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적십자사 김철수 회장 "전북도민 자부심 고취시키고픈 마음"
“국민과 밀접하게 공감하고 소통하면서 ‘새로운 적십자’를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대한적십자사 김철수 회장(79·김제·사진). 지난 8월 17일 취임한 김 회장이 대한적십자사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적십자사의 지속가능한 공공의료 기반 확충, 혈액사업 활성화와 함께 조직문화 변화를 강조했다. 이를 위해 취임 직후 본사 신입 사원부터 본부장급 직원들을 일일이 만나 새로운 일하는 방식과 태도, 조직문화 등을 주문하며 변화를 이끌고 있다. 또 이달 4일에는 그의 핵심 사업중 하나인 헌혈 캠페인을 고향인 전북에서 첫 번째로 개최하는 등 자신의 구상을 하나씩 실천해 나가고 있다. 매일 새벽 3시에 기상, 자신이 운영하는 병원의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돌아본 후 오전 8시에 적십자사로 출근하는 등 바쁜 일과를 보내고 있는 그를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서울사무소 회장 집무실에서 만났다. ‘마지막 봉사라는 생각으로 회장직을 맡게 됐다’는 그를 만나 향후 운영 구상과 비전을 들어봤다. - 취임 2개월을 맞고 있는데,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부문은. “코로나19로 기부·헌혈·봉사 등 인도주의 활동이 축소된 부분이 있었는데, 이제는 모든 것을 정상적으로 회복하려 합니다. 또 적십자의 낡은 규정이나 지침이 없는지 살피면서 그동안 잘하고 있는 부분도 있지만 변화하는 사회와 인도적 환경에 발맞출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적십자 미래발전위원회’를 발족할 예정입니다. 위원회에는 학계·재계·시민단체, 전·현직 적십자 임직원 등 다양한 구성원들이 참여해 외부에서 바라보는 적십자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새로운 발전 방안을 찾으려 합니다. 특히 △지속가능한 공공의료 기반 확충 △혈액사업 활성화 △조직문화 변화 △남북 인도주의 현안에 대한 해결방안 모색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 취임사에서도 ‘경쟁력 있고 미래지향적인 조직으로 변화’를 강조했습니다. “적십자는 다양한 일을 해온 만큼 정말 다양한 구성원들이 적십자 사업에 참여하고 있죠. 미래 지향적인 조직으로의 변화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내부 공감대 형성입니다. 이를 위해 가급적 더 현장을 찾아가 구성원들과 소통하려고 합니다. 본사에 갓 입사한 1-2년차 신입 사원부터 본부장급 직원들까지 일일이 만나 대화를 나누고 애로사항을 경청했습니다. 공감하는 조직문화와 더불어 일하는 방식과 태도도 변화해야 합니다. 솔선수범하고 먼저 달려가는 능동적이고 열려있는 자세를 갖고 뛰겠습니다. 공직윤리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높아지는 만큼 청렴한 조직문화를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기관장과 고위직 직원이 정기적으로 ‘부패방지시책 협의회’를 열어 조직의 부패 취약 분야를 자체적으로 점검하고 개선하며 다양한 청렴 시책을 발굴해 전개하는 등 부정부패 예방에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 고령화·저출산 등으로 헌혈 인구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전국의 대학교를 비롯한 기업, 공단, 단체를 찾아서 헌혈을 요청해 전국적인 헌혈 붐이 일어날 수 있도록 헌혈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달 4일 전북도청에서 ‘전라북도 도민 헌혈의 날’ 선포식을 가졌습니다. 이를 시작으로 10월 25일까지 헌혈 릴레이를 진행하는 등 전국으로 확대할 나갈 예정입니다. 또 다회헌혈자 포상 확대 및 실질적인 혜택이 부여될 수 있도록 정부, 자치단체 등과 협의하고, 헌혈자 사기 진작을 위한 문화행사와 모임 등을 확대해 헌혈자 분들이 존경받고, 예우받는 헌혈문화가 형성될 수 있도록 만들 계획입니다. 헌혈의 집이 미설치된 지역을 중심으로 신규 헌혈의 집을 확충해 헌혈 장소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헌혈의 집 시설 개선과 노후버스 교체사업을 통해 보다 쾌적한 헌혈 환경을 제공할 계획입니다. 더불어 의사와 간호사 등 현장의 적정 의료 인력 확보에도 주력할 예정입니다.” - 전북에서 헌혈 릴레이를 시작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가슴이 따뜻한 전북도민들과 전국에서 최초로 대규모 헌혈 릴레이를 시작해 헌혈문화를 확산하고 전북도민의 자부심을 고취시키고픈 마음이었습니다. 올 여름 개최됐던 ’새만금 잼버리’ 파행 운영으로 전북도민들의 상실감이 무척 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구겨진 자존심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전국에) 도민들의 봉사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김관영 전북도지사에게 요청했는데, 김 지사가 흔쾌히 수용하면서 성사됐습니다. 