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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관광 인프라 이대로 괜찮은가 - 이경재

이경재(전북일보 논설위원)

스위스의 한 노 부부가 전주 한옥마을의 길 모퉁이에서 조그만 지도를 놓고 어딘가를 찾느라 끙끙거리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한 시민이 다가가 그들이 찾는 목적지까지 안내해 준 뒤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됐느냐고 물었다. 그들은 ‘가장 한국다운 곳’이 이 곳이라고 해서 왔다고 했다. 서울에서 가장 한국다운 곳을 가 보고 싶다고 했더니 전주 한옥마을을 소개해 주더라는 것이다.

 

전주 한옥마을은 이제 한국에서는 가장 전통적인 문화도시의 상징적인 브랜드로 이미지화되고 있다. 한옥마을을 찾는 사람은 연간 59만명이나 된다. 이중 외국인이 1만명이다. 그런데 스위스의 노부부 처럼 찾을 곳을 쉽게 찾지 못하고 끙끙거릴 정도가 된다면 한옥마을의 관광인프라는 낙제점이라고 보아야 한다. 한옥마을이 가장 한국다운 곳 처럼 꾸며졌는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박제화된 한옥마을이란 비판도 있다.

 

전북을 찾는 관광객은 연간 4,300만명에 이른다. 이들에게 내놓을 대표적인 상징물이 없는 게 고민거리다. 물론 전주 한옥마을이나 청보리와 메밀 밭으로 유명한 고창의 학원농장 같은 곳은 전국적인 경쟁력이 있다. 하지만 ‘바로 이거다’ 할만한 관광상품이 없다.

 

농촌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선도농가가 있듯 전북지역도 관광객을 흡인해서 파급효과를 노릴 ‘선도 관광상품’을 만들어내야 한다. 새만금 방조제 도로가 앞으로 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새만금도로 33km가 완성되면 훌륭한 드라이브 길이 될 것이다. 군산~신시도 4차선 구간은 바다를 조망할 수 있도록 방조제 둑 위로 도로가 개설된다. 내년도 예산에 사업비가 반영됐으니 머지않아 완성될 것이다. 이도로가 완공되면 우리나라 4,000만 인구가 한번씩은 달리는, 전국적인 관광상품으로 부상하지 않을까. 네덜란드의 쥬다찌가 세계적 관광지가 됐듯 새만금도 그렇게 될 것이고 부안과 고군산 군도의 천혜의 관광자원은 부가가치가 극대화될 것이다.

 

앞으로 관광산업은 전망이 매우 밝다. 지난 30년간 관광산업 연평균 성장률은 7% 이상이다. 경제성장률이 연평균 4%대인 것에 비하면 두배에 이른다. 향후 5년간 우리나라 관광산업 성장률은 16%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세계관광협회는 관광이동 총인구가 2010년엔 10억명, 2020년엔 15억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관광산업은 이제 미래 성장동력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관광객들의 수준은 이미 세계적이고 입과 눈은 고급화돼 있다. 세계 어디를 가도 기 안죽을 만큼 한국인들이 많다.

 

세계화된 이들의 눈높이에 관광인프라와 컨셉을 맞추지 않으면 흥미를 끌지 못한다. 안내소나 전문인력, 교통정보망 등 제대로 된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 무작정 ‘우리 지역을 찾아달라’고 호소하는 건 먹히지 않는다.

 

관광객들이 새만금도로를 드라이브하고 난 뒤 이들에게 우리지역의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 어디에서 머물고 무엇을 맛보고 가게 할 것인지, 어떤 아이템을 개발해야 돈을 쓰고 가게 만들 것인지 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가 지금이다. 군산 부안 고창 김제는 물론이고 인접 지역들도 머리를 번뜩이며 관광객들을 붙들어 둘 궁리를 해야 한다.

 

/이경재(전북일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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