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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일 칼럼] 내 탓과 네 덕

 

그렇게 사즉생(死卽生)을 외쳤던 김완주지사와 국회의원들, 그리고 비대위원들이 LH 유치 실패 이후에 지금까지 한 것은 도민들에게 머리 숙여 사죄한 것 밖에 없다.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수요일마다 청와대 앞에서 농성한 것에 대해 더 이상 쇼는 그만하고 차리리 집어치우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진정성이 안보이기 때문이다. 상당수 도민들은 그렇게 한다고 무슨 대수가 있느냐고 회의적 시각을 갖고 있다. 토공과 주공이 합쳐질 당시부터 이미 경남 진주로 일괄 이전해 갈 것을 알면서도 투쟁에 나섰다면 그것은 도민들을 기망한 것이요, 그렇지 않았다면 무능했다는 지적이다.

 

LH 실패와 관련해서는 전술과 전략에서 모두 졌다. 통상 강공으로 몰아붙일 때에는 또다른 협상통로를 마련해서 실리를 챙기는 게 순서다. 그러나 정부 발표가 있는 그 날까지도 그 같은 액션은 없었다. 모 아니면 도식으로 이분법적으로 접근한 게 화근이었다. 오직 정부말만 순진무구하게 믿고 따랐던 전북도가 우습게 보일 따름이다. 상대가 경남 진주라는 사실을 알고도 분산배치안을 들고 나온 것부터가 전략 미스다. 통 크게 일괄유치를 강력하게 들고 나와 혁신도시 건설의 당위성을 따졌어야 옳았다. 한마디로 LH유치 실패는 정치력과 리더십 부재였다.

 

뒤늦게 최규성의원 등이 삭발투쟁에 나섰지만 도민들 조차도 역겨워 한다. 실패에 따른 책임지는 자세가 전혀 안 보이기 때문이다. 면피하기 위해 몸부림 치는 모습이 정치적 쇼라고 느껴진다. 정치권은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기는 커녕 무작정 정부만 몰아세우고 있다. 내 탓은 한마디도 없다. 그렇다고 도민들이 모르는게 아니다. 도내 국회의원들이 LH 유치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를 누구보다도 잘 안다. 그간 20여년간 황색 바람에 의지해서 정치해 온 사람들에 신물을 느낄 뿐이다.

 

대권욕에 눈 먼 정동영 의원은 말할 것 없고 당 대표를 지낸 정세균 의원에게도 비난이 쏟아졌다. 광주나 전남 같았으면 이 정권에서 이렇게 내동댕이 치던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국회의원들을 워낙 물렁하게 보고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다. 없는 살림속에 한푼 두푼 모아 정치 잘 하라고 도왔던 도민들은 도내 국회의원들에게 엄청난 실망감을 느꼈다. 마른 자리만 찾아가는 국회의원들의 행태에 냉소적인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진자리도 마다 하지 않고 가서 싸워야 할 때는 싸워야 할 국회의원들이 버스 지나간 뒤에 손 드는 모양새를 해 더 화나게 한다.

 

지금껏 김지사나 앞장섰던 그 누구 하나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책임은 커녕 어떻게든 민주당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 한번 더 해먹으려는 꼼수만 보인다. 왜 정치권은 바쁜 지사와 시장·군수 바짓가랑이를 잡고 투쟁 대열에 함께 나서려고 하는가. 삭발투쟁도 실기해버려 전혀 약발이 안 먹혔다. 일찍이 단호한 모습을 보였어야 옳았다. 사또 지나 간 뒤에 나팔 부는 격이 됐다. 그런 자세 갖고서는 백전백패다. 자신의 안위만을 걱정하는 국회의원은 필요없다. 국정감시가 본연의 역할이라고 하지만 자신을 뽑아준 지역구에 중대한 문제가 생겼으면 발벗고 나서는게 국회의원이 해야 할 일이다.

 

지방의원과 단체장 공천권을 틀어 쥐고 있다고 해서 기세등등했던 국회의원들이 도저히 책임 지지 못하겠다면 내년 선거에서 표로 심판할 수밖에 없다. 이번 일로 변화의 흐름이 감지된다. 오히려 지역감정 고착화가 더 강화된 것 아니냐고 말할 수 있지만 그 보다는 선수교체를 시켜야겠다는 것이 유권자 입장이다. 집권 여당의 국정운영 실패에 따른 반사이득만 기다렸다가는 민주당도 큰 코 다친다. 도의회까지 덩달아 집행부에 책임을 떠넘기려는 자세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겠다는 생각이나 똑 같다. 도의회도 책임이 크다. 지금은 칼레의 시민처럼 목을 내놓을 사람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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