과 함께 증간소음을 염려할 필요가 없는 등 개인생활이 용이하다는 게 장점이다.
그러나 전원주택은 집주인이 모든 것을 관리해야 하는 등 단점도 만만치 않다. 또 남성들에 비해 여성 배우자들이 입주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한번 이사하면 되돌리기가 어렵고 비용손실도 커 주의가 필요하다. 체크포인트를 짚어본다. 전원주택 매입 때 그럴듯한 외관만 보는 경우가 많으나 하자나 부실시공 등을 눈여겨봐야 한다. 직접 짓는 경우는 토지비용이 싸지만 공사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또 자칫 냉방비나 난방비 폭탄을 맞을 우려도 크다. 집 한 채 지으려다 10년 늙는다는 말을 새겨야 한다. 도시에 비해 교통이 불편함은 물론 백화점이나 병원, 은행 등이 멀리 떨어져 있어 이를 감내해야 한다. 은퇴후 아직 활동이 자유스러운 60-70대는 전원생활이 만족스러울 수 있으나 80대 이후 간병기에는 병원이 가까워야 한다. 더욱이 배우자 사별로 홀로 생활할 경우 전원생활을 계속할지 고민해야 한다. 마당에 잔디를 심어놓고 잘 깎는 사람도 있지만 힘들어서 관리를 포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갈아엎고 자갈을 깔거나 데크를 설치하기도 한다. 또 여름철이면 파리 모기 등이 극성이고 텃밭의 풀도 뽑고 돌아서면 또 자라있어 지치게 한다. 짓거나 구입 때 큰돈이 들어가지만 팔 때는 제 값 받기가 힘들다. 매각도 쉽지 않고 투자 메리트는 없다고 봐야 한다. 이밖에 원주민의 텃세 등 이웃과의 관계도 고려 사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