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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여행] 진안읍내 백반 전문점 '구내식당'

내 식구 밥상 차리듯 정성다한 맛

음식 맛은 정성이 반이라 했던가. 그 만큼 맛도 중요하지만 음식에 깃든 정성이 갸륵해야만 미식가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정성 가득한 맛 있는 밥상에다, 그 상을 차린 주인 네의 미소 섞인 친절까지 더해진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비록 비좁은 틈을 비집고 앉아 곯은 배를 채울지 언정 말이다. 허름하기 이를 데 없는 10평 남짓한 진안읍내 백반 전문점 구내식당(주인장 김희선· 62).

 

30년 가까이 어머니 손맛이 깃든 정성스런 '시골 밥상'하나로 지역 '백반계'를 평정한 이 식당은 '맛', '정성', '친절' 3박자를 고루 갖췄다. 식사 후, 커피 대신 제공되는 구수한 누릉지 맛은 천하일미.

 

식객들이 끊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손님이라야 하루 고작 50명 안팎이지만, 기껏 25명(5상) 밖에 소화하지 못하는 자리를 감안하면 가히 문전성시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청정 진안고원에서 생산된 지역 특산물만을 고집하는 데다, 화학 조미료도 거의 쓰지 않는다. 가끔 조미료만 가미할 뿐이다. 250g 한 봉지면 1년 넘게 쓸 정도로 그 양이 극히 미미하다.

 

밥상의 터줏대감(?)격인 김치찌개나 된장찌개 등과 같은 찌개류의 흉내 내지 못하는 참 맛은 멸치에 다시마, 표고, 양파, 무 등 8가지 재료로 2시간 정도 정성껏 우려낸 육수에서 비롯된다.

 

지진 깻잎이나 무친 가지, 복아 낸 오뎅, 조린 고등어 등 밥상에 오르는 10~12가지의 밑반찬도 직접 담근 된장이나 고추장, 간장으로 맛을 내 어머니가 해주던 시골 맛 그대로다.

 

조미료는 적게 사용하는 대신 장류 사용량은 대형 음식점에 버금간다. 동짓달에 메주를 쑤어 정월이면 큰 것으로 20단지가 넘는 고추장, 된장, 간장을 담궈 둬야 1년 장사가 비로소 시작된다.

 

여기에 들어가는 모든 식재료는 진안 장날, 시골 아낙들이 팔러 나온 직접 재배한 청정 채소만을 고집하면서 손맛을 더해준다.

 

"설사 버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더 많더라도 손님들이 맛 있게 밥을 먹고 가면 그것으로 족하다"는 김씨. "내 식구(고객)가 먹는 밥상인 데, 정성을 들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한다.

 

때 묻지 않은 그의 경영 마인드는 한번 찾아 온 식객을 평생 단골로 만드는 비결이 되고 있다.

 

이 식당 10년 단골인 양병채씨(46·진안읍)는 "먹어봐야 맛을 알고, 느껴봐야 주인 네의 심성을 읽을 수 있다"면서 "항상 미소를 머금은 쥔장의 편안한 인상이 밥맛을 더해준다"고 말했다.

 

주인 김씨는 "천정부지로 치솟은 부식 값과 가스 값도 아랑곳 않고, 더 많은 정성과 손맛으로 마음 따뜻한 밥상을 차릴 수 있었던 것도 열화와 같은 이들 고객들의 성원 덕"이라며"밥값이 3000원에 불과했던 20년 전만해도 하루 세끼를 이곳에서 해결하는 '밥 하숙생'이 족히 20명은 넘었다"고 회고했다. 당시엔 남과 동식을 꺼리는 현 세태와 달리, 그 당시는 처음보는 손님들끼리 같은 상에서 밥을 먹는 살가움이 많았다는게 김씨의 설명이다.

 

바로 옆에서 삼성양복점을 운영하는 남편 김정섭씨(66)와 나란히 장사를 하고 있는 김씨는 "남을 배려하고 나를 낮추는 자세로 살아간다"고 가슴속 신조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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