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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새 內閣에 거는 기대

어제 국회에서 박태준(朴泰俊)총리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가결됨과 동시에 개각이 단행됐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국회에 동의를 요청한 김종필(金鍾泌)총리에 대해 한나라당이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아 투표함을 열지도 못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던데 비해 이번 박총리 임명동의안이 무리없이 처리된 점은 정치적으로 진일보한 느낌을 준다.

 

신임 박총리의 제청을 거쳐 단행된 이번 내각 개편은 총리가 바뀌었다는 점에서 김대중정부의 2기 내각이라고 할 수 있다. 예상했던대로 재경부와 행자부, 산업자원부, 해양수산부장관이 경질됐고 외교통상부장관과 건교부장관, 금융감독위원장, 국무조정실장이 교체되는 중폭(中幅)규모지만 무엇보다도 내각의 수장인 박총리가 경제통이란 점을 감안하면 새 내각에 거는 기대도 자연 경제분야 쪽에 쏠릴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사실 전망이 밝은 각종 경제지표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 경제가 안정궤도에 진입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경기회복은 소득격차를 더욱 깊게 하고 있고 고용시장의 불안정, 물가 불안심리, 부동산 시장과 증시의 유동성 등은 IMF위기를 극복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우리 경제의 어두운 그림자로 남아 있다. 새 내각은 이런 경제상황에 유의하여 일관성 있게 정책기조를 유지하고 정치논리에 대응할 수 있는 팀워크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

 

또한 새 내각에 주어진 당면 과제는 무엇보다 다가올 4·13총선에서의 공정한 선거관리다. 박총리가 취임후에도 자민련의 최고 고문직을 맡을 것이라는데 대해 야당측은 정치적 중립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정당정치를 하고 있는 우리 체제상 무조건 대통령이나 국무총리의 당적 이탈을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새 내각은 공명선거를 치러 내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공무원들의 선거 개입이나 공명선거 분위기를 해치는 불법·탈법행위 등을 철저히 지도 단속해야 한다. 그래야만 야당이 의심하고 있는 선거의 중립성이 확실히 보장되고 DJP공동정권의 권력 나누기가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개각은 당초 새 천년을 맞아 국정의 획기적 변혁과 효율성 제고를 위해 개혁 지향성과 전문성·국민적 화합·생산성 있는 복지전문가 등을 기용할 것이라고 예고했던 청와대의 의중이 어느정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앞으로 16대 총선이 끝나면 김대통령의 이런 구상이 담긴 또 한차례 개각이 예상된다는 것이 정계의 관측이다.

 

새 내각은 박총리의 정치적 영향력이나 정치환경의 변화등을 감안하여 무엇보다도 경제회복에 일관된 원칙과 정치력이 모두 발휘될 수 있도록 원만한 팀워크를 이루어 나가길 거듭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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