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영화에서 색다른 경험을"
영화를 제대로 볼 줄 아는 안목을 갖기 위해서는 세 단계를 거쳐야 한다. 첫째, 박스 오피스 결과를 무시할 것. 둘째, 칸 영화제 수상 결과를 맹신하지 말 것. 세번째, 동료들의 별점도 믿지 말 것. 영화는 다층적인 배움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세상을 다루는 방식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이다. 유운성(37) 조지훈(36), 올해 새롭게 합류한 맹수진(40)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올해도 치열한 탐색을 통해 '진품 영화'를 추렸다.
올해 초청된 영화는 38개국 190편(장편 131편, 단편 59편). 유 프로그래머는 "관객들이 봤을 때 "당혹스럽다"거나 "아! 이런 영화도 있었네" 하는 느낌도 받겠지만, 끝까지 보게 되면 색다른 경험이 더 많을 것"이라고 했고, 조 프로그래머는 "조금 더 줄어든 편수 안에서 밀도 있는 프로그램을 놓기 위해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맹 프로그래머 역시 한국 영화에 대한 열렬한 애정과 영화제의 현실 사이에서 타협하는 데 애를 많이 썼다.
그 결과 전주영화제의 색깔, 즉 실험·도전 정신에 더 맞는 영화들로 채워졌다. 올해 영화제에서는 전 섹션에 걸쳐 다큐멘터리의 비중이 높아졌으며, 최근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스페인 영화가 초청됐다. 한국영화가 대거 초청됐다는 점도 주목할만 하다. 하지만 여기엔 '외부의 눈으로 공감 가능한 한국 영화'라는 전제가 있다.
"한국인이기 때문에 한국영화를 더 사랑하고 알려야 한다는 말은 처음에는 그럴싸하게 들리긴 하지만, 한국영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어떤 영화라도 또 다른 누구에게는 충분히 이해될 수 있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죠."
유 프로그래머의 이같은 설명에 맹 프로그래머도 한국영화의 약진은 한국영화에 대한 편애가 아님을 분명하게 이야기했다.
"'국제 경쟁'에 김경만 감독의 <미국의 바람과 불> 을 추천했을 때 제 마음 속에 모순되는 마음이 있었어요. 올해 처음 한국영화 프로그래머를 맡았는데, 이 영화가 한국영화 섹션에 있으면 더 좋을 텐데 하는 생각 같은 거요. '딸 시집보내는' 마음으로 '국제경쟁'에 보냈다고 보면 될 겁니다. 이 작품으로 인해 한국영화가 자극 받을 것이라는 기대도 했어요. 영화를 좀 더 치열하게 만들어야겠다는 목표가 생길 수 있게끔 말이죠." 미국의>
이렇게 풍성한 잔치상을 마련하고 관객을 기다리는 세 프로그래머에게 올해 전주영화제에 기대하는 바가 무엇일까.
"한국은 무엇보다 자국 영화에 대한 관심만이 부풀려져 우선되는 곳입니다. 영화평론가들이 영화 보기를 지나치게 게을리 하는 곳이기도 하고요. 이같은 현실에도 불구하고 전주영화제를 통해 낯선 영화에 다가갈 수 있는 진지하고 학구적인 관객들, 인내력 있는 관객들이 함께 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걸 잊으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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