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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여행] ⑬충남 서천 홍원항

생기 재충전! 훌훌털고 떠나라…그 곳으로

봄이다. 기나긴 기다림 끝에 간신히 찾아온 봄.

 

어렵게 만난 봄마중을 하고 싶어졌다. 변덕스러운 날씨에 지칠 대로 지친 몸을 흔들어 깨워야 했기 때문이다.

 

그리 길지 않은 봄, 그 싱그러움을 온몸으로 느끼기 위해 소박한 여행을 떠났다.

 

바람이 좋고 기왕이면 경치도 좋고, 맛있는 음식도 있다면 더욱 좋은 그런 곳.

 

무작정 바다로 떠나자고 마음 먹었다. 겨울을 갓 벗어난 바다….

 

고민 끝에 정한 목적지는 바다 휴양지로 유명하다는 충청남도 서천군의 홍원항.

 

4월의 싱그러움과 바다의 싱싱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는 찬사를 받는 곳이다. 사계절 내내 수산물이 화수분처럼 쏟아져 나온다는 보물섬이기도 하다. 사실, 남들에겐 유명했지만 내겐 그저 생소하기만 한 이 곳이 이유없이 끌렸다. 사진 속의 파란 바다 그리고 빨간 등대가 빨리 보고 싶어졌다.

 

◆ 먹을거리,볼거리

 

고속도로에 차를 얹고 보니 봄을 찾아 떠난 사람이 제법 많았다. 얼마 만의 햇살 좋은 주말이었는지.

 

늦은 출발에 예상보다 조금 길어진 이동 시간까지, 점심 시간을 한참 넘어서야 도착했다. 숨어있던 바다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자 왠지모를 설렘에 기분이 좋아졌다. 2시간 정도의 이동 시간은 도로 주변의 낯선 풍경을 감상하느라 그리 길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좁디 좁은 길을 헤치고 홍원항 입구로 들어섰다. 아기자기한 바닷가를 마주하고 줄지어 선 10여 곳의 횟집이 눈에 들어왔다. 멋진 펜션도 보였다. 방파제를 따라 걷다보니 그저 그런 산도, 낡은 어선들도 특별한 느낌이 묻어나는 듯 했다. 방파제 끝 빨간 등대를 보고는 괜한 반가움에 방방 뛰며 호들갑 좀 떨어줬더랬다.

 

'좋다~좋아!'

 

마냥 한적할 줄 알았던 작은 어촌 마을이 생각보다 사람도 많고 크고 작은 배도 제법 정박해 있었다. 바다에 쏟아지는 햇살을 넋놓고 바라보니 복잡한 머릿속도 정리가 되는 듯 했다.

 

아무리 유명한 볼거리가 많은 곳도 '더' 유명한 먹을거리가 보태지지 않으면 서운한 법.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며 회센타 앞을 어슬렁거렸다. 빨간 바구니 수십 개가 줄지어 놓여 있고, 그 안에는 온갖 생선들이 파닥거리고 있었다.

 

 

"쫄깃한 횟감들이로구나!"

 

이 놈 저 놈 물어가며 흥정 끝에 광어 한 마리를 골랐다. 1층 문 앞에서 횟감을 직접 고르면 2층에서 회를 먹을 수 있었다. 눈 앞에 펼쳐진 광어회. 비릿한 횟집의 냄새와 바다 냄새도 잊을 만큼 고소한 식감에 황홀하기까지 했다. 뭉툭하게 썰어 멋없게 담긴 투박함도 이곳만의 매력인 것 같았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한껏 들뜬 기분으로 나서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5월 중순이면 마량 포구서 자연산 광어, 도미 축제도 해요"라며 귀띔했다.

 

그 순간,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그럼, 그때 또 올게요!"라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해산물이 넘쳐나 자연스럽게 음식 문화가 발달했다는 홍원항 인근에서는 다양한 요리를 맛볼 수 있었다.

 

특히, 주꾸미 맛이 절정인 3월과 4월에는 '주꾸미 샤브샤브'를 반드시 먹어야 한다고 했다. 혹자는 이 맛을 두고 '안 먹어 봤으면 말을 하지 말라'고 했다는 별미 중의 별미.

 

4월 말, 주꾸미가 '끝물'이긴 하지만 맛이라도 보자는 욕심에 해질녘, 주꾸미를 찾아 다시 회센터로 발길을 돌렸다.

 

홍원항의 대세는 '주꾸미 샤브샤브'.

 

샤브샤브를 부르짖으며 낮에 찾았던 횟집에 갔다. 바닷바람은 밤이 되자 더 거세졌다. 으슬으슬 떨고 나니 갑자기 빨간 양념에 지글지글 볶아 먹는 주꾸미 볶음이 간절했다. 메뉴를 주꾸미 볶음으로 바꿨다.

 

한 상 가득 나온 주꾸미 볶음은 다리 하나만 집어 먹었을 뿐인데도 봄이 입안에 가득 담긴 듯 했다. 매콤하고 쫄깃한 맛이 일품이었다. 며칠만 일찍 왔더라면 더 맛있는 주꾸미를 맛볼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을 하니 아쉬웠다.

 

반나절의 소박한 여행이었지만 한 손에 잡힐 듯 작은 마을이라 구석구석 알차게 둘러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통통한 숏다리 주꾸미, 알찬 네 놈은 절대 잊지 못할 것 같다. 펄떡이는 봄맛을 전해준 홍원항 너도!

 

◆ 홍원항은

 

춘장대 해수욕장과 동백정의 언덕 사이로 움푹 들어간 항구다. 방파제와 선착장, 물량장 등이 있는데, 한 번에 항구의 전경을 볼 수 있을 만큼 규모가 작아 한 손에도 잡힐 것 같다.

 

서해의 주요 어장인 외연도와 연도 어장에서 가장 가깝고 서해안 항구 중에서는 유달리 조수간만의 차가 적은 편이라 어선들의 출입이 많다.

 

전남 광양항과 더불어 전어가 가장 많이 잡히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매년 9월 말부터 약2주 동안 '서천 전어축제'가 열린다. 이때 먹는 전어구이 때문에 가출한 며느리들이 '진짜' 돌아왔다는 믿거나말거나 하는 얘기도 전해진다고.

 

워낙 수산물이 많은 지역이라 낚시꾼들도 흔히 볼 수 있다. 야경을 찾아 최근에는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도 주목받고 있다.

 

다시 말해, 홍원항은 '낙엽이 질 때쯤 연인과 함께 와서 전어 구이를 맛있게 먹으면 좋을 그런 곳'이 되겠다.

 

◆ 어떻게 가나

 

충남 서천군 서면 도둔리의 홍원항은 전주에서 자가용으로 1시간 30분 안팎이면 도착한다.

 

전주를 벗어나 동군산 나들목을 타 시원하게 뚫린 서해안 고속도로를 20분 가량 내달리면 금세 춘장대 나들목까지 돌아 나온다. 이어 춘장대 해수욕장 방면으로 성내 사거리를 거쳐 바다를 향해 10km남짓 가면 길 끝에 움푹 들어간 홍원항이 나타난다.

 

대중교통으로 찾아가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다.

 

전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서천행 버스를 탈 수 있다. 소요 시간은 2시간, 요금은 성인 기준 56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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