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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앙금의 찌꺼기 훌훌 털어버리고

서재균 아동문학가

또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이맘 때가 되면 사람들은 무엇인가 쫓기듯 바빠지고, 허전하고, 가슴이 텅비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보잘것 없이 한 해를 살아왔다는 아쉬움과 또 새해를 맞이한다는 들뜬 세모의 스산한 풍경속에서 의례 낙엽처럼 쌓여가는 흔적과 덫을 함께 생각하게 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신은 인간들에게 어쩔 수 없이 나이를 먹도록 만들어 놓았는지 모른다.

 

사실 생각하면 할수록 사람들에게 이러한 우주법칙을 지키게 하는 신의 섭리가 신기하기만 하다.

 

일년 내내 자신이 살아온 뒤 한 번 돌아보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이웃에 누가 살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세월이 가고, 나이를 먹고, 내일을 생각하게 하는 자연의 법칙 때문은 아닐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촌에는 많은 계층의 사람들이 있다. 어느 계층은 삶의 찌꺼기들을 덕지덕지 몸에 두르고도 도도한 척 자기도취에 빠져 웃고, 떠들고, 발을 구르고, 노래 부르는 경망스런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남의 불행은 마치 자시의 행복처럼 생각하며 찌들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침을 뱉는 인면수심의 사람들도 있다. 그런가 하면 자신의 어려움은 뒤로 미루고 병든 사람이나 돌볼 이 없는 행여병 환자들을 껴안고 이 추운 겨울 한파를 녹여주는 사람도 있고, 차가운 아스팔트에다 자리를 깔고 앉아 하루의 목숨을 구결하고 있는 사람들을 먼 산 바라보듯 무심하게 지나쳐 버리지 않고 내일처럼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느님은 이런 여러 계층을 만들어 놓고 함께 살아가도록 하고 있는 까닭은 무엇 때문일까. 신의 뜻이 무엇인지 한 번쯤 생각해볼 때가 된 것이다.

 

이러한 세상에서 또 한 번 해가 바뀌는 12월. 이 세모에 우리의 삶은 무엇이며, 우리는 지금 무엇을 위해,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한 번쯤 생각해볼 때가 된 것이다.

 

희망과 기쁨으로 맞았던 한 해, 계획과 실행, 자신감으로 맞았던 한 해. 그 1년을 나는 어떻게 살아왔는지, 남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이웃을 위해 어떤 일을 했는지, 한 번쯤 생각해볼 때가 된 것이다.

 

우리가 과연 사람으로 사람답게 살아왔는지, 다른 사람의 불행을 보고도 그냥 지나쳐버리지나 않았는지, 자만과 오만으로 친구를 배신하고, 이웃을 버리지나 않았는지, 보잘것 없는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거짓과 위선으로 다른 사람들을 실망시키거나 좌절감에 빠지게 하지는 않았는지, 항상 남의 뒤에 붙어 다니며 윗사람의 비위나 맞추고, 소신도 없이 그저 적당히 우쭐대며 살아오지는 않았는지, 항상 남을 돕고 살았다고 거짓말을 하며 살아오지는 않았는지, 책과는 담을 쌓고 살아오면서도 남의 지식에 대해 시기하고 미워하지는 않았는지, 남은 돕지도 않으면서 자신에겐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불평을 하며 살아오지는 않았는지, 한 번쯤 생각해볼 때가 된 것이다.

 

설령 그것이 아무 가치가 없는 일이라 해도 한 번쯤은 생각해보는 것이 인간의 도리가 아닌가 해서다.

 

그리고 아직도 내 마음속으로 이글거리는 분노나 오랫동안 쌓여있던 감정의 찌꺼기가 남아 있다면 이 해 마지막 날엔 훨훨 털어버리고 새로운 마음으로 사람을 맞이하고, 나이를 맞이하고, 세월을 맞이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또 새해에도 1년을 계획하고, 실천하고, 반성하고, 그리고 또 계획하고, 실천하고, 반성하고, 이것이 사람이 살아있다는 증거가 되기도 하고, 행복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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