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인물] 취임 한 달여 이오숙 전북소방본부장 "현장 중심 소방행정"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보완해 나갈 점을 파악하기 위해 현장 곳곳을 누볐습니다. 그래도 아직 갈 곳이 많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27일 제20대 전북특별자치도 소방본부장에 이오숙 소방감(57)이 취임했다. 전북 소방의 최고 책임자로서 부안 지진 현장과 이차전지 업체 등 사고 현장과 대형 시설물에 대한 안전 점검에 주력했다. 그는 소방 최초 여성 소방감 탄생이라는 점에서 큰 이목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성별에 따른 구분보다는 소방관의 전문성과 사명감을 강조했다. '여성 소방관'이 아닌 '대한민국 소방관'으로서의 정체성을 중시한 이 본부장을 만나 향후 각오와 계획을 들어봤다. -여러 부서를 거쳤지만 한 지역의 소방본부장으로 취임하신 것은 처음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 달여의 소회는 어떠하신지요. "아름다운 자연과 따뜻한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멋진 전북특별자치도의 소방본부장으로 근무하게 되어 매우 분주하게 지내온 40여일이었습니다. 우리 전북 지역에 맞는 안전대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되기 때문에 짧은 기간이었지만, 많은 분들을 만나 인사도 드리고 시간 닿는대로 소방관서와 업체들을 방문했습니다. 만나 뵙는 분들마다 모두 반갑고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늘 감사한 마음이었고 지금은 어느 정도 전북소방인으로 자리잡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전북에서 근무하시는 것도 처음이신데요. 전북소방본부만의 강점은 무엇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전북소방은 타 시도에 비해 조직규모가 적은 편인데도 도민 안전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의 수준이 매우 높았습니다. 먼저 도전경성(挑戰竟成)의 정신으로 언제나 ‘도전’을 외치고, 노력하는 3400여명의 소방공무원과 소방력이 미치지 않는 농어촌지역의 부족한 소방력을 보완해 주는 8200여명의 의용소방대원들의 저력을 강점으로 꼽고 싶습니다. 전북특별자치도소방본부는 전기차충전구역 화재안전시설 설치, 화재안전취약자가 더 보호받는 안전서비스 제공 등 지역 특성에 맞는 화재예방 및 재난대응체계가 체계적으로 잘 구축되어 있습니다. 또한 119구급대와 지역별 의료기관 간 응급의료 협력이 잘 이뤄지고 있으며, 임산부와 특이질환을 가진 영·유아들에 대한 구급서비스 등도 큰 장점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지난해 전북소방본부는 부서장들의 갑질 논란에 휩싸였었는데요. 신임 소방본부장으로서 이러한 일들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것들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먼저, 모든 부서장들이 조직 내부의 불합리한 관행을 과감히 개선하기 위해 솔선수범하고, 업무 수행 시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수행해야 합니다. 또한, 중요한 의사결정과정에 동료들의 의견을 반영해 투명하게 공유해 상호간 신뢰를 기반으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본부 차원에서도 정기적으로 익명의 설문조사를 실시해 부서별 분위기와 문제점들을 파악하고 그 결과를 부서장들에게 피드백해 자신을 돌아보고, 개선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갑질문제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사실관계를 명확히 조사해 해당자를 엄중문책해야 할 것입니다." -취임 인사 당시 소통이 본부장님의 최대 강점이라고 하셨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떠한 방식으로 도민들과의 소통을 이어나가실 예정이신가요? "재난사고 현장은 물론 화재취약대상, 소방관서를 수시로 찾아 업체와 동료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해소할 수 있는 소통을 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지역사회의 안전과 화재 예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계시는 의용소방대원들, 의료기관장 등 소방 활동 관련 기관장님들, 그리고 지역 언론과도 기회 닿는대로 소통하고, 개선이 필요한 사항은 충분히 검토해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의료 집단행동이 예상했던 것 보다 더 길어지는데요. 의료계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아프면 걱정이 많은데, 119 구급서비스에는 문제가 없나요? "현재 전공의 이탈 등으로 도내 대학병원에 대한 119구급대 이송환자 수용율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이에 전북소방은 비응급환자는 일반 병의원으로, 경증, 중등증 환자는 2차 병원으로 이송하고, 긴급한 중증환자인 경우에만 대학병원으로 이송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119구급대의 응급환자 이송에 적극 협조해 주고 계시는 도내 모든 의료기관에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아울러 응급환자가 적시에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올바른 구급차 이용 문화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꼭 필요한 분들이 구급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도민 여러분들의 많은 협조 부탁드립니다." -전북소방본부장 직급이 소방준감 3급 상당에서 소방감 2급 상당으로 상향됐습니다. 