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정년퇴직했던 모 감사관이 훈장을 거부한 바 있다. 그 이유는 이 사회의 부정부패를 줄여보고자 노력한 사람으로 온전한 ‘부패방지법’이 제정되지 못한 상황인데 어찌 정부가 주는 훈장을 받을 수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대표적인 개혁입법으로 손꼽혔던 부패방지법이 김대중 정부 아래서 두 해를 넘기지 않았던가. 그래도 대통령 자문기구인 반부패특위는 정부와 민간부문에서의 부패발생 소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자 부패척결 5개년 계획을 수립, 지속적인 제도정비에 나설 모양이다.
실질적으로 사회 각 분야에 만연돼 있는 부패행위나 부패친화적 관행을 뿌리뽑기 위해서는 의식개혁 운동과 함께 부패를 유발할 수 있는 제도 자체를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 점에서 김대통령의 ‘부정부패와의 전쟁’선언이 때가 늦었기는 했어도 의미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부정부패가 매년 시정되어 왔고, 과거에 비하면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인천 호프집 화재나 씨랜드 화재 사건 등에서 보는 것처럼 우리 사회 구석에 부정부패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대통령의 지적은 흘려버릴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로서는 사정당국이 인사와 건축비리 관련 뇌물수수 등 공직사회의 16개 비리유형을 집중 수사대상으로 정해 부패를 뿌리 뽑는다는 내부방침을 마련하고 있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다.
이 점에서 부패척결과 행정 투명성을 높이는데 시정목표를 두고 있는 서울시의 사례는 구조적 요인 타파와 관련하여 나름대로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판공비 공개, 인터넷을 통한 민원처리 과정 공개, 공무원의 부패수준 공표 등이 오히려 피부에 와닿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부패척결 작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효과를 제대로 거두지 못했던 것은 비현실적인 규제 등 행정·제도적 요인과 윤리의식 미흡 등 사람에 문제가 있었던 요인, 그리고 접대·촌지문화 등 환경적 요인 등이 여전히 구조화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기왕에 부패를 추방하고자 하는 것이라면 단순히 공무원뿐만 아니라 소위 힘있는 지도층, 기타 교육·문화 부문 여론 주도층들의 집단적 유착관계부터 근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치권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는 공천헌금 수수가 과거 부패정치를 만연시켜온 주요 원인 중의 하나였다는 점에서 우리는 그 귀추를 주목하지 않을 수가 없다. 먹이사슬 형태의 정경유착이니 권언유착이라는 말이 상존하는 상태에서 어찌 부패 방지가 효과를 거둘 수가 있을 것인가.
만의 하나라도 부패수혜층이 정치와 여론을 주도하는 한 부패와의 전쟁은 또 다시 무위로 돌아가고 만다는 것을 관계자들은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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