전북도의 헌혈 캠페인을 시작으로 저출산·고령화로 어려움을 겪는 혈액수급에 도움이 되고 헌혈문화가 확산되길 바랍니다.” - ‘적십자회비 지로용지’ 발송 대상이 최근 5년간 적십자 회비 후원 실적이 있는 가구로 한정되면서 신규 모금 회원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대다수 국민들이 적십자사가 정부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는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적십자사는 국민들께서 참여해주시는 회비로 인도주의 사업을 수행에 쓰고 있습니다. 대한적십자사는 시대변화에 맞춰 인도주의 활동을 위한 안정적인 재원 마련을 위해 중장기 모금전략을 수립하여 모금 시스템 전환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적십자회비 모금을 후원회비 중심으로 확대하고, 회원들에 대한 예우 관리 또한 강화할 것입니다. 나아가 시대변화에 발맞춰 국민 여러분이 기부에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모바일 전자고지, 온라인 모금 플랫폼 활용 등을 통한 디지털 모금으로의 전환을 추진 중입니다. 이를 기반으로 내년 회비 897억, 2027년에는 1000억 달성을 목표로 인도주의 활동을 위한 재원 마련에 힘쓸 계획입니다. 저 또한 취임 후 1억 원을 기부하고 영업사원처럼 적십자 모금을 위해 뛰고 있습니다.” - 인도주의 활동 외에 기후위기에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요즈음 화두가 기후위기입니다. 대한적십자사가 재난구호 전문기관이라 현장구호와 대응활동을 잘하고 있지만, 내부 구성원에 의한 체계적인 활동은 좀 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파악했죠. 회장으로 취임해 출근한 첫 날 본사 ‘ESG(환경·사회·지배구조)위원회’를 발족시켜 보다 적극적으로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을 위해 우리 직원들이 참여하도록 독려했습니다. 당장 저부터 일회용품 안 쓰고 전기 아껴쓰기,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등 소소한 것부터 실천하고 있습니다.” - 운영하고 계신 양지병원은 서울 서남부권 대표 병원으로 자리 잡았는데, 개인 의원을 종합병원으로 성장시킨 비결은. “질병 치료는 환자 마음 치료가 우선입니다. 물리적 진료와 처방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 환자 고통을 나누고, 공감하며 병 치료를 위해 모든 역량을 동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런 가치와 철학으로 병원을 설립, 운영해 왔습니다. 그동안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병원 환경 경쟁 구도가 심화되고 의료 환경과 의료서비스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상황에서도 정도를 걷는 자세를 잊은 적이 없습니다. 적절한 균형 감각이 필요했고, 그것을 또한 잊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의 가장 큰 병원이 아닌 가장 ‘좋은 병원’을 구현하는 것이 목표인데, 병원 가치 철학인 ‘따뜻한 마음, 앞선 의학’을 실천할 좋은 의사를 발굴하고 젊은 의사들이 성장하도록 병원 진료환경을 잘 정비했고, 마음껏 의술을 펼칠 수 있게 양적·질적 의료지원 프로그램을 펼친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서울권 중소병원 중 가장 우수한 의료진과 의료역량을 보유하게 된 것도 지난 50년 가까이 환자 경험 및 의료의 질 향상을 위해 진료센터 중심의 의료역량과 치료시스템 최적화, 적극적으로 질병치료 해법을 찾기 위한 연구 과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 의사로서 갖고 있는 좌우명은.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환자를 대하는 따뜻한 마음이 없는 의사는 명의가 아니다’라는 말을 좌우명으로 삼고 있습니다. 평범한 의사는 그저 병을 치료하고 질병 치료를 위해 연구하는 자세를 추구하지만 명의는 환자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고 환자 아픔을 공감하는 따뜻한 마음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의사가 환자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지녀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며 사람을 존중하는 기본자세이기 때문입니다. 좋은 의사는 환자 아픔을 공감하고 어느 곳에 있어도 환자와 소통하며 환자가 병을 이겨낼 수 있게 용기를 줄 수 있어야 진정한 의사입니다.” - 오랜 기간 현장에서 활동해온 의료인 입장에서, 지방 의료위기를 어떻게 보시는지. “산부인과, 응급의료 등 지방에 꼭 필요한 필수의료분야의 병원과 의사가 부족하고 환자들은 장거리 원정 진료를 다녀야 하는 상황입니다. 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이 의료계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지만, 여러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져 있어 해법이 쉽지 않습니다. 2022년 건강보험통계에 따르면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서울이 3.47명인데, 충남은 1.53명 경북은 1.39명으로 지역별 의료인 편중이 심각합니다. 