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12가지 동물 ‘십이지 문화’, ‘유라시아 문화 공통어’로 조명
십이지 동물에 관한 역사자료와 고고미술자료를 중심으로 민속학, 인류학, 신화학, 문자학, 동물학 등에 이르는 방대한 자료를 검색하고 수집해, 이를 읽기 쉬운 형태로 체계화했습니다.
쥐, 소, 호랑이, 토끼, 용, 뱀, 말, 양, 원숭이, 닭, 개, 돼지. 12가지 동물로 이뤄진 십이지(十二支) 문화를 유라시아 문화 공통어로 재조명한 책이 나왔다.
전주 출신 민병훈 전 국립중앙박물관 아시아부 부장이 펴낸 <유라시아의 십이지 문화>(진인진).
민 전 부장은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에 뿌리내린 십이지 문화가 인도베트남태국 등 동남아시아, 티베트와 몽골카자흐스탄 등 유목문화권과 서아시아, 이집트러시아 등 유럽 지역에서도 실생활과 밀착되어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십이지에 표현되어 있는 동물은 인간 생활의 발전과정과 밀접한 관련성을 지닌 것들이지만, 십이지 문화가 전개된 각 지역의 풍토적 조건 그리고 시대상황이나 종교 등 문화조건에 따라 인식 상에 큰 차이를 보입니다. 그렇지만 이들 십이지 동물의 속성에 빗대어 인간사회를 풍자하는 우화 등에는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시공을 초월한 공통의 시대정신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민 전 부장은 십이지 동물에 대한 내용이 대부분 국내 역사나 설화 등에 국한된 민속자료로 점철되어 있는 점을 아쉽게 생각하고 유라시아의 십이지 관련 자료를 폭넓게 수집해 왔다.
책에는 십이지의 기원과 유라시아 각지의 십이지 문화, 쥐부터 돼지까지 각각 십이지에 얽힌 이야기가 600건이 넘은 컬라 도판과 함께 511쪽에 걸쳐 담겼다. 방대한 양의 십이지 도판자료는 저자가 유라시아 각지 학술조사 과정에서 촬영한 사진을 비롯해 구미 및 한중일에서 개최된 다양한 특별전시 도록에서 채록했다.
민 전 부장은 후기를 통해 2014년 정년 퇴임한 이후 기존 집필 내용을 대대적인 보완하고 새로 발굴한 자료들을 엮어 이번에 단행본으로 출간하게 됐다며 십이지 동물 이야기를 범 유라시아로 시야를 넓혀, 상상의 나래를 펴보는 것도 삶의 소소한 여유일듯싶다고 밝혔다.
중앙아시아사와 동서교섭사를 전공한 민 전 부장은 국립전주박물관 학예연구실장, 국립청주박물관 관장, 국립중앙박물관 아시아부 부장 등을 지냈으며, <초원과 오아시스 문화 중앙아시아>, <실크로드와 한국문화> 등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