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농악, 그것이 알고 싶다] 농사 음악보다는 종합예술…시대 변화따라 기교 발전
오는 10월 열리는 전주세계소리축제(이하 소리축제)는 비교음악제를 지향하며 판소리를 중심으로 치러진다. 더불어 세계 각국의 전통소리로부터 이어져 온 월드뮤직과의 비교를 통해 전통의 가치를 높이고 공유한다. 본보는 소리축제를 앞두고 소리축제 조직위와 함께 전통음악과 월드뮤직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연재를 마련했다. 조세훈 전북도립국악원 교육학예실장, 영국 월드뮤직 전문지 <송라인즈(Songlines)>의 사이먼 브로튼 편집장, 저스트 뮤직의 김선국 대표, 영국 런던대 소아스(SOAS:School of Oriental and African Studies, University of London)에서 한국음악을 연구하는 대학원생 안나 예이츠 씨가 오는 10월23일까지 차례로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독자에게 음악적 상식과 지평을 넓히는 글을 선보인다.지난 7월4일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서 다시 한 번 세계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러한 경사는 지난해 12월에도 있었다. 농악이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된 것이다. 유형의 유산은 눈에 보이는 실체가 있기에 보존의 대상과 방법이 좀 더 명확할 수 있다. 하지만 무형의 유산은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이어지는 기예나 지식, 생활방식인 만큼 전승의 대상과 방법이 유형유산보다 추상적이고 복합적이다. 유형유산이 보존의 대상이라면 무형유산은 전승의 대상이다.특히 농악은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 백견(百見)이 불여일타(不如一打)다. 백번 듣는 것 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낫고, 백번 보는 것보다 한 번 직접 쳐 보는 것이 낫다. 역설적으로 일견(一見)과 일타(一打)도 백문(百聞)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으니 농악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몇 가지 이야기들을 나눠보고자 한다.△농악? 풍물?결론부터 말하면, 둘 다 쓰인다. 각자 맞다고 할 만한 근거를 가지고 있다. 공식 용어로는 농악이 더 많이 쓰였다. 무형문화재로 등재할 때도 무슨무슨 농악이라 하고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될 때도 농악이라 했다.1970~1980년대 농악이란 용어가 일제에 의해 선택되고 활용된 것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농악, 풍물, 풍장, 매구, 매귀, 굿, 걸궁, 걸립, 두레, 군물, 군고 등 다양한 말이 있었지만 일본 전통 가면극 능악(能樂)과 비슷해 일제 강점기 때 농악으로 표준화했다는 것이다.그 대안으로 제언된 말이 풍물이다. 최근, 풍물은 악기를 이르고 농악은 일제 강점기 이전부터 이미 널리 쓰여 이 말도 하등의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19세기 문헌인 황현의 <매천야록>, 최덕기의 <갑오기사> 등에 농악이란 말이 사용된 사실이 근거로 제시됐다.농악이나 풍물이라는 용어에는 각각의 시각과 해석이 담겨있다. 이 견해들은 서로간 논쟁을 통해서 정교해지고 있다. 발전적인 모습이다. 논쟁이 풍성해질수록 대상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아끼는 마음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농악은 농사 음악인가먼저 음악인가?에 대해 말하자면 농악의 악은 음악만을 말하기보다 노래, 음악, 춤 등을 총체적으로 일컫는다. 농악에는 가락 연주뿐 아니라 노래, 춤, 제의, 연극, 놀이 등이 함께 한다. 그래서 농악의 장르는 농악이다고 한다. 즉 종합예술이다.다음으로 농사 음악인가에 대해서는 꼭 그렇지는 않다. 농악의 형태는 다양하다. 농사일을 하며 하던 두레농악, 공동의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하던 걸립농악, 전문적인 공연을 목적으로 하던 연예농악 등이 있다. 두레농악에서는 풍농을 노래했고, 걸립농악에서는 공동의 번영을 추구했으며, 연예농악에서는 예술적 만족을 지향했다.△농악은 변하지 않는가농악도 1920년대와 오늘날은 다르다. 우선 악기나 복색이 변한다. 과거에는 짚신이나 고무신을 신었다면 오늘날에는 가죽으로 만든 미투리나 운동화를 신는다. 의상도 색깔이나 양식은 지켜지겠으나 재질 등은 다르다. 악기도 마찬가지다. 얼기설기 만들어서 크기도 제각각이고 소리도 차이가 많았다면 요즘에는 제작 기술이 발달하면서 다양한 크기의 규격화가 이뤄지고 원하는 성음으로 주문 생산도 가능하다. 음악적 기교도 세련되고 정교해졌다.어느 명인이 설장고 놀이에 대해 말했다. 요새 애들이 더 잘 쳐. 기교도 많고 모냥새도 이쁘고라고.전통도 시대와 함께 변화고 전통예술은 그러한 시대상을 반영해 왔다. 농악도 집단 연희로 판굿이 형성되고 그 안에 꽹과리, 장고, 북, 소고 등의 개인놀이가 생겨났으며, 각각의 개인놀이는 오늘날 독자적인 연희물 변모해 가고 있다.이제는 농악을 우리의 고정관점에서 풀어주자. 역동적인 변화, 그 넓은 바다에서 마음껏 놀게 하자.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우리 가까이에서 사랑받는 예술이 되게 하자.※이 칼럼은 오는 10월7일~11일 열리는 전주세계소리축제와 공동 연재하고 있으며 소리축제 공식블로그 소리타래(http://blog.sorifestival.com)를 통해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