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택을 법으로 강제한다는 오해
박지원 변호사 진성준 의원이 대표발의한 주거기본법 개정안에 대해 야당과 경제지에서 1가구 1주택법이라고 명명하며 연일 논란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는 공세 하에 인터넷 댓글도 법으로까지 1가구 1주택을 강제하느냐는 비난 일색이다.
쏟아지는 보도를 보며 먼저 든 생각은 정확한 법안명과 개정 조문을 온전히 전달하는 기사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1가구 1주택을 법으로 강제한다는 논조만 가득할 뿐, 개정되는 법 이름이 주거기본법이고, 개정안은 1세대 1주택 보유를 국민을 대상으로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수립하는 정책의 원칙으로 천명할 뿐이라는 점에 대한 언급이 없다.
시민들에게 법이라는 단어는 특정 행위를 금지하고, 위반하면 처벌한다는 어감을 준다. 국민들이 스스로 법을 지켜야 하는 대상 즉, 수범자로 상정되는 것을 당연시하기 때문에, 법률에 1가구 1주택이 명문화된다고 하면 곧 이를 위반하는 국민들은 제제를 당하겠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그러나 현실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법령은 행정기관을 규율하는 행정법이고, 특히 그 중에서도 기본법이라는 명칭이 붙은 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의 일반원칙과 국가의 책임을 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예 : 과학기술기본법, 교육기본법 등).
이번 주거기본법 개정안의 전체 내용은 국가가 국민의 주거권 보장을 위한 주거정책 수립에 있어 현행 기본원칙 9개에 더하여 1세대가 1주택을 보유, 거주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주택이 자산의 증식이나 투기를 목적으로 시장을 교란하게 하는 데 활용되지 않도록 하며, 주택을 소유하지 않거나 실제 거주하려는 자에게 우선 공급한다는 원칙을 추가하자는 것이다. 따라서 이 문구의 범위를 벗어나 이루어지는 모든 공방은 각자의 진영논리에 따른 함의의 해석에 불과하다.
사실 현행법상 기본원칙 9가지에는 이미 국민의 주거비가 부담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되도록 할 것, 장애인, 고령자 등 주거약자가 안전하고 편리한 주거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 등 정책방향도 담겨있다. 과연 반대 측에서 이 또한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사회주의적 발상으로 보는지 되묻고 싶다.
요컨대 이번 개정안은 국가가 주거정책을 수립할 때 1세대가 1주택을 보유, 거주할 수 있도록 노력하라는 내용인데, 반대 측은 이를 국민의 다주택 보유를 법으로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면 법으로 제재한다는 이미지로 각색하고 있다. 이는 집값 폭등에 따른 현 정권 지지율 하락에 더하여, 국민이 직접 법안의 구체적 내용까지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과 수범자로서 법에 대해 갖는 인상을 이용하였다는 점에서 전략적으로 유효하다. 물론 진성준 의원이 TV 토론 뒤에 그래봤자 집값 안 떨어질 것이라고 말하여 논란이 되었던 당사자라는 점도 고려되었을 터이다.
정치공세야 전술로 이해하더라도, 사건을 대하는 언론의 태도는 아쉽기만 하다. 법안의 실체를 검증하여 전달하는 기능은 사라지고 자극적인 공방만 앵무새처럼 받아쓰며 여론 양극화를 증폭시키는 보도는 연예계 가십 기사를 방불케 한다. 본질이 아니라 허수아비를 세워놓고 그것이 악마인지 아닌지 싸우게 만드는 보도 행태의 지속 여부에 따라 언론이 진실 발견의 공기(公器)인지 아니면 특정 집단을 위한 여론선동의 주도자인지 독자들은 판가름할 것이다. /박지원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