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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여행] 마음 따라 걸으면 넉넉한 지리산 풍경소리

흥부도 만나고…변강쇠도 엿보고…

▲ 지리산 둘레길

 

국토의 아름다움과 독특한 지역의 문화를 보고 느끼고 자기 내면과 대화하며 걷는 길. 근력의 차이 없이 누구나 쉽게 걸으며 길 위에서 만나는 모든 생명과 대화하며 유유히 걸을 수 있는 수평의 길이 있을까?

 

수직으로 바쁘게 오르는 정복의 길이 아니라 너와 나, 우리가 수평으로 눈높이를 맞추고 천천히 향유하며 함께 거닐 수 있는 길이 있으니 바로 지리산길이다.

 

지리산길은 지리산을 둘러싸는 전북 남원과 전남 구례, 경남 하동과 산청 등 3개 도, 5개 시군, 16개 읍면 80여개 마을을 이어주는 300여㎞ 도보길이다. 국내에서 처음 만들어진 장거리 도보길이다.

 

이 길은 2007년부터 5년간 각종 자원 조사와 정비를 통해 지리산 곳곳에 걸쳐 있는 옛길, 고갯길, 숲길, 강변길, 논둑길, 농로길, 마을길 등을 환(環)형으로 연결한다

 

마을과 마을을 잇고 사람과 사람이 오가던 지리산 둘레길 800리를 길을 걷는 이용자와 마을주민의 이해와 도움으로 함께 만들었다.

 

현재 열린 구간은 이 길의 여러 가지 가능성을 찾아보는 '시번구간'이며, 마을 주민이 농사도 짓고 생활도 하는 '생활길이다. 그래서 개인이 소유한 숲길과 마을길을 허락해준 이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최대한 배려하고 피해가 없도록 하는 것이 도보여행자들의 마음 가짐이다.

 

가을을 맞아 지리산 천왕봉과 반야봉을 배경삼아 그림처럼 펼쳐진 다랑이 논과 산촌 마을을 만나고 산사를 지나 강으로 이어지는 풍경 같은 길을 여유롭게 걸어보는 맛이 그만이다.

 

▲ 흥부마을

 

남원시 아영면 성리는 판소리 다섯 마당 중의 하나인 '흥부전'의 배경이다. 흥부가 정착해 부자가 됐다는 발복지(發福地)로 마을에는 박춘보의 묘가 있고 매년 정월 보름에 망제단에서 흥부를 기리는 춘보망제를 지내고 있다. 사금 채취장으로 전해지는 새금모퉁이, 흥부가 허기로 쓰러졌을 때 흰죽을 먹여 살린 은인에게 논을 사주었다는 흰죽배미, 놀부가 흥부집을 찾아왔다가 화초장을 지고 건넜다는 개울 노디막거리 등 흥부전의 주요 배경지엔 입간판이 세워져 있어 그 흔적을 더듬어 볼 수 있다.

 

▲ 변강쇠 백장공원

 

지리산 뱀사골 초입 산내면 대정리 백장암 계곡은 변강쇠타령의 무대이다. 길 가에는 장승을 뽑아 땔감으로 쓴 변강쇠가 벌을 받아 장승처럼 굳어 죽었다는 전설을 형상화한 변강쇠백장공원이 조성돼 있다. 공원 인근 계곡에는 변강쇠와 옹녀가 놀았다는 백장바위, 남녀의 성기 모양을 한 음양바위, 바위를 긁어 국을 끓여 먹으면 부부 금실이 좋아진다는 근연바위 등 재미난 사연을 곳곳에 담고 있다.

 

▲ 실상사

 

지리산 천왕봉을 마주하고 자리한 실상사는 통일신라 흥덕왕 3년(828)에 홍척스님이 처음 세웠다. 신라말기 불법보다 참선을 중시한 선종의 여러 종파가 전국 명산에 절을 세웠는데, 실상사가 그중 하나이다. 정유재란(1597) 때 모두 불타 숙종(1674~1720) 때 건물 36동을 다시 지었으나, 고종 때 화재를 당해 현재의 규모로 복구했다. 실상사는 훌륭한 스님을 많이 배출해 한국 선불교의 위상을 드높였으며, 경내에는 국보인 백장암삼층석탑을 비롯해 보물 등 많은 문화재가 남아 있어 이 절의 역사적 의의와 품격을 대변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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