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고목에 숨결을 불어넣다 '전주현판서각' 출간
양청문 현판서각 명인이 날카로운 조각칼과 망치로 한땀 한땀 나무를 파낸다. 숨을 죽인 채 이마에 땀방울이 맺혀도 아랑곳이 없다. 이내 경쾌한 망치소리가 공간에 울려 퍼지면서 칼이 나뭇결을 파고들 때마다 평평했던 나무판에 글자들이 새겨진다. 국내 유일의 현판서각 명인 양청문씨가 이종근 기자와 <전주현판서각>(정보출판사)를 펴냈다. 전주 최초의 서각 전문 책자로 양청문 명인이 그동안 목판에 새긴 서각 작품과 제작과정, 서각의 역사와 작품해설 등이 담겨 있다. 서각은 나무나 돌 금속 등의 재료에 도구를 통해 새기는 것을 말한다. 현판을 서각하는 방법은 양각과 음각으로 나뉜다. 양각은 글자 주변을 파내어 글자가 도드라지도록 새기는 방식을 말한다. 음각은 반대로 글자를 파내는 방식이다. 서각하는 방법에 따라 칼날의 길이와 자세 등이 결정되고, 인쇄 목적에 맞춰 반서각(글자 좌우를 바꿔 새기는 방법)과 정서각(목판 그대로 붙여 새기는 방법) 등으로 구분된다. 이처럼 책에서는 현판서각이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일련의 과정과 양청문 명인이 쏟은 정성과 시간이 만만치 않음을 보여준다. 김제 부용정, 김제 진백재, 남원 호성사, 무주 향교 명륜정, 전주전통술박물관, 임실 덕수암 범종각, 무주 향교 동재 등 명인이 땀과 정성으로 빚어낸 전주 현판서각 작품 30점이 수록됐다. 이와 함께 현판서각의 역사와 명인의 제작 과정 등을 이종근 기자가 정리해 게재했다. 이번 책을 기획하고 집필한 이종근 저자는 “문자의 새김 행위가 인쇄를 위한 행위는 아니었으나 중국 은나라의 갑골문, 주나라의 각종 금문과 석각 등 무수히 많은 종류가 존재한다”며 “이러한 흐름 뒤에 등장한 목판에 글씨를 새기는 행위는 인쇄술 발달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저자 양청문 명인은 대한민국명인회가 인정하는 국내 유일의 현판서각 명인이다. 명인은 한국미술협회 회원, 대한민국 전통공예대전 초대작가, 전주미술협회 회원, 대한명인회 전북지회 부회장, 향교길 이야기 회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전주향교 앞에서 백산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공동저자 이종근 기자는 <한국의 옛집과 꽃담> <한국의 다리 풍경> <한국의 꽃살문> <전라감영 600년 오디세이> 등 57권의 책을 펴냈다. 현재 전주문화원 연구위원, 전주시 윤슬 연구 및 집필위원, 한국서예교류협회 홍보 및 기획이사, 새전북신문 편집부국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