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현재와 같은 달러 지폐를 사용한 것은 1860년 남북전쟁 기간중이다. 그러나 공식지폐로 지정된 것은 이 보다 한참 뒤인 1913년 미국연방준비이사회(FRB)가 설립되면서 부터이다. 그렇지만 달러가 ‘세계의 돈’으로 대접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44년 금본위제도(Bretton Woods System)에 의해 국제외환체제의 기준통화가 된 이후이다.
60여년이 지난 지금 미국 달러는 세계금융시장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 미국의 군부와 정치는 세계를 제패하지 못했어도 달러는 세계를 평정한 것이다. 지난해 유럽연합(EU)의 단일화폐인 ‘유로’화가 출범했지만 달러 앞에서는 종이 호랑이에 불과했다. 한마디로 세계의 경제가 달러의 위력 앞에 숨을 죽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세계 금융시장을 비롯 특히 주식시장은 항시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금리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만일 달러의 금리가 0.1∼0.5%만 올라도 세계의 주식시장은 요동을 친다. 이런 현상은 새로운 천년에 들어와서도 더욱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바로 지난 4일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으로 그린스펀이 연임되고 올해 안에 1%의 금리 인상이 확실시 된다는 전망에 미국증시가 폭락했고 5일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증시가 일제히 동반하락한 것이 그것이다.
이날 우리 증시는 무려 72.73포인트나 대폭락하는 등 하루 하락폭으로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낱 미국의 금리인상 전망에 97년 IMF환란보다, 지난해 대우사태보다 우리주식시장이 더 영향을 받은 것이다. 당장 금리가 인상되는 것도 아니고 연내에 1%가 오를 전망이라는데 어제까지도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세계경제는 갈수록 동조화(同調化)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너무 민감한 반응이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 이러다가는 우리 증시의 미국 예속화를 우려하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미국 증시가 감기에 걸리면 우리 증시는 폐렴을 앓는 꼴이다. 기상변화를 설명하는 새로운 이론 가운데 ‘나비효과’란 말이 있다. ‘미국의 나비가 날개짓을 하면 한국에는 천둥이 치고 비가 내린다’는 비유이다. 마치 우리증시를 두고 하는 말 같다. 우리 증시가 언제나 ‘나비효과’에서 벗어날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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