지역 내 질 높은 필수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의료인력 확충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지역 의대 신설, 공공의대 신설은 지역 공공의사 확보로 이어지지 못하고 부실화 우려가 있습니다. 따라서 기존 지방 의과대학을 활용, 의약분업 이전 수준의 입학정원으로 조정하며 해당 인력이 필수의료의로 유입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어떤 형태로든 지방의 의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국가와 지방정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합니다. 의료기관과 의료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지방은 필수 의료서비스 제공도 힘든 처지입니다. 지역 의료기관 협력체계 구축을 위해 경쟁 구도를 줄이는 방안과 각 종별 의료기관 역할 분담을 명확하게 하고, 중소병원이 지역 필수의료를 담당하도록 정책적·재정적 지원과 배려가 절실합니다. 특히 필수의료 구체적 계획을 마련할 때 의료기관과 경쟁이 아닌 지역 내 의료기관의 역할 제고와 의료자원의 효율적 배분, 협력체계로 시너지 효과가 생길 수 있게 해야 합니다.” - 고민하고 계신 대안은 있는지. “의사 수 부족의 관점이 아닌 의료인력 재배치를 통한 솔루션도 검토해야합니다. 현재 은퇴한 시니어 의사가 대략 6500명가량인데, 이들을 공공의료기관과 매칭하면 인력 부족 현상을 일부 커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지방 의료대란의 개선 방향은 장기적 목표와 단기적 목표를 설정, 장기적 부문은 정부 주도의 정책과 제도 개선으로 방향성을 제시해야 하고, 우선 달성해야 할 단기 목표들은 현장 의료진 목소리를 최대한 방영해 적용 가능한 기본 실행 계획을 수립해야 합니다. 최근 소아청소년과 진료 대란과 오픈런, 응급의료 붕괴 이슈는 출생률 저하와 소아청소년과 병원 폐업 사태, 전공의 지원율 하락, 응급실 과밀화 현상 등을 원인으로 분석하지만 이들 필수의료 해법을 풀기 위해 정부와 보건당국은 지역 의료 강화를 위해 과학적 근거 기반을 세우고 적정 의사 인력 확충 등 관련 가이드라인을 하루 빨리 설정해야 합니다. 또한 지방 의료인력 양성 지원시스템 확대로 의사 양성 소요 비용을 미국, 일본, 독일 등과 같이 정부가 지원함으로써 우수 지역 의료인 양성을 국가가 직접 챙겨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와 함께 근무 의료진 확충과 지원 시스템 강화를 고려해 이들이 마음 편히 근무할 수 있는 정서적 환경도 중요합니다. 인센티브를 늘려주고, 쾌적한 업무환경 개선과 형평성 등 여러 논의를 거쳐야 할 사항이지만 지역 전공의들의 주거 제공과 병역혜택을 부여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 김철수는... 1944년 전북 김제에서 태어났으며, 3살 때 익산으로 이주해 초(이리초)·중(·이리 동중)·고(이리고)를 익산에서 다녔다. 김 회장의 누이는 익산에 거주하고 있다. 전남대 의대(내과) 졸업 후 서울대와 고려대 대학원에서 의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또 연세대에서 행정학 석사와 단국대 복지행정학 박사, 경희대 법학 박사 학위를 받는 등 의료 및 복지행정 분야 전문가로도 불린다. 석·박사 과정 중 단 한 번의 지각이나 결석이 없을 정도로 열성적이었으며, ‘사람 사는 게 복지’라는 생각에 복지행정학을 전공했다고 했다. 1976년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김철수 내과로 의료활동을 시작해 1980년에는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을 개원하고, 올해엔 의료법인 효천의료재단으로 출범했다. 개원 47년째인 양지병원은 현재 의사 120명 포함 총 1130명의 직원을 보유한 중견병원으로 성장했다. 장남인 김상일 병원장이 지난 2020년 3월 코로나19 시기에 세계 최초로 ‘워크스루 선별진료소’를 개발해 화제가 됐다. 특허청 요청으로 ‘K-워크스루’ 기술로 특허를 받기도 했으며, 워크스루 선별진료소는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해 독일, 영국, 프랑스, 일본, 중국 등 전 세계 주요 외신에 보도될 만큼 코로나 방역에 큰 공헌을 했다. 그 공로로 코로나19 대응 유공 부문 대통령 표창, 2020서울특별시 안전상 등을 수상했으며, 2021년에는 국제병원연맹이 주관한 ‘IHF AWARDS 2021’에서 국내 의료기관 중 유일하게 수상했다. 진료활동 외에 소외된 이웃과 지역주민을 위한 의료봉사, 저소득 환자 치료비 지원사업, 장학금 지원사업 등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쳤다. 국민훈장 모란장과 목련장, JW중외 박애상, 일동의료법인 사회공헌 봉사대상을 수상했으며, 대한병원협회 회장, 대한에이즈예방협회 회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대한병원협회 명예회장, 민주평통 의료봉사단장을 맡아 활발한 대외활동을 하고 있다.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현재도 5개의 신문을 구독하고 있으며, 인터넷 등을 통해 각종 사회 현안 및 이슈를 접하고 있다. 자녀들에게는 섬김의 리더십과 어느 한쪽으로 치우지지 않은 중용을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