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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 '씨민과 나데르, 별거' 리뷰

진실과의 대면을 미루는 방법에 대한 윤리적 질문

개막작 '씨민과 나데르, 별거' 의 한 장면. ([email protected])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영화를 끊임없이 현실로 되돌려 주고, 그 영화를 만들어낸 사회를 향해 질문하는 일이다. 그 영화가 펼친 구조와 형식 안으로 들어갈 때 '거기서 무엇을 보았느냐'고 묻게 된다. '제12회 전주국제영화제'의 개막작 <씨민과 나데르, 별거> 를 내놓은 이란의 아스가르 파르허디 감독은 이걸 잘 알고 있었다.

 

영화는 딸을 위해 이민을 가고 싶어하는 아내 씨민과 알츠하이머에 걸린 아버지 때문에 떠나고 싶지 않은 나데르의 갈등에서 비롯된 비운의 사건을 보여준다. 딸 테르메는 윤리적 딜레마에 처한 각각의 인물들을 응시한다. 가사 도우미 라지에가 집을 비운 사이 발작을 일으킨 아버지로 인해 격분한 나데르는 라지에를 쫓아내고, 돌연 유산한 라지에는 나데르 책임을 물으면서 상황은 복잡하게 꼬여만 간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떳떳하지 못하다. 나데르는 라지에의 임신 사실을 몰랐다고 시치미 떼는가 하면, 라지에 역시 보상금을 타기 위해 차에 치여 유산한 사실을 숨긴다.

 

결국 이 영화는 진실과의 대면을 미루는 방법에 대한 윤리적 질문을 던진다. 등장인물들은 자신이 연출해 낸 최면으로부터 현실을 외면하고 싶어하지만, 테르메의 질문은 이같은 최면에서 깨어나도록 한다.

 

"(결국) 엄마가 집을 나가서 벌어진 일이잖아요."

 

"아빠는 아줌마(라지에)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 않았나요?"

 

마지막 장면에서 판사는 테르메에게 나데르와 씨민 중 누구와 살 것인지를 묻는다. 눈물을 뚝 뚝 흘리는 테르메는 결국 누구를 선택하게 될까. 이 영화가 주는 울림을 느끼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결국 그 결정을 최대한 미루는 것일 것이다. 누구든 테르메가 됐을 때 그 모든 현실을 고통스럽게 마주해야 할 테니 말이다. 하지만 이것이야말로 영화의 진정한 모험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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