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唐)나라 시대에 시행되던 전족이나 서양에서 고안된 코르셋은 당시대 미인의 조건을 갖추기 위한 피눈물나는 고행이었다. 이 같이 예나 지금이나 그 시대 미의 기준을 맞추기 위한 노력을 넓은 의미의 성형으로 볼 수 있겠지만 원래 성형수술은 선천성 기형이나 후천적 변형을 조직이식 등 외과적 기술로 고치는 것이었다. 16세기말 유럽대륙에 유행됐던 매독으로 함몰된 코를 세우기 위해 시술한 것을 성형수술의 효시로 보고 있다.
그러나 요즘엔 성형수술을 이러한 본래적 의미보다 미용성형이 전부인 것으로 잘못 인식되고 있다. 일반적인 미용성형은 외꺼풀 눈을 쌍꺼풀로 바꾸고, 낮은 코는 세우며, 주름살은 당겨 올리고, 주걱턱은 깎아내며, 처진 가슴은 끌어 올어올리는 것 등이다. 여기에 최근 레이저 박시풀, 지방흡입술, 내시경 수술등 신기술이 속속 개발되면서 성형대상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시체 전체로 확대됐다. 이에따른 수술만도 1백여 가지에 이른다고 한다.
미용성형의 주고객은 성격상 여성들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같은 생각을 뒤집는 현상이 최근 벌어지고 있다. 취업을 앞둔 젊은 남성들이 면접때 호감을 주기위해 성형수술을 하는 사례는 있어왔지만 최근들어 40대이상 중년남성들의 미용성형이 크게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남자가 무슨 성형수술이냐'며 손사래를 치던 중년 남성들이 기꺼이 수술대에 오르고 있다. '오륙도'와 '사오정'에 이어 '삼팔선'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요즘의 불안정한 직장현실에서 한살이라도 젊게 보이려고 눈물겨운 안간힘을 다하는 것이다.
이들이 주로 하는 시술은 검버섯과 잡티 제거를 비롯 주금살및 눈밑 지방 제거 등이다. 머리가 많이 빠져 고민하는 사람은 모발 이식수술까지 받는다. 나이가 경륜과 존경의 대상이 아닌 무기력과 퇴출의 대상으로 치부되고 있는 현실에서 어떻게하든 젊게 보이려는 처절한 몸부림인 것이다. 서울의 한 피부과 자료는 이같은 현상을 주명하게 보여준다. 지난 2001년 1천3백건이던 40세기이상 남성의 피부미용시술이 올해는 11월말기준 3천4백11건으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나이도 벼슬'이라며 대접해주던 우리의 아름다운 전통은 이제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직장에서 밀려나거나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낙오하지 않기 위해 인위적으로 나이를 거슬러가야 하는 우리의 현실이 새삼 서글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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