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일보 신춘문예 출신 작가와 ‘감성 충전’
새해의 여운과 함께 하루의 시작과 끝을 여는 요즈음, 제대로 된 감성 충전을 위한 이야기 책을 소개한다. 전북일보 신춘문예 출신의 시인들이 새 책 소식을 들고 온 것. 김유석 시인의 시집 <붉음이 제 몸을 휜다>와 김형미 시인의 그림소설 <불청객>을 만나보자. 외로운 인생 살이 자아 찾기에 지쳐 헛헛한 속을 달래고픈 이들에게 든든한 동행인이 되어 줄 것이다. 붉은 표지가 인상적인 두 권의 책은 떠오르는 새해처럼 따뜻한 기운마저 더해준다. △김유석 시인 시집 <붉음이 제 몸을 휜다> 맨발로 무논에 들면 물렁하고 존존하고 은연한 힘이 몸에 낀다. 그렇게 살을 섞는 감정이거나 한 발을 빼면 바닥이 쑤욱 들려 나오는 그런 느낌을 나는, 적는다.
김유석 시인은 새 시집 <붉음이 제 몸을 휜다>(도서출판 상상인)를 펴내는 심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의 말처럼 이번 시집에는 삶의 한복판으로 뛰어든 생명에 대한 언급이 두드러진다. 다소 불안정하면서도 꿋꿋이 생명성을 이어나가는 존재들에 집중한다. 이를테면 소, 민달팽이, 고라니, 개구리 따위가 그렇다. 체험적인 농촌의 소재를 적극 불러들여 독자들을 생명의 한복판으로 소환한다.
어느 백치가 울음을 적고 있다 / 다 버리지 못한 울음은 꾹 꾹 눌러서 / 다음 생으로 유폐시켜야 한다 (김유석의 시 미필적 감정2 중)
해설을 쓴 문신 시인은 김유석은 울음의 수사학으로 이번 시집을 구상한 듯싶다며 울음보다 위대한 경고는 없으며 울음은 존재의 경고이자 삶의 위기라고 설명했다.
김유석의 시에 대해서는 삶이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따라오는 통념을 비껴가게 한다며 김유석 시인에게 삶은 살아가는 일보다는 기억하는 일에 가깝다고 봤다. 기억이 사후의 일이고 돌이킬 수 없다는 점에서 삶의 기억은 선천적인 운명의 지배로부터 자유롭다는 것이다.
김유석 시인은 1989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서 시가 당선되며 등단했다. 이후 서울신문과 조선일보 신춘문예에서도 시와 동시 작품이 당선됐다. 그간 시집 <상처에 대하여>, <놀이의 방식>을 펴냈다. △김형미 시인 그림소설 <불청객> 김형미 시인은 그림소설 <불청객>(푸른사상)을 통해 진정한 나에게로 돌아가는 길을 찾는 이들에게 이야기를 건넨다.
이 이야기에는 너무도 많이 떠돌았던 나가 등장한다. 거대한 소용돌이에 휘말린 듯 내 안을, 집 밖을 나가 무던히도 떠돌았다. 우여곡절 끝에 집으로 돌아온 나는 비어있던 집에 주인 대신 웅크리고 앉아있는 불청객 그를 만나게 된다. 아무리 내보내려 해도 나가지 않는 불청객. 나는 어쩔 수 없이 그와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된다.
나는 새로운 세계로 나가기 위해 진정한 나에게로 돌아가는 길을 찾아 나선다. 조금은 다르고 낯선 세계를 발견하려는 나에게 우주를 깨우는 우렁찬 닭 울음소리가 들릴 수 있을까.
김형미 시인은 이 이야기를 쓰며 우리가 너무 많이 떠도는 삶을 살고 있지는 않나. 그렇다면 무엇이 우리를 그토록 떠돌게 하는 것이며 진정한 나에게로 돌아가는 길은 어디인가라는 고민을 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독자들과 함께 그 고민을 나눠보고자 했다.
그러면서도 무한히 평안하고, 무한히 살가운 그곳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을 찾아가는 글을 쓰고 싶었다며 이 이야기는 내 안을, 집 밖을 나가기 위해 준비하는 이들을 위한 노래라고 전했다.
김형미 시인은 200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와 진주신문 가을문예에서 시가 당선되며 등단했다. 2003년에는 문학사상의 시 부문 신인상을 수상했다. 시집 <산 밖의 산으로 가는 길>, <오동꽃 피기 전>, <사랑할 게 딱 하나만 있어라>를 비롯해 다수의 그림에세이집, 풍수에세이집, 동화책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