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의 명수! 영광의 50년, 도약의 50년!
1972년 여름 서울동대문야구장. 군산상고와 부산상고의 제26회 황금사자기 고교야구대회 결승전은 필자를 비롯한 군산시민들의 뇌리 속에 잊혀지지 않는 명경기이다. 9회말 4대 1로 끌려가던 군산상고가 4득점을 몰아치며 5대4 대역전승을 거두고 고교야구 역사상 길이 남을 명승부를 연출했다. 당시 언론들은 “야구 역사상 일찍이 보기 드문 기사회생의 산표본”이라며 군산상고의 투혼을 극찬했다. 그날 이후 군산상고는 자타가 공인하는 ‘역전의 명수’가 됐고, 당시 우승 카퍼레이는 군산뿐만 아니라 전주·익산 등에서도 진행될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군산의 경우 12만 명의 인구 중 7만 여명이 거리로 뛰어나와 같이 우승의 기쁨을 함께 하는 등 지역의 경사가 아닐 수 없었다. 이처럼 한 고교 야구부가 일궈 낸 명승부로 인해 군산은 지금도 ‘역전의 명수’도시로 불리고 있다. 역전의 명수 스토리를 주제로 한 영화제작에서부터 군산시가 전국 지자체 최초로 개발한 공공 배달앱 이름도 ‘배달의 명수’일 정도로 군산시와 역전의 명수는 뗄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셈이다. 고교 야구부가 만들어낸 우승신화가 학교를 넘어 군산의 지역성을 대표하는 브랜드 네임으로 활용되고 있는 대목이다. 군산상고가 배출해 낸 야구 전설들도 초대 홈런황 김봉연, 초대 도루왕 김일권, 최초의 30홈런 김성한, 해태 강타자 김준환, 팔색조 싸움닭 조계현, 한국시리즈 노히터 정명원, 조규제, 석수철, 오상민, 신경현, 정대현, 이진영, 김상현, 이대수, 이승호, 문규현, 원종현, 차우찬, 김호령, 조현명에 이르기까지 나열할 수 없을 정도다. 전국대회 입상성적만 우승 16회, 준우승 10회, 3위 7회 등 호남 야구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필자도 초등학교 시절 군산상고 주변에 살면서 자연스레 상고 야구를 접하게 됐다. 어린 시절 필자에게 야구라는 스포츠 종목은 나의 운동 세포 하나하나를 일깨우는 운명과도 같은 스포츠였다. 야구공 하나에 모든 선수들이 움직이고 멋진 승부를 연출하는 것을 보고 있자니, 당장 그라운드에 나가고 싶었던 마음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한때 야구선수의 꿈을 키워 봤지만 여러 가지 형편상 이루진 못했고, 현재는 사회인 야구단 선수로서 활동하고 있다. 올해로 황금사자기 우승 50주년을 맞았다. 군산시가 그날의 영광을 재현하고자 오는 16일과 17일 ‘역전의 명수 군산! 50주년 기념행사’를 갖는다. 이번 행사 기간에는 야구발전 세미나를 비롯해 친선경기, 축하공연, 레전드팬사인회 등 다양한 부대행사가 펼쳐진다. 야구인 한 사람이자 군산시야구소프트볼협회 수장을 맡고 있는 필자로서 참 감사한 일이자, 감동으로 다가오고 있다. 더욱이 군산은 현재 고용·산업위기관리지역이다.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에 이어 오는 10월 재가동 소식을 알린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도 5년간 공장 가동이 멈추면서 심각한 지역경제 위기를 초래했다. 그동안 군산은 수많은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역전의 명수’로서 저력을 발휘해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의 길을 만들어 나갔다. 수많은 신화를 써 내려간 군산상고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수도권이나 타 지역에 비해 후원이나 재정여건이 열악하다보니 매년 우수선수들이 역외로 유출되면서 전국대회에서도 좋은 활약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군산상고 야구는 군산시민의 야구로서, 이제는 시민들이 군산상고 야구에 대해 후원과 사랑을 보내줄 때이다. 더욱이 올해는 황금사자기 우승 50주년을 맞아 연말에 범시민 후원의 밤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군산은 야구의 도시다. 시민들에겐 역전의 명수는 상징이자 자존심이다. 황금사자기 우승 50주년을 맞아 역전의 명수 군산상고가 영광의 50년을 넘어 도약의 50년으로 뻗어 나가기 위해선 시민들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 군산상고와 더 나아가 군산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역전 만루홈런을 날리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문태환 군산시야구소프트볼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