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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여행] ① 경남 통영

파란하늘 푸른바다…'보물섬' 옹기종기 그림같은 풍경

<< 일상을 벗어나, 될 수 있으면 더 낯선 곳으로 떠나는 여행은 인생의 윤활유입니다. 달랑 하루짜리도 좋겠지만 1박2일이나 2박3일이라면 더 좋겠지요. 그러나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겠다고 떠나는 여행이든, 인생을 즐기는 여행이든, 무엇인가 목적이 있는 여행이든 길지 않게, 가볍게, 그러면서도 알차게 다녀오는 것도 지혜입니다.

 

이번주부터 본보 기자들이 직접 다녀온 체험 여행기를 격주로 연재합니다. 주말 나들이 어디로 갈까 고민하신다면 이제부터 '기자들과 함께 떠나는 주말 여행'으로 그 길을 찾아보시지요. >>

 

우리 가족은 지난 여름 휴가를 경남 통영에서 지냈다. 통영을 단일치기로 다녀온 적이 있는 아내가 강력히 추천했고, 딸아이도 동의했다. 장수에서 진주를 거쳐 통영으로 이어지는 고속도로를 타고 가면 전주에서 얼추 2시간. 시내 통과시간 30분 가량을 감안해도 약 220㎞ 남짓 거리다.

 

그러나 거리가 300㎞면 어떤가. 사실 숙박을 하는 여행에서 나의 최대 적은 비싼 숙박료다. 특히 성수기인 여름휴가철의 경우 콘도나 펜션 잡기가 힘들고, 숙박료가 보통 10만원을 훨씬 웃돈다. 가을이 되었으니 지금은 상황이 좀 나아졌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 여름 휴가때 아내가 인터넷 사이트 곳곳을 들락거리면서 겨우 찾아낸 곳, 바닷가 전망 좋은 펜션의 1박 비용은 무려 16만원에 달했다. 우리는 통영 2박3일에 무려 32만원의 숙박비를 지불해야 했다. 이런 사정때문에 사실 여행 떠나기가 거북스러웠지만, 아내와 아이 앞에서 '째째하다' 싶어 아무 말도 못하고 '다른 쓰임새에서 절약하자'며 다독일 수 밖에 없었다.

 

휴가 첫날 오전 10시 쯤, 통영을 향해 출발했다. 여행전 자동차 점검은 필수. 이틀 전 카센터에서 엔진오일 갈고, 타이어 공기압도 점검했다. 가족에 대한 팁 하나. 거금 15000원을 들여 세차장에서 내부세차까지 했더니, 아내와 딸 아이의 미소가 더 예뻐 보였다.

 

전주 도심을 벗어나 완주 소양IC에서 익산-장수간 고속도로를 탔다. 너무 좋은 날씨였다. 바깥 날씨는 섭씨 30도를 웃돌고 있었지만, '빵빵한' 에어컨 덕분에 우리는 고속도로 드라이브를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교각을 산 중턱 높이까지 세워 건설한 고속도로는 시원하게 뻗어 하늘까지 맞닿을까 싶었다. 진안, 장수를 지나 경남 산청에 접어드니 지리산이 유혹한다. 점심을 펜션에서 먹기로 했기 때문에 고성 공룡나라 휴게소도 지나쳤다.

 

거제도로 직진해가는 차량들과 헤어져 고속도로를 빠져나왔다. '원문검문소'를 지나 통영 시가지로 진입하는 언덕도로에 들어설 무렵, 한 번 다녀갔던 아내가 '잠시 후 그림같은 풍경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고 방송을 했다.

 

그랬다. 아름다웠다. 통영의 관문 다웠다. 바로 눈 앞에 펼쳐진 '해변공원'은 바다와 어선, 조경수가 멋들어지게 조화를 이뤄 한 폭의 그림 같았다.

 

계속 직진해 통영 도심 외곽도로에 해당하는 '산복도로'를 타고 한참을 달려 충무교를 건넜다. 충무교와 통영대교에 연결된 미륵도의 도남관광지를 지나 언덕길을 넘어서자 미륵도 해안 일주도로다. 멀리 크고 작은 섬들이 푸른 바다에 제멋대로 뿌려져 있었다. 그 해안 언덕길 옆에 우리가 이틀간 묵을 펜션이 자리잡고 있었다.

