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열아홉 살 생때같은 자식을 잃은 부모가 보름이 넘도록 아들이 다니던 직장 앞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아직 장례식도 치르지 못했다. 죽은 아들을 가슴에 묻지 못해 떠나보낼 수 없어서다. 급기야 지난 4일에는 참담한 심정을 호소하며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
사고가 일어난 것은 지난달 16일이었다. 전주시 팔복동의 한 제지공장에서 이제 갓 입사한 19세의 청년 노동자가 공장 설비를 점검하기 위해 혼자 기계실에 갔다가 쓰러졌고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전남의 한 특성화고교를 졸업한 고인은 사고 6개월 전 이 회사에 정직원으로 입사했다. 메모장에 자기계발 계획과 인생 목표를 꼼꼼하게 적어둘 정도로 꿈 많은 사회 초년생이었다. 유가족과 전북지역 노동·시민사회단체는 회사 측에 이 안타까운 죽음의 진상규명을 강력 촉구했다. 사고 당시 2인 1조 작업 수행 매뉴얼이 지켜지지 않았고, 사측의 구호조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유족은 철저한 진상규명과 회사측의 공식적인 사과 및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유가족은 사측으로부터 재발 방지 대책은 물론 아직 제대로 된 사과조차 받지 못했다. 유족과 시민단체는 ‘오히려 사측으로부터 모독성 발언까지 들었다’며 분개했다.
물론 회사 측에서도 뜻하지 않은 사고에 황망할 것이다. 하지만 어디 자식 잃은 부모의 심정에 비교할 수 있을까. 무리한 요구도 아니다. 사람이 죽었다. 당연히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하고, 사측의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도 필요하다. 그런데도 아직껏 이런 절차들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산업현장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 이제 막 사회에 나온 청년 노동자들의 안타까운 죽음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산업현장 안전관리 문제가 거듭 부각됐지만 아직도 달라진 게 없다.
관계 당국과 회사 측은 이 청년 노동자의 죽음에 한 점 의혹도 없도록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해서 이를 밝혀야 한다. 사고 재발을 막고, 유가족이 이제 그만 아들을 떠나보낼 수 있도록 말이다. 아울러 우리 사회가 더 이상은 이런 안타까운 죽음과 마주하지 않도록 철저한 안전대책을 세우고, 이를 강력하게 시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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