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세배 타고 판소리나 실컷 하련다!” 일제강점기 식지 않은 민족혼
해방이 머지 않은 일제강점기의 어느 날, 만세배가 조국광복을 기원을 싣고 물길을 가른다. 전국각지에 숨은 소리를 찾아 원 없이 듣고 가겠다는 바람이 전해진 건지, 배는 쉬지 않고 나아간다. 이윽고 우리 산천과 현해탄을 넘어 일본까지 유람하며 신산했던 우리네 삶을 다양한 소리와 해학으로 풀어낸다.
전북도립국악원(원장 이태근) 창극단(단장 조통달)은 제52회 정기공연으로 창극 만세배 더늠전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2019전주세계소리축제의 초청을 받아 축제 기간인 10월 2일과 3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두차례 공연한다.
도립국악원은 올해 공연 제작 방향을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라는 역사적 가치에 맞추고 3.1운동 100주년 기념 전야음악회등 관련 공연을 진행한 바 있다. 창극 만세배 더늠전은 이 기획의 마지막 순서다.
이번 작품에는 극본 임영욱고선웅, 작창 한승석, 작곡 김성국, 연출 이왕수, 협력연출 고선웅, 지휘 권성택, 안무 김시화 등 제작진을 비롯해 창극단관현악단 단원 72명이 의기투합했다.
이번 무대는 일제강점기를 살아낸 우리 민초들의 삶을 판소리로 엮은 작품이다. 군산 미선공 파업, 옥구평야 이엽사농장 소작쟁의, 전군가도 건설, 이종린 귀국기 등 전북지역에서 있었던 실제 사건을 배경하고 있어 역사적 의미를 더한다.
더늠은 판소리 한 바탕에 새로 짜서 넣은 대목을 의미한다. 일제강점기 격동의 시간 속 미선공, 매갈이꾼, 소작농, 징용노동자, 징병군인 등 일제의 억압을 온전히 받아내며 살았던 우리네 민초들이 하나 되어 고난의 시대를 이겨냈던 역사를 더늠으로 담아냈다.
음악의 방향은 전통적 판소리 어법으로 작창한 선율과 장단을 중심으로 구성했다. 작창 또한 전통판소리의 곡조를 훼손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극적인 흐름에 두고 노랫말을 썼다.
이 작품은 2막으로 나눠 14개의 장면과 10가지의 작은 이야기로 구성했다. 총 49곡의 노래와 판소리 다섯바탕의 더늠은 전라북도의 이야기를 완성한다.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우리 민족의 애환이 구성진 소리를 더욱 단단하게 한다.
이태근 전북도립국악원장은 올해는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로 한국 근대사에 변곡점이 된 사건을 재조명하고 민초들의 희생을 잊지 않기 위해 만세배의 닻을 올린다며 암울했던 일제강점기 격동의 시간을 뚫고 찾아온 광복에 여러 인물들이 겪어낸 열망과 고뇌를 생각해보는 뜻깊은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