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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전주국제영화제] ②한국영화의 약진

이 '한국 영화'를 보라!

(왼쪽부터 시계방향)트루맛쇼, 다시태어나고 싶어요, 사랑의 확신. ([email protected])

'제12회 전주국제영화제'와 관련해서 각종 매체 지면을 장식한 대표적인 문구 하나는 '한국영화 약진'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올해 전주영화제는 그 어느 해보다 한국영화에 정성을 들였다. 전체 상영작 190편 가운데 약 57편 가량이 한국영화이니 일단 양적으로만 따져 봐도 한국영화 비율이 전체의 1/3에 육박한다. 더욱이 올해는 전주국제영화제 사상 처음으로 국제경쟁, 한국장·단편 경쟁, 시네마 스케이프, 천국보다 낯선, 시네마페스트, 포커스 등 전 부문에 걸쳐 한국영화가 고르게 포진했다는 점에서 한국영화의 약진이라는 표현이 설득력을 갖는다.

 

▲ 국제경재에 첫 초대 받은 김경만 감독의 <미국의 바람과 불>

 

그 중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작년까지 외국영화를 대상으로 해온 '국제경쟁' 에 처음으로 한국 김경만 감독의 다큐멘터리 <미국의 바람과 불> 이 선정되었다는 점일 것이다. 흔히 사람들은 다큐멘터리를 현실에 실존하는 사건과 인물들에 대한 객관적인 기록이라고 소박하게 생각하지만 어떤 다큐멘터리들은 카메라로 직접 촬영한 분량 없이 기존에 존재하는 다양한 영상을 재편집하는 방식만으로 애초 의미와 전혀 다른 의미를 창조하기도 한다. 이러한 영화를 '컴필레이션 필름(편집영화)'이라고 하는데 김경만 감독의 <미국의 바람과 불> 은 이러한 컴필레이션 필름을 위주로 현재 한국사회의 풍경에 대한 감독 자신의 촬영분을 덧붙여 만들어낸 독창적인 다큐멘터리다. 한국 독립 다큐멘터리스트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컴필레이션 필름을 만들어온 그는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도발적인 첫 장편을 만듦으로써 국제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앞으로 다른 한국 감독들에게도 상당한 자극이 될 것으로 보인다.

 

▲ 한국장편, 다큐멘터리 대거 초청

 

올해 한국장편의 중요한 특징은 다큐멘터리의 초강세 현상이다. 어지간한 영화미학과 허구적 상상력이 거의 다 시도되고 소진된 픽션과 달리 다큐멘터리는 픽션을 압도하는 역동적인 현실 자체를 출발점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일단 픽션이 가질 수 없는 경쟁력을 갖는다. 그러나 이러한 일반론이 아니더라도 작금의 한국사회 현실이 어지간한 픽션을 압도할 만큼 역동적이고 드라마틱하다는 사실이야말로 올해 한국 다큐멘터리의 양적, 질적 증가 및 강세 현상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 것 같다. 이강현 감독의 <보라> , 안건형 감독의 <동굴 밖으로> , 김희철 감독의 <사랑할 수 없는 시간> , 김재환 감독의 <트루맛쇼> 등 한국 장편경쟁 부문에 오른 다큐멘터리들은 한국에서 만들어진 다큐멘터리들 가운데 가장 혁신적이고 실험적인, 미학의 최전선을 보여주는 작품들로 엄선되었다. 그러나 '혁신'이라거나 '최전선'이라는 말에 혹시 재미없거나 이해하기 힘든 영화들 아닌가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이 영화들은 작품성과 함께 깊이 있는 재미도 충분히 갖춘 영화들이기 때문이다. 픽션과 다큐멘터리의 경계를 오가는 박찬경 감독의 에세이 영화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안양에> 나 손광주 감독의 <캐릭터> 역시 역시 전주국제영화제의 특징을 제대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 이명세 감독의 재발견

 

올해 포커스 부문 한국영화 특별전의 주인공은 이명세 감독이다. 이명세 감독 특별전에서는 감독의 데뷔작인 <개그맨> (1988)을 비롯한 감독의 전작 8편이 상영된다. 그는 한국에서 가장 시네마틱하고 독창적인 영화세계를 구축해온 감독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리얼리즘 강령이 한국영화를 지배하던 시기에 등장해 기존의 리얼리즘영화나 정치적 모더니즘의 계보에 포섭되지 않던 그의 낯설고 독특한 영화들은 당시 관객과 평론집단을 당혹시키기에 충분했다. 데뷔작 <개그맨> 뿐 아니라 이어지는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첫사랑> 은 모두 흥행에서 참패를 맛보았고 비평적으로도 그다지 호의적인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시간은 이명세 감독과 비평의 관계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20년이 지난 지금 그의 영화는 여전히 영화적이고 동시대적이며 보편적인 울림을 갖지만 오래 전에 그의 영화를 비판했던 글들은 지금은 무척이나 낡고 진부한 비평이 되어버렸다. 시간이라는 파괴자 앞에서 살아남은 것은 이명세 감독의 영화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이명세 감독 자신의 영화였던 것이다. 지금은 이명세 감독의 작품에 대한 초기의 냉정한 평가가 완전히 바뀌어 그가 한국영화계에 너무 빨리 등장한 저주받은 시네아스트라는 점에 대강의 합의가 이루어져 있지만, 미국에 6년간 머물다 온 뒤에 만들어진 최근작 <형사> 와 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이번 특별전이 그의 영화를 알아보지 못하고 뒤늦게 반성문을 써야했던 과거 한국 평단이 동일한 오류를 반복하게 해줄, '이명세 감독 재발견'의 자리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 쇼케이스 & 로컬 시네마 전주

 

올해 한국영화 쇼케이스 부문은 임권택 감독의 대표작 <만다라> 디지털 복원판을 비롯해서 홍상수 감독의 <옥희의 영화> , 류승완 감독의 <부당거래> , 김현석 감독의 <시라노, 연애조작단> , 이승준 감독의 <달팽이의 별> , 김선 감독의 <자가당착> 등 거장의 작품에서부터 과 가장 혁신적인 영화를 만들어온 독립영화감독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준비되어 있다. 높은 산과도 같은 거장의 깊고 유려한 호흡과 젊은 영화인의 왕성한 도전 정신이 다양하게 어우러진 쇼케이스 섹션에는 감독과 배우, 관객의 깊이 있는 대화가 가능한 '시네 토크'까지 준비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섹션은 '로컬시네마 전주'다. 전주 지역에서 제작된 독립영화를 지원하고 그 성과를 국내·외에 소개하기 위해 2006년 신설된 섹션으로 올해 장편과 단편 두 프로그램으로 확대 편성됐다. 그 결과 올해는 백정민 감독의 장편 <위도> 와, 김재훈 감독의 <완주에서 만나다> , 신일 감독의 <간이역> , 이은상 감독의 <짝퉁 엄마> , 김양령 감독의 등 네 편의 단편을 모은 컬렉션 두 개의 장·단편 프로그램을 영화제에서 만날 수 있게 됐다.

 

/ 맹수진(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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