그에 따른 지역 소방본부의 이점과 전북 소방의 발전 방향 및 가능성은? "지역별 소방본부장은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제50조에 따라 재난 발생 시 지역의 군·경찰·유관기관 등을 지휘하는 긴급구조통제단장으로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이번 직급 상향으로 인해 재난현장에서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과 현장지휘가 가능해지고 소방공무원들의 사기 또한 높아졌습니다. 전북소방은 전국 최초로 AI긴급구조시스템을 운영하고, 전국 최대 규모의 실화재훈련장을 건립 중에 있으며, 다기능화학차, 험지펌프차 등 첨단소방장비 보강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를 토대로 소방행정 및 현장활동에 활용해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킨다면 전북소방의 발전 가능성은 크다고 봅니다." -첫 여성 소방감이십니다. 유리천장을 뚫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후배 여성 소방관에게 한 마디 해주신다면? "첫 여성 소방감은 저 혼자만의 노력이 아니라 여러분과 함께 이루었기 때문에 더욱 의미있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오늘도 전국 각지에서 화재진압, 구급 등 현장업무를 비롯해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여성소방관의 능력과 열정이 인정받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한 사람의 소방관으로서 자신을 믿고 꿈을 크게 가지시길 바랍니다. 여러분의 노력이 우리 조직을 더욱 강하게 만들 것입니다. 멋진 소방관으로서의 길, 우리 함께 걸어 나갑시다." -전북 치안 총수인 전북경찰청장도 여성입니다. 협업 과정에서 여러 장점이 있을 것 같은데, 업무 파트너로서 어떠실까요? "소방과 경찰의 협력은 긴급상황 시 신속하고 효율적인 대응을 통해 큰 시너지효과를 발휘해 지역사회 안전망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같은 시기에 공직생활을 해온 여성리더로서 상호 이해와 공감능력이 높아 신뢰와 배려를 바탕으로 원활한 소통과 협력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전북경찰청과 힘을 모아 도민들이 각종 재난 및 사고로부터 안심하고 생활하실 수 있도록 더욱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전북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전북 소방도 새바람이 불 것으로 기대됩니다. 전북자치도에 걸맞는 임기 내에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재난 발생시 신속·최대·최고 대응을 원칙으로 현장에서 작동하는 대응체계를 확립하고, 예방 중심의 선제적 화재 안전대책 추진을 통해 도민의 안전을 확보하겠습니다. 생명존중 고품질 서비스와 재난안전약자 맞춤형 응급의료를 제공하는 등 도민 중심의 119서비스를 제공하고, 실화재 훈련시설 설치, 소방청사 현대화, 첨단 소방장비 도입 등 미래 지향적 소방활동 기반을 조성하겠습니다." -전북은 자연재해로부터 안전지대가 아니며, 화학 사고나 화재 등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사전 예방책이 있다면.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도민 모두가 자연재해에 대한 위험성을 인식하고 자신의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대비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전북소방 또한 어떠한 자연재해가 발생하더라도 도민 안전을 위해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화학사고나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해당 사업체의 철저한 안전관리가 최우선되어야 합니다. 소방관서에서는 지역내 화학물질 취급 사업장 또는 화재발생 우려 대상물에 대해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최근 도입된 다기능화학차 등 첨단소방장비를 활용해 관련 기관과의 합동훈련을 통해 화학사고 및 화재 발생 시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 유사시 도민 피해를 최소화하고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도민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전북특별자치도 소방본부장으로서 동료들과 다양하게 소통하고, 도내 관련부서와 유관기관은 물론 지역사회와도 긴밀하게 협력해 도민들의 안전을 지켜 드리고 '성장하는 전북소방, 신뢰받는 전북소방'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도민여러분! 여러분 곁에는 언제나 119가 있습니다." △ 이오숙 전북소방본부장은 충남 부여 출신으로 한남대학교에서 행정학 학사와 석사,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8년 12월 소방사 공채로 공직에 입문해 대구북부소방서장, 대구소방안전본부 소방행정과장을 역임했다. 소방청 중앙학교 인재개발과장, 코로나19긴급대응과장을 지낸 후 강원도소방학교장을 거쳐 소방청 대변인으로 활동했다. 소방감으로 승진 이후에는 전북특별자치도 소방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