 

2층 우리 방은 바닷가 전망이 좋았다. 비싼 방값이 다소 위로가 됐다.

 

한산도 제승당

 

첫 날 오후에 둘러볼 곳은 이순신 장군이 학익진을 펼치고 한산대첩을 승전으로 이끄는 등 우리 수군을 총지휘한 작전사령부 한산도 제승당. 도남관광지 유람선 터미널은 관광 성수기를 맞아 한산도 등을 오가는 유람선들이 쉴새없이 들락거렸다. 멀리 혹은 가까이 오고가는 섬들 사이를 지나 10여분만에 도착한 한산도는 동백과 소나무가 많았다. 제승당을 지키는 조선수군과 사진 한 장 '찰깍'한 후 대첩문 안으로 들어가니 우측에 '수루'가 있었다. 수루에서 바라본 바다는 고요했다. 달 밝은 밤에 수루에 올라보면 좋으련만, 오후 6시면 문을 닿는다. 엄숙한 분위기가 감도는 제승당을 둘러보며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혼자 앉아, 큰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는 차에, 어디서 일성 호가는 남의 애를 끊나니'를 되뇌어 보았다.

 

제승당 후정에는 사거리 145m 짜리 활터가 있었다. 사대와 표적 사이 절벽 아래엔 시퍼런 바닷물이 일렁거린다. 뱃전에서 왜선의 조총수들을 향해 화살을 정확히 날려야 했던 이순신 장군은 실전과 다름없는 지형에 활터를 만들어 궁수들의 전력을 끌어올린 것이다.

 

소매물도 등대섬

 

둘쨋날은 바닷길을 걷기로 한 날이다. 늦잠을 실컷 자고 9시가 넘어 통영 여객선터미널로 차를 몰았는데, 게으름 핀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했다. 모든 주차장은 만차였고, 도로는 불법주차 투성이였다. 게다가 오전 표는 모두 매진. 겨우 오후 1시 배표를 구할 수 있었다.

 

약 3시간을 유용하게 써야 했다. 여객선 터미널 맞은 편에 보이는 남망산 국제조각공원으로 향했다. 야트막한 산 중턱에 시민문화회관이, 그리고 해안을 따라 조각공원이 아름다운, 통영만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남망산 맞은 편 해안에는 조선소 골리앗 크레인이 생뚱맞게 서 있었고, 마침 입항하는 여객선이 포말을 길게 늘어뜨린 곳에 요트 한 척이 지나가고 있었다.

 

서호시장 옆 식당에서 멍게 비빔밥을 먹고, 늦지 않게 소매물도 행 선착장으로 갔지만 1시 배는 결항이었다. 흥분한 여행객들이 터미널 사무실에 몰려가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어쩔 수 없이 2시 배를 타고 1시간여 만에 도착한 소매물도. 평소 주민이 10여 가구에 불과할 만큼 외로운 섬이었다. 하지만 2007년 해양수산부가 선정한 '아름다운 등대'에 소매물도 등대섬이 꼽히는 등 유명세를 타면서 선착장 주변 언덕에 펜션이 가득할 만큼 통영의 보물섬이 됐다.

 

가파른 산길을 한참 동안 올라 섬 정상에 다다랐을 때 확 트인 맞은 편 바다에서 불어온 해풍이 온몸의 땀을 식혀주었다. 잠깐 목을 축이고 등대섬을 향해 내려가던 중 목을 길게 빼고 뭔가를 찾던 아내가 실망의 탄성을 질렀다. 소매물도와 등대섬을 이어주는 바닷길(열목개)이 막 바닷물에 잠기고 있었다. 밀물이었다. 1시 배 결항에 따른 최대 피해였다. 전주에서 등대섬을 가기 위해 달려왔는데…. 어쩔 수 없이 등대섬을 배경으로 몇 장의 사진을 찍고, 통영행 마지막 배를 타야 했다. 바닷길을 걷지는 못했지만, 파란 하늘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서 있는 등대섬은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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