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거장들의 작품…이목 집중…"제작비 지원으로 새로운 실험 만족"
'제12회 전주국제영화제'의 주목할 만한 시선 중 하나가 '디지털 삼인삼색'이다. 일단 감독의 면면이 화려했다. 세계 거장으로 추앙받는 장 마리 스트라우브 감독(독일)의 <후예> , 클레어 드니 감독(프랑스)의 <데블> , 호세 루이스 게린 감독(스페인)의 <어느 아침의 기억> 을 한 자리에 모아낸 것만으로도 전 세계의 이목을 충분히 집중시켰다. 하지만 '디지털 삼인삼색'이 공개됐을 때 관람객들은 일부 작품은 상당히 낯설다는 인상을 받았다. <후예> 는 일반 관객들에게는 심오하지만 지루한 면이 없지 않은 작품으로 인식됐다. 영화는 모리스 바레스의 소설 「독일을 위하여」를 토대로 한 시골 의사의 궤적을 따라 몽 생토딜 곳곳을 배회하는 장면이 담겼다. 주인공은 시종일관 소설 속 장소를 배회하면서 이야기를 '낭독'한다. 감독의 철학대로 상징이나 은유, 미학적 비유는 철저히 배제됐다. 글로 쓰인 것은 설명이 아닌 말을 통해 보여주기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사전 지식 없이 영화를 맞닥뜨린 대다수 관람객들은 어리둥절해했다. 후예> 어느> 데블> 후예>
1일 '디지털 삼인삼색 2011'의 기자간담회에서 클레어 드니 감독과 호세 루이스 게린 감독으로부터 영화에 대한 좀 더 내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이들은 "무엇보다 전주영화제를 통해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데 커다란 만족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클레어 드니 감독의 <데블> 은 아프리카 서쪽 해안 프랑스령 가이아나와 수리남에서 악명 높은 한 금광업자의 흥미로운 인생을 다룬 영화. 그는 "미국의 한 인류학자가 쓴 책을 통해 네덜란드 사탕수수 농장에서 노예로 살아간 부족의 삶에 관심을 갖게 됐다"며 "주인공 장 베나는 주변의 평가처럼 금광업으로 돈 벌기에 혈안이 된 '악마같은' 사람이 아니라 아주 정의로운 인물이었기에 그를 재조명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데블>
호세 루이스 게린 감독의 <어느 아침의 기억> 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번역하는 한 바이올리니스트의 자살로 고통을 겪는 이웃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그는 "바이올리니스트는 인간의 내면을 가장 잘 표현하는 예술가 찰리 채플린을 연상하며 그렸다"며"비극적인 죽음의 재현이 결국 비극을 넘어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주영화제는 낯선 스페인 영화를 가장 한국적인 시선으로 다양한 해석을 내놓는 게 맘에 들었다"며 "전주에 있는 게 집처럼 편안하고, 전주영화제가 영화의 집이 아닐까 한다"고 덧붙였다. 클레어 드니 감독도 "촬영 마지막 날 카메라가 진흙에 빠지고, 스쿠터에서 떨어져 다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전주영화제의 제작비 지원으로 '증언'으로서의 영화를 시도할 수 있었다"며 "장 마리 스트라우브 감독과 같은 거장과 함께 영화를 올리게 된 게 대단한 영광"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어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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