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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여행] ③익산 황등시장 맛집들

육회 듬뿍 넣은 시골 비빔밥 '감칠맛'

사진 위부터 밥과 콩나물을 토렴하기 위해 끓이는 '시장비빔밥'의 선짓국물, '진미식당'의 육회비빔밥, '분도식당'의 육사시미 ([email protected])

맛의 문외한이 맛지도를 그려야 한다니….

 

십중팔구 '맛없는 지도'가 나올 게 뻔했다. 궁하면 통하는 법. 구세주는 등잔 밑에 있었다.

 

 

전북일보에 '쉐비체어의 숨은 맛집 리포트'를 연재하는 김병대 씨(46·블로그 '쉐비체어' 운영자)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23일 그의 그림자를 따라 익산 황등시장을 찾았다.

 

전주비빔밥이 전북 음식의 메이저리그라면, 황등비빔밥은 마이너리그에 속한다. 둘의 차이는 취향과 인지도의 차이일 뿐 맛의 우열과는 아무 상관없다.

 

"전주비빔밥은 재료의 개수가 많고, 시각적으로 오색찬란하죠. 말깨나 하는 전주 양반처럼요. 반면 황등비빔밥은 서민적이에요. 재료의 가짓수는 적지만, 육회가 더 듬뿍 들어가고, 밥과 콩나물을 선짓국물로 토렴(국물을 부었다 따랐다 하여 덥게 함)하는 방식이 달라요. 미리 비벼서 스테인리스 그릇째 불에 데워 나오는 것도 특징이에요."

 

그는 "현재 황등시장은 진미식당과 한일식당, 시장비빔밥 등 3강(强) 구도 아래 분도식당이 다크호스로 떠오른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 한일식당

 

'한일식당'은 1979년 김복례 할머니(80)가 시장 인근 고가 다리 아래서 문을 연 게 시초. 1994년 현재 위치로 옮기면서 맏딸 조명숙 씨(58)가 일을 돕기 시작했고, 지금은 조 씨가 식당을 진두지휘한다. 기자가 방문한 날에도 조 씨는 네댓 명의 아주머니들과 주방에서 바지런히 육회비빔밥을 만들고 있었다. 김병대 씨는 "한일식당은 갈비전골이 특화됐다"며 "가족끼리 외식하거나 외부 손님을 접대할 때 제격"이라고 귀띔했다. 후덕한 인상의 조 씨가 '밥 먹고 가라'고 붙잡았지만, 취재 일정 탓에 마른침만 삼켜야 했다.

 

▲ 메뉴: 갈비전골 3만2000원(2인 기준), 육회비빔밥 7000원, 육회(250g) 3만 원

 

▲ 전화: 063-856-4471

 

◆ 시장비빔밥

 

한 할머니가 뒷짐을 진 채 시장 어귀를 나오고 있었다. 김병대 씨가 "바로 저분"이라고 소리쳤다. '시장비빔밥'의 원조(元祖) 정월녀 할머니(80)였다. 지금은 맏아들 이기동(62)·김은남 씨(61) 부부가 운영한다.

 

"큰 손녀가 38살이니, 시집와서 40년 가까이 선지국밥을 팔았다"는 맏며느리가 삶은 돼지껍데기를 저민 포를 육회비빔밥에 섞었다. 이미 수차례 그 맛을 본 김 씨가 "기름기가 완전히 빠져 부들부들하면서도 씹히는 감이 묘하고 고소하다"며 "선지국밥은 시장비빔밥이 제일"이라고 추어올렸다.

 

▲ 메뉴: 육회비빔밥 7000원, 선지국밥 5000원, 순대 6000원

 

▲ 전화: 063-858-6051

 

◆ 진미식당

 

'진미식당'의 뿌리는 일제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1대 조여아 할머니(당시 96세)는 5년 전 작고했지만, 할머니의 1남2녀 중 큰딸인 원금애 씨(76)가 50년간, 5년 전부터 원 씨의 둘째 아들 이종식 씨(42)가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바꾸는 게 항상 좋은 게 아니더라고요. 처음엔 새로운 방식을 시도했는데, 맛이 예전만 못했어요. 어머니는 항상 '음식은 재료가 제일 중요하고, 정성이 더해져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강조하세요."

 

'어머니의 노하우는 얼마나 습득한 것 같냐'는 물음에 이 씨는 "60% 정도…."라고 몸을 낮췄다.

 

▲ 메뉴: 육회비빔밥 7000원(小)·9000원(大), 보신탕 1만 원(小)·1만2000원(大), 육회 2만 원(小)·3만 원(大), 수육 2만 원(小)·3만 원(大), 전통순대 7000원(小)·1만 원(大), 내장 1만 원

 

▲ 전화: 063-856-4422

 

◆ 분도식당

 

'분도식당' 주인 최영오 씨(50)는 30년 경력의 베테랑 '칼잡이'다. 똑같은 부위라도 그가 썰면 맛이 더 좋고, 쫀득쫀득하다. 매일 새벽 도축장에서 그가 직접 물건을 고른다.

 

1991년 '분도정육점'을 먼저 열었고, 바로 옆에 식당을 차린 것은 7년 전. "대형마트가 생기면서 소규모 정육점은 한물갔기 때문"이다.

 

그의 도마는 움푹 파였다. 날마다 수만 번 칼질을 해댄 탓이다.

 

"신랑이 워낙 고지식해서 정확한 것만 써요. 그러니까 이렇게 (겉모양이) 후진데도 손님들은 의사, 교수, 공무원 등 번쩍번쩍한 사람들이 오죠."

 

아내 박승임 씨(48)는 "음식은 집에서 먹는 (방식) 그대로 만들어 내놓고, 오리지널 암소만 쓴다"며 "맛의 기준은 사장님(최영오 씨) 식성"이라고 말했다.

 

채소는 전남 나주에서 최 씨의 큰처남이 재배한 것을 가져다 쓴다. 취재를 마친 기자는 드디어 둘둘 말린 스파게티 면발 같은 육사시미와 진심이 오롯이 밴 육회비빔밥을 먹은 뒤 '유레카'를 외쳤다.

 

▲ 메뉴: 육회비빔밥 7000원, 육사시미 2만 원, 육회·구이(200g) 각 2만 원, 토시살 3만 원, 갈비탕 8000원

 

▲ 전화: 063-858-64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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