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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여행] 섬진강 상류여행 '순창 장군목'

그 기묘한 자태에 잠시 속세를 잊다

순창 장군목의 바위들은 공룡들이 지나간 것처럼 움푹움푹 패였다. 아들을 낳지 못하는 여인네들이 장순목을 찾아 요강바위 위에 앉으면 아들을 낳을 수 있다는 속설도 전해오고 있다. ([email protected])

11월 마지막 주말.

 

하루가 금방 지나가더니, 어느새 일주일이 가고, 그렇게 한달이 가고 나니..

 

12월이 눈앞에 와있다.

 

겨울의 문턱에서 일상을 벗어나 모처럼의 정취를 느껴보기 위해 가깝긴 하지만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곳으로 알려진 장군목을 가기로 했다.

 

▲ 자연이 만든 천혜의 공원

 

장군목 계곡은 섬진강 상류에 천혜의 수석공원으로 빼어난 경치를 자랑하지만 아직도 숨겨진 자연관광지로서, 자연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곳이다.

 

장군목 용궐산에서 바라본 섬진강. ([email protected])

 

회문산 골짜기에서 섬진강에 합류돼 장군목에 이르는 500여리 가량되는 물길은 섬진강 중에서도 가장 향토적이며 자연미 넘치는 풍경을 연출한다.

 

산과 강물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빚어낸 섬진강의 풍광은 순창군 동계면 내룡마을의 장군목에서 절정에 이른다.

 

'용궐산 장군이 건너편 적장의 목을 칼로 쳐 그 목이 장군목에 떨어졌다'하여 장군목이라 부른단다.

 

장군목은 특히 영화 '아름다운 시절'의 주요 촬영지이기도 했으며 강폭이 넓고 수심도 비교적 얕아 여름철에는 가족단위 물놀이 코스로 제격이며, 가을철에는 강바람에 하늘거리는 억새꽃과 산비탈을 형형색색으로 물들이는 단풍이 한 폭의 수채화를 연상케 한다고 전해진다.

 

▲ 가는 길

 

순창에서 출발해 24번 국도를 타고 남원방면으로 가다가 적성 화탄매운탕집 앞 사거리에서 좌회전했다. 내월리를 지나 순창 상수도취수장에서 좌회전을 하니 얼마가지 않아 섬진강이 펼쳐졌다.

 

그 강을 거슬러 따라 올라가니 구미마을이 나오고, 그 길을 지나 장군목이 눈에 들어왔다.

 

가는 길에 새로 지은 현수교가 눈길을 끌었다.

 

▲ 요강바위

 

현수교를 지나 호젓한 산길을 걷다보니 겨울을 준비하는 앙상한 나무들이 겨울잠을 자려는데 놀러 나온 어린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에 놀라 잔바람이 손짓한다.

 

산길을 나와 계곡으로 향했다.

 

장군목에서 먼저 눈길을 끈 것은 기묘하게 움푹 패인 바위들이었다. 진짜 요강처럼 생긴 요강바위를 비롯해 천태만상의 바위들이 강줄기를 따라 3km 정도 늘어서 있다.

 

장군목의 상징인 요강바위는 요강처럼 생겼다고 해서 요강바위로 불리게 되었으며, 높이 2m, 폭 3m에 무게가 무려 15톤이 된다는 요강바위는 어른이 들어가도 넉넉 할 정도로 깊은 웅덩이가 패여 있어 눈길을 끈다.

 

또한 아들을 낳지 못하는 여인네들이 장군목을 찾아 요강바위 위에 앉으면 아들을 낳을 수 있다는 속설로 전국의 수많은 여인네들이 찾았다는 이야기도 전해오고 있다.

 

이 바위는 한때 수억원을 호가한다는 소문이 나돌아 도난당하기도 했으나, 주민들의 노력으로 다시 제 자리에 돌아온 뒤로는 여전히 이 마을의 안녕과 풍요를 가져다주는 수호신 역할을 하고 있다.

 

신기한 건 요강바위뿐만이 아니었다.

 

주변에 널린 바위들은 가운데가 둥글게 패여 장군목을 흐르는 물살이 빚어낸 신묘함 그 자체였다. 하나같이 일부러 조각 해놓은 듯 섬세하고 정교하지만, 실은 수천 수만 년의 세월 동안 강물이 쓰다듬고 어루만져 태어난 작품들이다.

 

도저히 인공으로서는 아무리 애를 써도 만들어내지 못할 신기한 작품들..

 

수석처럼 놓인 바위더미들이 물과 어울려 기막힌 장면을 연출했다.

 

세월의 깊이를 바위로 새기는 물의 모습이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

 

순간 경치에 반하고, 바위에 반하고, 물에 취했다.

 

장군목이 이처럼 아름다운 이유는 자연과 물과 사람이 어우러진 모습이 장군목에 흐르는 물처럼 자연스럽기 때문일 것이다.

 

▲ 장구목 가든

 

어느덧 해는 뉘엿뉘엿. 점심때 출발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계곡이 깊어선지 해가 빨리 지는 것 같았다.

 

여행을 마음 먹었다면 아침에 출발하여 점심을 즐기기를 권하고 싶다.

 

장군목의 경치에 취해 허기를 잠시 잊고 있었다.

 

장군목 건너 장구목 가든이라는 허름한 식당에 들렀다.

 

사람 좋아 보이는 주인 아낙이 어찌나 친절한지 허름한 식당 겉모습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이어 분주한 손길이 이어지더니 압력밥솥에 뜨끈뜨끈 막 지어낸 현미밥과 보글보글 뚝배기에서 끓고 있는 매기 매운탕에 온 몸은 녹아내렸다.

 

보기만 좋을 뿐 아니라 맛까지 좋은 음식들. 맛깔스런 반찬들이 입맛을 돋우었다.

 

단풍 잎으로 만든 단풍잎튀김, 고구마튀김과 과일 샐러드까지 곁들인, 매기 매운탕을 정말 맛나게 먹고 나니 디저트로 꽃차가 나왔다.

 

무슨 꽃차인지 물어보니 목련꽃과 산동백이란다.

 

중국에 차가 유명하다던가.. 아마도 장구목가든의 꽃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리라.

 

그렇게 여운이 남는 꽃차를 뒤로 하고 장군목을 떠나왔다.

 

아름다운 경치를 보고 추억을 간직하고, 맛있는 음식과 향기로운 차로 장군목이란 곳에 흠뻑 젖어들고 말았다.

 

여행을 마음먹었다면 싸늘해지는 겨울에 따뜻한 정서를 느낄 그곳, 장군목을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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