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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非理정치인에 면죄부?

여야(與野)가 서로 고소·고발한 정치적 사건들에 대해 사실상 ‘없었던 일’로 하자는데 합의한 것은 총재회담을 앞두고 묵은 과제들을 하나씩이라도 털어 내려는데 있다. 물론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새해에는 소모적인 정쟁을 지양하고 다같이 화합하는 큰 정치를 펴나가자고 제의한데 대한 화답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화해분위기를 틈타 여야간에 비리혐의로 기소돼 재판에 계류중인 정치인까지 선거 이전에 사면하는 방안이 은밀히 협의되고 있는 모양이다. 하순봉(河舜鳳) 한나라당 사무총장이 3당3역 회의에서 ‘고소·고발 취하도 좋지만 이미 기소된 사람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사면을 정식 제의했다는 것이다. 국민회의측에서는 한나라당측의 이런 제의를 일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재판에 계류중인 사건을 사면하는 것은 검찰권과 사법권 독립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옳은 말이다. 검찰 관계자의 말대로 아무리 대화합 조치도 좋지만 부정·비리를 저지른 사람들이 재판을 통해 법원의 판단을 받기도 전에 사면된다면 법의 공평성을 해침은 물론 정치인들에 대한 사면권 남용이라는 국민적 비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야당측이 선거법 협상과정에서 이런 제의를 한 것은 결국 선거구제등 다른 쟁점과 정치인 사면 카드를 맞바꿀 수도 있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또다른 정치불신 요인이 된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일단 여당측이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지만 비리 정치인에 대한 사면 물타기가 1회성 제의나 거부로 끝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한나라당측 사정이 워낙 절박하기 때문이다. 현재 뇌물수수 등 각종 비리혐의로 재판에 계류중인 정치인수는 여당쪽은 6명인데 비해 한나라당은 이부영(李富榮)총무등 무려 16명에 이른다. 어떤 식으로든 이들의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고는 총선전략에도 차질이 빚어질지 모른다는 절박감을 야당측은 느끼고 있을 것이다. 한나라당이 이외에도 공직선거법을 위반해 의원직을 잃은 선거사범의 사면복권까지 요구하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어제까지 매듭을 짓기로 했던 선거법협상이 이 문제로 끝내 결렬되고 말았다. 여당은 표결처리도 불사한다는 강경방침이지만 선거법협상은 임시국회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그리고 정치인 사면문제는 물밑에서 협상이 계속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여야가 어떤 식으로 협상력을 발휘해 매듭을 풀어갈지 모르지만 분명히 말해서 비리정치인에 대한 면죄부 추진은 안된다. 재판이 진행중인 사건을 공소취소운운 하는 것은 법치국가에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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