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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여행] 바다 옆 문화공간

'매창·성적'의 숨결 느껴보고 도요지·고인돌·판소리 곁으로

위부터 부안 신석정 고택, 고창 판소리 박물관. ([email protected])

하루 종일 해수욕장에서 놀다 보면 몸과 마음이 지친다. 그럴 때 찾아가면 좋을 바다 옆 문화공간.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 빠져 잠깐 사색의 시간을 가지고 나면 정신까지 개운해 진다.

 

부안은 교과서에도 작품이 실린 이매창 신석정 시인의 고향이다. 조선 4대 여류시인 중 한 명인 이매창은 1573년 부안에서 태어나 38세의 일기로 짧은 생을 마감했다. 신분은 기생이었지만, 시를 잘 짓고 거문고 연주가 뛰어났다. 품위와 절개를 지키며 당대 문장가 및 풍류객들과 교분을 나눴던 그는 당대 최고의 문장가였던 허균과 10여년 동안 시문과 인생을 논하며 우정을 나누기도 했다. 부안읍 서외리 매창공원에서 매창의 묘비와 시를 감상할 수 있으며, 서림공원에도 매창 시비가 있다.

 

신석정 시인은 1907년 7월 7일 부안읍 동중리에서 태어났다. 1931년 낙향해 부안읍 변두리 선은리에 초가를 마련, 청구원이라는 옥호를 붙이고 시작활동에 전념했다. 청구원은 초창기 '촛불' '슬픈 목가' 등을 탄생시킨 곳으로, 1952년 시인이 전주로 이거할 때까지 많은 시인들이 드나들던 곳이기도 하다. 청구원은 1993년 전라북도 기념물 제84호로 지정됐다.

 

신석정 시인의 묘소는 부안 향교를 지나 용화사 가는 고성산 자락에 있다. 묘소 뒤편에 있는 푸른 소나무숲과 대나무숲은 마치 시인의 올곧은 삶을 보여주는 듯 꼿꼿하다. 시인이 자주 거닐었다던 부안군 변산면 해창해변에는 '석정시비'가 세워졌다.

 

미술에 관심이 많다면 변산면 도청리에 있는 금구원 조각공원과 진서면 운호리에 있는 휘목미술관에 들려보자. 금구원 조각공원은 1966년 만들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조각공원으로, 작가 김오성씨의 작품이 주를 이룬다. 부드러운 곡선이 살아있는 여체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이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1991년에는 우리나라 최초로 개인 천문대가 세워졌다. 우수한 성능의 망원경으로 천체를 관찰하는 특별한 경험이 기다리고 있다.

 

휘목미술관은 6612m²의 푸른 잔디밭에 전시돼 있는 현대 조각가들의 작품이 시선을 먼저 빼앗는다. 박영선 김호걸 박득순 최쌍중 구자승 등 우리나라 대표 인물화가들의 누드화가 전시돼 있다. 창밖으로 펼쳐진 야외 조각공원과 멀리 보이는 바다를 보면서 실내의 미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아트카페도 있다.

 

보안면에 있는 유천리 도요지도 명소다. 유천리 도요지는 전남 강진의 청자가마터와 함께 우리나라 청자의 대표적 생산지로, 고려시대 11세기부터 14세기에 걸쳐 순청자와 상감청자를 굽던 곳이다. 넓은 벌판 구릉 주위에 40여개의 가마터가 있는데, 순청자와 상감청자, 백자, 철유자기 등 청자 연구에 있어 중요한 자료들이 발굴되고 있다. 유천도요지 옛 유천초등학교 터에는 현재 부안청자전시관이 건립되고 있다.

 

하서면 석상리에 있는 구암리 지석묘(청동기시대 사람들의 무덤으로 고인돌이라고도 한다)도 볼거리다. 구암리에는 원래 총 13기의 고인돌이 있었지만, 현재는 10기만 남아있다. 대체로 자연암석을 떼어내 덮개돌로 사용한 바둑판식 지석묘(책상처럼 세운 탁자식이 아닌, 큰 돌을 작은 받침돌로 고인 형식)로, 7개 혹은 8개의 받침돌을 사용한 독특한 형태를 하고 있다.

 

지석묘하면 고창을 절대 빠뜨려서는 안된다. 고창읍 죽림리 고인돌유적지에는 200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고인돌이 447기나 있어 마치 선사시대로 돌아간 듯한 분위기다.

 

고창읍 도산리에 가면 고창고인돌박물관도 있는데, 코스별로 고인돌 탐방로를 마련해 놨다.

 

마침 기축년 소띠해를 기념해 재밌는 전시도 열리고 있다. 우리은행 은행사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세계 16개국의 소 저금통을 대여, 8월 30일까지 기획전시를 열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소 저금통 39점 이외에도 호랑이 8점, 쥐 18점 등이 소개됐다. 가족과 함께 고창을 찾은 이들에게 강력추천하는 전시다.

 

고창의 중요한 문화콘텐츠 중 하나는 판소리를 집대성한 동리 신재효 선생. 고창판소리박물관에는 신재효 선생의 유품과 판소리 자료 1000여점이 전시돼 있다. 박물관 옆에는 신재효 선생이 제자를 길러냈다던 옛 집을 복원해 놨으며, 체험방에서는 '춘향가' '수궁가' '적벽가' 등 판소리를 듣고 북 치는 법을 익힐 수도 있다. 인근에는 신재효 고택(중요민속자료 제39호 지정)과 선생의 문화적 업적을 계승하고 판소리 전승의 맥을 이어가기 위한 공연장 동리국악당이 있다. 신재효 고택은 소담한 초가집이지만, 부엌과 방 사이에 쌍여닫이 출입문을 만들고 대청 양쪽 방으로 연결하는 문을 달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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