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마다 얼굴이 다르듯이 하는일이나 생각, 행동 또한 다르다. 개중에는 보통사람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별난 사람들도 적지 않다. 분명 편한 길이 있는데 험하고 궂은 일을 마다않고, 남들이 알아주지도 않는 일을 자처하는 사람들이다. 여유있는 생활이 아닌데도 실속없는(?) 일에 매달리는걸 보면 심마니 유길수도 그 별난 사람들 가운데 하나 일것이다. 가진 사람들도 나누기를 꺼려하는 세상에 나눠주길 좋아하다보니 주변의 핀잔도 만만치 않지만 아랑곳 하지 않는다.
산삼 채취로 생활하는 심마니가 분명한데, 직함에서 나타나듯 그는 산삼협회 전북회장 외에 암환자돕기 후원회장이라는 어렵고 힘든 일을 맡고 있다. 그가 하는걸 보면 전자 보다는 후자에 더 매달리고 있는 것 같다. 등산과 달라 심마니는 첩첩산중 나무 숲을 해치고 벼랑을 타며 마치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듯, 발품으로 생활하는 고단한 사람들이다.
또 산삼 찾기가 쉽지 않아 허탕을 칠때가 더 많다고 했다. 더군다나 IMF이후 초보 심마니들이 부쩍 늘어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닥치는대로 싹쓸이하는 바람에 씨가 마를 지경이란다. 그래도 예로부터 신비의 영약으로 알려진 산삼을 매달 암환자들에게 20여 후원회원들과 함께 무상으로 지원한지 올해로 3년째 이다. 지난 달에는 18명에게 40뿌리를 보냈고,이달에도 20명의 환자들에게 50뿌리를 기증했다. 물론 개인적인 후원도 계속해왔다. 다만 주문량이 많아 도내 보건소에서 추천한 극빈환자에 우선하다 보니 아쉬움이 많다고 했다.
심마니들은 나름대로 혼자만 아는 삼밭을 가지고 있다. 이른바 산삼 명당을 찾아내면 4,5년은 심심찮게 그 지역에서 채삼한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한번 채삼한 곳은 쉽게 알려주지 않는게 심마니들의 불문률이라는데 그는 달랐다. 그의 산행에는 많은 사람이 따른다. 어엿한 심마니로 자리잡은 제자도 많다. 그러나 값나가는 산삼을 가까이 하는데도 그는 항상 돈에 쪼들리는 가난한 서민이다. 뜻을 함께하는 회원들도 여유가 없기는 마찬가지 이다.
그래도 항상 여유로왔고 더 많이 나누지 못함을 아쉬워 한다. 심마니 생활 20년 넘게 전국명산을 누비면서 대박도 많았지만 최소한의 생활비와 사무실 운영비로 만족한다고 했다. 주변에 집사고 가게내는 심마니가 있어도 그는 애당초 산삼으로 돈 벌 생각은 없었다고 한다. 그런 그도 처음부터 심마니로 시작한 것은 아니다. 한때 전파사를 운영하는등 벌이도 좋았는데, 난(蘭)에 매료되어 난 채취에 미치다보니 어느날 심마니로 변했더란다.
그의 암환자들에 대한 애튿함에는 사연이 있었다. 20대 못지않게 산을 타는 그도 20여년전 암으로 위를 잘라낸 병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50을 눈앞에 둔 그의 건강은 오히려 정상적인 위장을 갖고 있는 사람 못지 않다. 산행을 하면서 건강도 좋아지고 산삼 덕을 본것같다고 했다. 아직 의학적으로 입증된 것은 없지만 산삼의 효능에 대한 그의 신념은 확고했다.
전설에 나오는 보혈강장제나 만병통치약으로서가 아니라 항암물질 개발에 자연산삼이 시금석이 될수있게 효능연구가 절실하다고 역설한다. 주위에서 뭐라하든 그는 암환자들의 작은 희망이 되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안고 오늘도 회원들과 험준한 산속을 해멘다. 각박해가는 인심에도 이런 눈에 띠지 않는 작은 선행들이 세상을 살맛나게 하는지 모른다.
/이광영(전 전북일보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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